[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2016년 7월6일 국정조사 안건이 통과했고, 지난 7월26일에는 특별법(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과 구제법안이 본회의의 문턱을 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와 배보상 및 책임과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채 여전히 많은 피해자들이 고통에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환경부는 특별법 개정안을 중점 통과 법안으로 정하고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 당정은 지난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특별법을 상정했다.

전현희 의원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전현희 의원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전 의원은 “이제 야당이 응답할 차례”라며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에서 실제 법안소위에서 논의되어서 환노위와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려면 시간이 얼마 없다. 지금이라도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의해서 이분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문제가 제기된지 10년이 넘은 상황에서 이제 20대 국회에서 모든 분들이 힘을 모아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내가 2011년 18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다. 이제 마무리하고 싶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2001년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의해 최초 유통된 가습기살균제는 2011년 판매 중지가 되기까지 사용자들의 폐에서 섬유화 증세가 발생하는 등 심각한 폐질환을 유발했다. 

피해자의 부모이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나홀로 소송모임>의 이사를 맡고 있는 오재철씨는 마이크를 잡고 “전체 피해자 6500여명 중에 매년 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다”며 “현재 병상에 있는 피해자들은 수많은 합병증으로 고통받고 항생제로 버티고 있다”고 고백했다.

전 의원이 대표 발의안 특별법 개정안은 기존의 것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오씨는 크게 △직접적인 피해 지원 △단계 폐지 △가해 기업의 배상 책임 등으로 설명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이 5가지가 있다. 

①건강 피해의 범위를 확대(건강상의 피해를 본 경우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
②구제 급여와 구제 개정의 통합(폐질환 1·2단계와 3·4단계 구분을 부분적으로 폐지)
③인과관계 입증을 용이하게 하는 입증 책임 전환(피해자에게 필요한 자료가 사업자에게 있는 경우 법원은 자료 제출 명령을 할 수 있고 사업자가 이를 따르지 않고 자료를 훼손하고 은닉하면 피해자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
④피해자 집단 소송제도 및 증거개시명령제도 도입(피해자 단체의 대표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환경부 장관은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
⑤장애급여 및 사망자 위로금 지급 등 피해자에 대한 전향적인 지원 대책

국회에 발의된 특별법 8건. (자료=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한편,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에서는 애경산업과 SK케미칼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해의 측면에서 그야말로 사회적 참사라 불리는 결과가 일어난 사건이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이 어느 정도 책임을 질지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엄격한 증명을 거쳐야 한다”며 “억울한 사정을 이야기할 기회는 충분히 드리겠지만 지나치게 법 기술적으로 접근한다는 인상을 주면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릴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례적인 당부의 말이 나온 것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일부 피고인들이 당초 재판을 담당하던 정계선 부장판사의 형사합의27부를 기피 신청했기 때문이다. 피고인들은 정 부장판사의 남편(황필규 변호사)이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이라는 명분을 들었다.

재판부의 충고에 변호를 맡은 변호인들은 “가습기살균제의 제조 판매에 관여한 회사 관계자로서 중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혔지만 진정성을 믿기가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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