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비난과 신상공개의 중요성
조주빈 포토라인
악마의 삶
뜬금없는 셀럽 거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국민들 앞에 얼굴을 드러냈다. 이틀전(23일) SBS가 먼저 신상을 공개했고 전날(24일) 경찰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해 얼굴을 만천하에 드러내기로 결정했다. 조씨는 잔혹한 살인범이 아닌 범죄자들 중에 최초로 얼굴이 공개된 경우다. 

염건령 한국범죄학연구소장은 작년 2월22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사건의뢰>에서 “형사적 처벌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비난도 중요한 처벌이라고 생각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유영철이나 강호순이 거기서 뻔뻔하게 살고 있지만 교도소 들어가면 유영철과 강호순이 딱 뜨면 죄수들이 아예 사람 취급도 안 한다고 한다”며 “자기들도 범죄를 저지르고 왔지만 부녀자 십수명을 잔혹하게 죽인 애들을 보면 나도 죄진 놈이지만 넌 쓰레기야. 이렇게 본다고 한다. 그게 또 다른 형벌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씨의 실명과 얼굴이 전국민에게 각인된 것도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디지털 성범죄의 중대성을 감안한 조치로 판단된다. 그만큼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비난도 매우 중요하다.

조주빈은 뜬금없이 유명인을 언급하는 등 어이없는 화법을 구사했다. (사진=연합뉴스)

조씨는 25일 아침 8시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는 과정 중에 포토라인에 섰다.

조씨는 “손석희 사장님(jtbc), 윤장현 시장님(전 광주시장), 김웅 기자님(KBS 출신 프리랜서 언론인)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회학자 오준호 작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아침에 조주빈이 송치되는 장면을 가족들과 함께 지켜봤다. 기분이 나빴지만 억지로라도 봤다”며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고맙다고 야릇한 수동태로 말했다. 잘못을 시인하는듯 하지만 실은 자기 행동이 제 의지가 아니었고 어쩔 수 없었다는 것처럼 표현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손석희, 김웅 등의 이름을 늘어놓은 것도 포커스를 자기에게서 분산시켜보려는 얕은 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 마디로 그는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어떤 반성도 없다. 저 자와 동조자들이 한 짓이 낱낱이 드러나길 바란다. 피해자가 보호되는 한에서 피해자의 증언과 고통도 최대한 많이 기록되고 시청되고 읽혀야 한다”며 “그것이 돈을 냈으니 뭐든 해도 된다는 이 사회에 필요한 백신이겠다. 우리는 한동안 같이 힘들고 불편해야 할 듯하다”고 덧붙였다. 

어처구니없는 조씨의 화법에 대해 여성학자 권김현영씨는 페이스북에서 “포토라인에 세우고 신상을 공개하랬지 누가 마이크를 주라고 했나”고 일갈했다. 

조씨가 언급한 손 사장, 윤 전 시장, 김 기자의 경우에 대해서는 성 착취물과 무관한 별건의 사기 피해자일 가능성이 점쳐졌다. N번방 가입자라는 식의 추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조씨는 N번방(박사방)을 운영하기 전에도 마약과 총기를 판매한다고 속여 돈을 갈취한 범죄를 저지른 바 있고, 여러 언론인들에게 접근해 유력 정치인의 고급 정보가 담긴 파일을 줄 것처럼 사기를 친 경우도 있다고 알려졌다. 세 인물은 그런 맥락 속에서 뜬금없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중적일 뿐 아니라 허세가 심한 사람이다. 본인을 과장되게 보여주고 싶어 피해자를 언급하지 않고 유명인을 언급하며 나도 이런 사람들과 동격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듯 하다”고 밝혔다.

염건령 소장은 사회적 비난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캡처사진=사건의뢰 유튜브)

염 소장은 당시 방송 주제였던 ‘용인 택시강도 연쇄살인사건’을 언급하면서 사회적 비난의 중요성을 설파했는데 그때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축제 분위기 속에서 무려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사건이 묻혔다. 

염 소장은 “허재필(용인 사건의 주범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 같은 경우는 연구하다 보니 알고 있었는데 진짜 나쁜놈이다. 그걸 모른다. 사회적 비난은 빠졌다. 죗값은 형사적인 것만 치르는 거고. 그것 때문에 내가 화가 난다”고 묘사했다.

32년간 형사로 근무한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도 “사실 2002년도에 너무나 쉬쉬 하다 보니까 원래 이런 정도의 6명의 여성을 살해했다고 하면 나라가 온통 뒤집히고 모든 경찰관들이 난리를 칠 상황”이라며 “현직에서 사건의뢰를 많이 보는데 그분들이 2002년도에 사람을 6명이나 죽인 그런 큰 사건이 있었어? 강력계 형사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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