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탈당과 비대위 거치며
민주당에 몰린 진보 표심
지역구 결과
그래도 당원들의 조직력 발견
좌파연대에 대한 이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노동당은 이번 총선 정당 투표에서 3만4272표(0.12%)를 받았다. 4년 전 총선(9만1705표 0.38%)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표면적으로는 2018년 초 사회당계 비선실세(언더조직) 갈등과 2019년 7월 기본소득당 세력의 당명 개정 시도 등으로 인한 집단 탈당이 악영향을 미쳤다. 그로 인해 노동당은 두 번이나 비상대책위원회를 거쳤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송미량 노동당 부대표는 4월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모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사실 저희가 지난 2년간 노동당에서 노동 의제가 실종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내가 지역(경남 거제시)에서 봐도 지난 총선부터 몇 년간 노동 의제가 많이 사라져 있었고 물론 여력이 안 되어서 다양한 의제들을 다 다룰 수는 없겠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면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내가 대표단 경선(2019년 1월)에 뛰어들 때도 당명 개정에 대한 것이 주였지만 기본소득과 페미니즘에 너무 치중해서 당이 움직이는 것에 대해 좀 동의하지 못 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송미량 부대표는 근래 노동당에서 노동 의제가 실종됐었다고 자성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9기 노동당 대표단(용혜인·신지혜·서태성·신민주)을 비롯 상당한 세력이 작년 7월 집단 탈당하고 기본소득당을 창당했다. 10기 대표단(현린·송미량·나도원)은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노동당이 노동 의제에 소홀해진 것도 있지만 여러 현장 연대의 관점에서도 많이 약해졌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송 부대표는 “저희 중앙당 장애인위원회에서 자발적으로 장애인 차별철폐 쪽과 연대를 한 것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간 집행부에서 요청해야 하거나 요청해도 안 하거나 이런 수준이었는데 중앙당 장애인위원회가 올해는 외부 요청이 없어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외부적으로도 코로나19에 잘 대응했다는 문재인 정부의 바람이 너무 압도적이었다.

송 부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은 진보가 아니지 않은가? 상대적으로 민주당이 그렇게 큰 지지를 받은 만큼 진보 표들이 민주당 쪽으로 많이 갔다”며 “앞으로 진보정당 후보들이 10%를 넘을 수 있을 것인가. 정의당도 전국에 지역구 후보 75명을 냈는데 10% 넘은 후보들은 5명(심상정·윤소하·권영국·여영국·이정미)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다 못 넘었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 중구에 우리 당 이향희 후보가 10%를 못 넘겼다(1만2149표 9.46%). 저희로서는 충격이었다. 울산 북구에 정의당의 김진영 후보도 마찬가지다. 김진영 후보는 구의원 두 번에 시의원 한 번 했고 진보 단일 후보임에도 10%를 못 넘었다(1만1571표 9.89%)”며 “결국 울산 북구에서 김 후보가 지방의원으로 당선됐을 만큼 어느정도 진보적인 곳인데 거기서도 진보 단일화 후보가 10%를 못 넘었다는 것은 진보정당에 큰 숙제”라고 환기했다. 

영남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진보정당의 당세가 어느정도 유지되던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졌다.

송 부대표는 “예전에 거제시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제1야당이라고 할 정도였다. 구 자유한국당 다음으로 세력이 있을 정도였는데 결국 민주당 인기가 올라가니까 저희 표가 빠지는 것”이라며 “동시에 민주노총 지지 후보가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싶다. 결국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그 후보를 안 뽑는다는 얘기다. 그런 것들이 충격이었다”고 묘사했다.

이어 “저희 당이 열악하고 총선을 제대로 치러낼 여력이 없었다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진보정당 전체에 대한 표심 자체가 무너졌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에 필리버스터까지 겨우 겨우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준연동형 캡 비례대표제 역시 무용했다. 위성정당 방지조항이 없는 상태에서는 정당 투표가 양자 구도로 굳어졌다. 더구나 봉쇄조항(2912만6396명×3% = 87만3791표)으로 인해 처음부터 소수정당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송 부대표는 “준연동형도 마찬가지다. 기대 심리만 잔뜩 심어놓고 사실 우리처럼 정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게 우리에게 유리하지도 않을 것이란 걸 알지만 일반 시민들은 그렇지 않았다”며 “정말 소수정당에게 유리한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가 실제로 소수정당들이 받은 득표율을 보면 굉장히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인터뷰에 임한 나도원 노동당 부대표도 “어차피 안 될 정당 안 찍어주는 사표 심리가 작용했을테니까 봉쇄조항의 의미가 크긴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적표는 낮게 나왔지만 노동당을 찍은 3만여표는 노동당의 가치를 정말 알고 찍은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선거 기회를 통해서 선거 자금을 모아준 당원 수가 역대 가장 많았고 액수도 적지 않게 모였다. 선거 운동도 정말 자발적으로 해주셔셔 조직 내부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결과는 기대만큼 아니어도 예상치만큼 나온 것이고 이번 총선을 통해 조직력을 강화하는 구심점의 계기는 됐다고 하는 그런 분위기가 더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송 부대표도 “산술적으로 보면 원래 당력의 정도로는 나온 것 같다. 당원이나 재정 능력이나 그런 것이 2016년에 비해 이번에는 제대로 대응할 여력도 없었고 의외로 저희가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는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많이 해주셨다”고 호응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나도원 부대표와 송 부대표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진보정당 소속으로 총선만 세 번째 도전했던 이향희 후보의 결과가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 울산 중구에서는 박성민 미래통합당 후보가 54%(6만9359표)로 당선됐고 이 후보는 3위를 기록했다. 특히 4년 전 이 후보는 울산 중구에서 21%(2만2642표)를 얻어 2등을 차지한 만큼 이번에는 정말 당선을 노려볼만했다. 

나 부대표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너무 안 좋고 울산 같은 데는 타격이 더욱 심했다. 원래 울산이 기본적으로 과반 이상이 보수 표심이다. 나머지가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의 표인데 민주당 몰아주기가 있었으니 결과가 안 좋았다. 이 후보는 많이 아쉽게 됐다. 최소 두 자릿수를 기대하긴 했는데”라고 말했다. 

울산 동구에 출마한 하창민 노동당 후보는 2.48%(2196표)를 받았다.

나 부대표는 하 후보에 대해 “사실 정치 신인이자 처음 출마한 것이다. 하청노동자가 국회의원 출마를 한 것 자체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자 구도였고 진보정당 후보가 두 명 나왔는데 거기서 정말 고군분투했고 첫 시작이었는데 결과에 너무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이병훈 노동당 후보는 노무사 출신으로 1407표(1.22%)를 받았다. 

송 부대표는 “(광산을에 출마한) 민형배 후보(민주당)가 전국에서 최다 득표였다. 저희가 예상한 것은 80% 이상을 민 후보가 가져가고 나머지 표를 4명이 갈라서 가져간다고 하면 누가 10%를 넘을까. 그런 이야기들을 했다”며 “민 후보가 84%를 가져갔더라. 나머지 16%를 갖고 4명이 가져갔는데 4명 다 10%를 못 넘었다. 민생당의 노승일 후보(8606표 7.47%)까지. 정의당 김용재 후보도 6%(7110표)였다”고 설명했다. 

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5×3 15대 핵심 공약(공공무상정책/5대 불평등 세습 근절/5대 사회 대전환)을 발표한 바 있다.

나 부대표는 “중앙 언론에서는 5대 공공무상을 가장 흥미롭게 봐줬고 지역에서는 지역별로 갔던 것 같다. 광산을 같은 경우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했고 울산에서는 공공병원 문제를 제기했었다. 울산 동구는 현대중공업 문제를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노동당 5대 공공무상 공약은 아래와 같다. 

①의료인 양성 국가책임제 및 무상의료 실현
②국가공공무상주택 1000만호 공급
③국공립대학 평준화 및 무상교육 실현
④버스·지하철·철도 등 대중교통 완전 공영화 및 무상교통 실현
⑤통신기간산업 공영화 및 무상통신 실현

현린 노동당 대표는 4월16일 총선 결과에 대해 담화문을 발표하고 “거대 보수 양당이 국회를 독점하고 자유주의 독재가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노동당만이 아니라 이른바 진보진영 소수정당들에게도 무거운 과제를 남겼다”며 “동시에 노동당 내적으로는 사회주의 노선의 재정립과 조직 재건과 강화를 위한 동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선거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당의 정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만 과거와는 다를 것이다. 과거보다 선명한 사회주의 노선 아래 과거와는 다른 조직으로 다른 정치를 시작하겠다. 제안했던 총선 공약은 국회가 아닌 각 지역과 부문 현장에서 채워가고 실천해가겠다”며 “노동자가 왜 노동당을 모르느냐 묻기 전에 노동당이 오늘의 노동자를 얼마나 아는지부터 자문하겠다. 노동자가 왜 노동당을 지지하지 않느냐 탓하기 전에 노동당이 오늘날 한국의 노동자와 함께 얼마나 싸웠는지부터 자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장 노동당의 과제는 △지역 조직 재건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다가가기 △좌파그룹 연대 등 3가지가 있다.

송 부대표는 “영남의 조선노동자와 금속노동자도 있고 그밖에 문화예술노동자도 있고 그들의 노동 이슈에 파고들어서 의제를 발굴하고 그런 것만 잘 추진해도 앞으로 기대할만한 성과가 있지 않을까”라며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해야 한다. 내가 민주노총 상근자는 아니지만 지역에서 50~60명 정도 되는 노동조합 하나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줬고 또 하나는 급식노동자들의 노조 한 300명 이상 되는 그 노조를 만드는 데 도와주고 출범할 때 함께 했다”고 알렸다. 

이어 “지역에서 그런 역할을 찾는 것이 의미있고 가능한 일이다. 의외로 내가 노동당 소속이기 때문에 그걸 아는 분들은 노동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한테 연락을 해오는 케이스가 의외로 많다. 내가 노무사에게 문의해서 도움을 주기도 하고 그런다”고 전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나 부대표는 좌파그룹 연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근 노동당은 ‘좌파 신년회’와 ‘유튜브 합동 라이브’ 등 사회변혁노동자당과의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좌파그룹 연대와 관련해서 나 부대표는 “당내에 충분한 합의와 토론이 이뤄진 것은 아직 아니지만 뭔가 지역에서의 노동조직 활동이라든가 그런 걸 보면 현실적으로 조직력이나 추진력 이런 것들이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며 “같이 힘을 모을 수 있는 사람들끼리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같이 성장할 수 있다. 좌파그룹과의 관계를 그런 의미에서 만들어나가려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민주노총 선거에서 정당 조직이 늘 구경만 할 게 아니라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가장 왼쪽에서 목소리를 내는 후보들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 부대표는 “나는 좀 반대다. 지역이나 민주노총 선거에서 좌파들의 의견들을 모아내자고 하지만 이미 지역에서는 노조 선거 과정이나 이런 곳에서 우리 당이 주가 되는 조직에서 갈등이 생긴 곳이 있다”며 “우리가 러닝메이트로 완전한 의견 일치로 당대표단이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좌파연대나 좌파동맹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우려가 좀 있다. 당원들의 전체적인 의견을 수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지역에 따라서는 감정의 골이 있는 곳도 있다”고 반론했다.

나 부대표는 “(반대로) 지역에 따라 (좌파연대를) 기다리고 있는 곳들도 있다”고 응수했다. 

전체 진보정당 파이로 보면 원내에는 정의당과 민중당(이번 총선 결과 21대부터는 원외정당)이 있고 원외에는 녹색당·미래당·기본소득당·여성의당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송 부대표는 “언론에서 너무 안 다뤄주더라”며 “너무 언론에서 좀 배제되는 그런 느낌을 지역에서도 중앙에서도 받고 있다. 다른 후보들을 언급할 때도 노동당 후보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노동당은 앞으로 할 일이 많다. 

나 부대표는 “선거 끝나고 시간이 좀 있으니까 조직을 추스르고 우리만의 의제를 개발하고 활동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5월에 할 일이다. 활동 계획을 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며 “내실을 다지고 노동당의 인지도를 많이 쌓을 필요가 있고 그걸 지지도와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실력과 실천이 필요하다. 현린 대표의 말을 빌려보면 노동당의 시간은 이제 시작”이라고 다짐했다. 

송 부대표는 “당원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현재 대표단의 임기가 11월16일부터 시작했으니 정말 짧은 기간 숨가쁘게 달려왔다”며 “우리 당원들과 조직 재건부터 잘 해야 한다. 2년 뒤 지방선거에서 다수 당선을 목표로 해서 지금부터 준비를 해나갈 것이다. 그동안 당에서 실종됐던 노동 의제와 녹색 의제 등을 발굴하고 당원들과 정책 개발을 해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나는 어쨌든 출마를 할 생각이다. (2014년~2018년 거제시의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데) 2022년 지방선거에서 거제시의원 후보가 있으면 도의원 후보로 나가거나 그런 계획을 갖고 있다. 당이 함께 살 수 있고 어떻게든 결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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