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없는 ‘윤석열’
눈치없는 ‘윤석열’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10.23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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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전 총장의 이야기
정무 감각이 없는 
눈치도 없는
살아있는 권력을 어떻게 해야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맹비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최근 들어 옵티머스 고문을 맡아 논란이 많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의 등장 이전부터 정의로운 검사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그런 채 전 총장은 국정농단 정국이 한창이던 2016년 11월4일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서 “(검찰총장에서 왜 짤렸는가?)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법대로 하다가”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눈치도 없이”라고 거들었고 채 전 총장은 “인정!”이라고 화답했다. 윤 총장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정무적 판단 능력”이 예나 지금이나 없다고 고백했는데 정무적으로 봐줄 사람은 봐주고 조져줄 사람은 조져주는 그런 유연함이 없다. 그게 윤 총장이다.

22일 오전 국회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는 대검찰청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하루종일 윤 총장의 발언들이 언론 지면을 도배했다. 국감은 자정을 넘겨 23일 새벽 1시8분에 끝났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전부터 23일 새벽까지 진행된 법사위 국감에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 초기였던 작년 이맘때 윤 총장이 국감장에서 여러 의견을 피력했지만 1년이 지난 뒤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의 전쟁은 여전히 살벌하고, 여권 및 지지그룹은 어떻게든 윤 총장을 흠집내기 위해 메신저 공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족(장모와 아내) 의혹, 언론재벌 사주와의 만남, 수사지휘권 행사 문제 등 건건마다 윤 총장을 몰아붙여서 자진 사퇴를 유도하려고 힘쓰고 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

윤 총장은 눈치가 없지만 맷집은 세다. 그 자리에서 절대 물러나지 않고 있다. 과거 채 전 총장이 박근혜 정권의 국가정보원에 의해 소위 혼외자설로 시달리다가 물러나게 됐던 때와는 다르다. 윤 총장 주변에서 논란들이 있을지 몰라도 본인이 관둘만큼 큰 스캔들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제원 의원은 윤 총장을 걱정해주면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사태 이전 인사청문회에서 윤 총장에게 강력한 공세를 폈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에서 “왜 그러셨나? 대통령께서 검찰총장 임명장 줄 때 살아있는 권력 수사하라. 그 말 곧이곧대로 믿으셨나? 그 말 그대로 믿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하고 칼을 휘두르니까 지금 날벼락 맞는 것 아닌가”라며 “그거 빈말이다. 그거 반어법이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하라. 나 빼고. 내 측근 빼고. 그 얘기였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윤 총장을 걱정해주는 화법을 구사하며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비꼬았지만 윤 총장은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의 살아있는 권력 수사 메시지를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 의원은 그것이 명확하게 “빈말이자 반어법”이었다고 규정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채 전 총장도 “(국정원 댓글 조작 수사를 할 때 가이드라인이 있었는지) 법대로 수사하라는 게 가이드라인이었다”며 “(법대로 수사를 했는데 왜 짤렸는지) 눈치가 없어서. 자기만 빼고 법대로였는데”라고 회고했다. 

장 의원은 윤 총장이 그렇게 여권으로부터 모욕을 당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풀어냈다. 

장 의원은 “살아있는 권력 수사할 때는 쥐고 있다가 마사지하고 뭉개고 깔고 앉았다가 흐지부지시켜야 되는 것 아닌가. 그래야 모욕을 안 당한다”고 강조했다.

이게 바로 눈치있는 처신이자 정무적 판단인데 윤 총장은 그런 걸 일체 하지 않았다. 

장 의원은 “이 나라는 아직까지 권력자 앞에 머리 조아리고 고개숙이고 그래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나라인가. 야야! 모난 놈이 정 맞는다고 울부짖던 故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생각난다”고 환기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모습. (캡처사진=한겨레TV)

사실 무리하게 윤 총장을 그 자리에 올려놓은 주체가 현 여권이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밀어붙였고 그걸 막으려는 윗선(조영곤 전 검사)의 외압을 폭로했던 게 윤 총장이다. 그때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윤 총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할대로 이용했다. 정권 교체 이후 2017년부터 조국 사태 이전까지 윤 총장 휘하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문재인 정부의 의중대로 적폐청산 수사에 부응해줬다. 

하지만 윤 총장은 장 의원의 설명대로 검찰 수장이 된 뒤 “나와 측근을 빼고” 수사하라고 했던 여권의 반어법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 했다. 야당만 조지라고 했던 그 진의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 하고 바보처럼 진짜로 믿고 조 전 장관을 건드린 것이다. 

국감 초반에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윤 총장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윤 총장은 참다 못 해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닌가. 과거에는 나에 대해서 안 그러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조 전 장관 수사를 뭉개고 대충 무마해줬다면 윤 총장을 여전히 떠받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윤 총장은 그러지 않았고 민주당은 과거와 달리 윤 총장을 적으로 삼아 공격하고 있다. 

윤 총장은 하루종일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시달렸다. (사진=연합뉴스)

여권이 만들어낸 스토리는 이런 거다. 검찰개혁의 유일무이한 주체인 조 전 장관을 건드림으로써 윤 총장이 검찰개혁을 저지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23일 자정을 넘긴 시각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조 전 장관 수사의 부당함을 설파하며 이런 스토리를 꺼냈다.

이에 윤 총장은 “정치적 목적이나 검찰개혁 반대라는 것은 나 자신도 검찰개혁이나 이런 여러가지 공수처 등에 대해 반대해본 적이 전혀 없다”며 “나쁜 뜻에서 정무 감각이 있고 검찰개혁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다면 차라리 수사를 안 하고. 안 해도 사건이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게 오히려 미련한 짓이지. 차라리 이걸 안 하거나 놔뒀다가 조용히 검찰을 위해 (이용)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그니까 그런 식으로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저희가 수사의 나쁜 목적이 있었다고 한다면 차라리 이렇게 안 하는 게 낫다. 그건 정말 어리석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조국 사태 당시 정말 “어려웠고 힘들었다”고 표현했다. 

김 총수는 2019년 연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알릴레오>에 출연해서 윤 총장의 행태에 대해 “충정론”으로 해석했다. 윤 총장이 정치적 야욕을 갖고 있어서 조 전 장관을 수사한 게 아니고 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주변의 오물을 처리해주는 충정이 발현됐다는 설명이다.

그게 맞는 것 같다.

실제 윤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 또한 국민들에게 정당성(심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정권 차원에서도 검찰의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개인적으로 느끼고 있다”면서 “(일부 여권 인사들이 노골적으로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있지만) 임기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께서 총선 이후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전해주셨다”고 밝혔다. 

법사위 국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권이 잘 되기 위해서라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봐주지 않고 수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역대 정권들은 그런 충정을 가진 검사들을 매우 불편해했다. 

윤한홍 국힘 의원은 “(추 장관 하에서)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한 에이스 검사들은 전부 지방에 좌천이 되고 일부는 사표를 냈다. 후배들 생각하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고 윤 총장은 “인사라고 하는 것은 이제 인사권자의 폭넓은 재량이 있기 때문에 세세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사실은 힘이 있는 사람에 대한 수사는 굉장히 힘들고 어렵다”며 “그래서 이렇게 많은 것을 걸고 하는 건데 또 여러가지 불이익도 각오해야 하는 게 맞긴 한데 이게 너무 제도화가 되면 정말 힘있는 사람들에 대한 수사를 누구도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런 점이 우려가 많이 된다”고 답했다. 

채 전 총장도 “(검찰은 왜 그렇게 권력의 말을 잘 듣는지) 인사권. 말 잘 들으면 승진시키고 말 안 들으면 물먹이고”라고 정리했다. 

하루종일 희노애락을 담은 표정을 보여준 윤 총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타파, MBC, 아주경제, 고발뉴스 등 일부 언론들이 윤 총장에 대한 메신저 공격을 일삼았고 추 장관은 윤 총장을 코너로 몰기 위해 여러 차례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만약 부하라면 검찰총장이라는 직제를 만들 필요도 없고 대검 조직이라는 것은 전부 총장을 보좌하기 위한 참모 조직인데 이렇게 예산을 들여서 대검찰청이라는 방대한 시설과 조직을 운용할 필요가 없다”며 “장관은 기본적으로 정치인이고 정무직 공무원이다. 총장이 장관의 부하라면 수사와 소추라고 하는 것이 정치인의 지휘에 떨어지기 때문에 그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나 사법의 독립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 발언은 대서특필됐다. 

윤 총장은 “예를 들면 서울지검이나 광주지검의 일에 대해 장관이 입장과 의견을 낼 필요가 있을 때는 총장을 통해서 하라는 거지 특정 사건에서 총장을 배제할 수 있는 권한이 과연 있느냐? 그것은 대다수의 검사들과 법률가들이 그건 위법이라고 검찰청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며 “다만 내가 그걸 수용하고 이런 것이 아니고 수용하고 말 게 없다. 내가 이행의 문제가 남지 않고 다만 이걸 법적으로 다투고 쟁송으로 가느냐 안 가느냐의 문제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법무 검찰 조직이 너무 혼란스러워지고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내가 특정 사건에 대해서 우리 장관과 쟁탈전을 벌이고 경쟁하고 싶지도 않고 내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런 쟁송 절차나 이런 쪽으로 나아가지 않은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것(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이 위법하고 그 근거라든지 목적이라든지 이런 게 보여지는 면에 있어서는 부당한 것은 저희들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검사들이 대놓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일선에서 전부 위법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모르겠다. 우리나라 국민들 여론이나 법조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라며 “무슨 사기꾼이다 뭐다 이렇게는 말씀 안 드리겠지만 중범죄를 저질러서 장기형을 받고 수감 중인 사람들(이철 전 VIK 대표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그런 얘기 번번이 그런 경우인데 이번 경우 같으면 어마어마한 중형의 선고가 예상되는 그런 사람인데 이런 사람의 어떤 얘기 하나 가지고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검찰을 공박하는 것은 그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윤 총장이 질문을 듣고 있는 뒷모습. (사진=연합뉴스)

사실 2005년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김종빈 전 검찰총장과 힘겨루기를 하던 그때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바 있는데 그때와 채 전 총장 때를 제외하면 법무부와 검찰이 대립 관계인 적은 역사적으로 매우 드물다.

윤 총장은 “과거에는 (검찰을 법무부의) 외청이라고 하지도 않았다. 법무 검찰이라는 게 늘 법무부와 협의해서 인사도 하고 업무에 관한 규칙과 훈령을 같이 만들었다. 대립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채 전 총장은 방송 말미에 “이 자리를 빌어서 국민 여러분들과 검찰 후배들에게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며 운을 뗐다.

사법연수원 23기 윤 총장이 검찰권을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 아홉 기수 선배 14기 채 전 총장의 어드바이스를 상기해본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채 전 총장은 “비리를 감추려고 검찰을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권력자들.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권력에 빌붙은 일부 정치 검사들. 그러다가 나라가 이 지경까지 된 거 아닌가 싶다”며 “검찰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좀 더 정의로웠다면 이 지경(국정농단)까지는 안 됐을 것”이라며 “(후배 검사들을 위한 조언으로) 검사들에게 쥐어있는 칼자루는 법을 우습게 알고 지멋대로 날뛰는 바로 그런 놈들을 죽이라고 국민들께서 빌려주신 거다. 지금 국민들께서는 오로지 검찰만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 기회다. 최순실 사건 제대로 해라. 사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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