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도전적인 경영 환경 예상
KB금융...혼돈과 격변의 시대
하나금융...‘본업 충실’로 위기 돌파
우리금융...비상경영 체제 가동
[중앙뉴스= 윤장섭 기자]국내 주요 금융그룹이 불확실성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비상경영 선언에 나섰다. 신한, KB, 하나, 우리 금융 등 국내 4대 금융그룹 회장들이 새해를 맞아 일제히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내수 부진과 수출 하락, 대통령 탄핵으로 국제사회의 불안심리가 우리 금융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어서다.
시중 금융그룹은 강력한 내부 통제와 함께 견고한 신뢰를 기반으로 내실을 다지겠다는 생각이다. 2일 발표된 주요 금융그룹 회장들의 신년사는 하나같이 금융권에 대한 위기감을 주요 키원드로 제시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올해가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과 격변의 시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고,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도전적인 경영 환경을 예상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절실함’을 강조했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비상경영 체제 가동을 전면에 내세웠다.
● 신한금융...도전적인 경영 환경 예상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는 지속 가능성 여부를 좌우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내수 부진, 수출 둔화, 대외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인 경영 환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철저한 내부 통제를 강조했다. 그는 “관리, 감독, 평가, 모니터링 전반을 살펴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를 확립하고 핵심 경쟁력으로서 정착시킬 것”이라고 했다.
진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 내부 통제에 역점을 두고 전사적 노력을 기울였지만, 고객과 사회의 눈높이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고 자성하며 경영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고객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신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지속 가능성을 이어가자"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진 회장은 세 가지 경영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강화와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 금융을 통한 사회적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우선 올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확립을 위해 관리 감독, 평가, 모니터링 전반을 꼼꼼히 살피고 임직원 윤리의식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을 위해 절차 간소화 등 고객 편의성을 높혀 고객 경험 관리 고도화, 금융 수요자 중심의 솔루션 및 그룹사 시너지 발굴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사회적 문제에 통감하며 “녹색금융과 전환금융 공급을 확대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지원하겠다”며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해법을 모색하고 청년세대 지원에도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언급했다.
2025년 경영 슬로건으로는 ‘고객중심 일류 신한: Humanitas(인간다움), Communitas(공동체)’를 제시했다.
진 회장은 “Humanitas는 인간다움을 뜻한다. 또한,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의무를 지칭하기도 한다”라며 “금융인으로서의 Humanitas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금융인은 개인이나 회사의 이익이 아닌 고객의 신뢰를 최고의 가치로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탁월한 전문성을 갖추고자 최선을 다해야 하며, 사회적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모든 신한인이 Humanitas를 실천할 때, 금융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KB금융...혼돈과 격변의 시대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올해가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과 격변의 시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 회장은 고객과 시장의 불안감을 상쇄할 해법으로 ‘견고한 신뢰와 안정감’ 구축을 제시했다. 새해 주요 경영 화두로는 ‘효율과 혁신’을 꼽았다. 이를 통해 KB금융의 체력을 더욱 탄탄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2일 "효율과 혁신을 통해 KB의 체력을 탄탄히 키워 주주·시장·고객·사회에 더 큰 가치를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양 회장은 신년사에서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도록 디지털전환(DT)·인공지능(AI) 조직을 통합하고 글로벌 관리체계도 정비했다"며 효율·혁신과 가치 환원을 새해 핵심 경영 전략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플랫폼 기업·소상공인 등과의 동반성장·상생,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차질 없는 실행 등도 강조했다. 양 회장은 "건강하고 긍정적 에너지를 통해 고객과 사회에 따뜻함과 위안을 드리는 2025년이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 사회 모두에 '흔들림 없는 가치'를 주는 KB를 함께 만들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하나금융...‘본업 충실’로 위기 돌파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걸어온 20년을 반추하고 '하나문화'를 되살려 위기를 헤쳐나가자"고 말했다.
함 회장은 사자를 피해 사력을 다해 뛰는 가젤을 언급하며 ‘절실함’을 강조했다.
함 회장은 “지금 우리는 생존을 위해 얼마나 절실하게 뛰고 있느냐”고 직원들에게 되물었다. 이어 “현재 위기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그 누구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달려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 돌파를 위해 ‘본업(本業)’에 충실해야 한다고도 했다. 함 회장은 “지금과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전략이나 단기적 해결책보다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요소에 충실해야 한다”며 “강력한 태풍이 몰아쳐도 견뎌낼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기초체력을 갖추기 위해 본연의 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하나문화'는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고,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을 가능케 한 힘의 원천"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함 회장은 지난해를 돌아보며 "시장의 평가가 확연히 달라진 한 해"라고 평가했다. 연초 대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해 최고점을 갱신하면서 그룹의 가치를 한단계 더 끌어올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어 "올해는 하나금융그룹이 출범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라며 "급변하는 금융환경과 치열한 경쟁속에서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조화롭게 실현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최우선 과제는 바로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비상경영 체제 가동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신뢰 회복’을 강조하며 비상경영 체제 가동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신년사 전문에서 ‘신뢰’라는 단어를 12번 언급하며, 남다른 각오를 내비쳤다.
임 회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올 한 해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경영 목표는 ‘신뢰받는 우리금융’으로 정했다. 그는 “금융의 본질적 가치인 신뢰를 가슴 깊이 새기며, 신뢰받는 우리금융으로 반드시 거듭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그룹 목표 전면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 우리금융의 결과물을 언급하며 △민영화 완료와 △우리투자증권 출범, △코리아 밸류업 지수 포함, △유니버설 플랫폼인 NewWON 출시, △기업문화 변화 등의 성과를 설명했다.
이어 임 회장은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시련과 어려움도 있었다”며 “취임 이후 내부통제 체계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여러 제도와 시스템을 실효성 있게 개선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뼈아픈 사고로 우리를 믿고 성원한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쳤다”고 돌아봤다. “임직원들 또한 자긍심에 상처를 입었다”며 “우리 고객님과 주주님, 임직원 여러분께 회장으로서 정말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그러나 우리가 이대로 멈춰 절벽 끝에 계속 서 있을 수 없다”며 “신뢰가 훼손된 우리금융을 더 단단한 신뢰의 기반 위에 바로 세우는 것은 지금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회장은 “지난 사건들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반성, 그리고 임직원 모두가 껍질을 깨는 아픔을 감수하더라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심정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신뢰 회복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2025년 그룹의 경영목표를 ①‘신뢰받는 우리금융, ②내부통제 혁신, ③핵심경쟁력 강화, ④그룹 도약기반 확보’로 정하고 올 한 해를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헤,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강한 대응력을 유지하고, 신뢰받는 금융그룹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임 회장은 이를 위한 전략 방향으로 ▲내부통제 혁신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 ▲탄탄한 도약기반 확보 등을 제시했다.
임 회장은 “그룹의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근원적으로 혁신하고, ‘윤리적 기업문화’를 확립해 나가겠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 개인의 윤리의식 제고와 실천 의지, 우리 안에 윤리적 기업문화를 올바르게 정착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자회사 업권별 ‘핵심사업’에 대한 경쟁력과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위험관리역량’을 강화하겠다”며 “특히 기업금융, 자본시장, 글로벌, WM 등 핵심사업 분야는 기초체력을 강화하며, 내실 있는 체질 개선을 통해 지금보다 한층 더 높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체계적인 위험관리 역량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주요 금융그룹의 성장세는 예년의 비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17조 7411억 원으로 지난해 순이익 추정치(16조 9357억 원)보다 소폭 늘어난 수치지만, 지난해 전년 대비 10% 넘는 성장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순이익 증가폭이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금융사들의 위기감에 대한 불안 심리는 국내 주요 금융그룹 수장들의 신년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둘 것이란 외부 전망과 달리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크다는 것이 금융업계가 바라보는 시선이다.
제1 금융권에 이어 보험 등 2금융권 금융사도 비상경영에 돌입한 분위기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올해 보험산업은 성장성, 수익성, 건전성이 악화하는 3중고를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 환경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고객 가치 중심의 비즈니스 혁신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