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시

[중앙뉴스= 최봄샘 기자]

최한나 시인
최한나 시인

5월의 시

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어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 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 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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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5월이면 묵상하듯 뇌어보는 시,
행간마다 구구절절 설명과 사연이 이미 숨어져 있는 시,
그저 침묵하면 다 말해주는 시,
엄마의 가슴처럼 따스한 시,
5월이 돌아오면 다시 모셔오는 시다.

왜 나는 그토록 많은 화법을 동원해도 이런 깊은 시가 나오지 않는지,
내 사랑이, 내 곡조가 미흡함을 느끼고 만다.
하지만 나에게도 어머니가 있었고 나 역시 어머니이기에 무언가를 더 맑게 씻으며 기도하고 싶은 5월이라서일 것이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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