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과거의 아픈상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본과 올해로 수교(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았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서로 악수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서로 악수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주권을 빼앗긴 상황에서 국민들과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목숨값으로 자유를 찾은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런 아픈 역사를 딛고 한-일 수교 협정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1965년 6월 22일 서명됐다. 일본과의 수교에 국민들의 반대 시위가 거셌지만,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며 수교를 강행했다.

조선의 마지막 왕권이 일본에게 주권을 빼았김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지금까지도 불편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 국민들의 반일 정서는 여전히 강하다. 그래서 한일 관계는 언제나 평행선을 달리는 열차처럼 미묘한 관계가 계속 이어져 왔다.

한-일간의 교류는 과거사 문제를 다루면서 현재와 미래를 향해 함께 협력해야 하는 복잡한 계산이 늘 따라 다닌다. 더욱이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따라서 한-일 정상회담이 갖는 무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원칙적 대응을 하고, 경제·안보 협력 등엔 실리에 따라 대응한다는 ‘투 트랙’ 대응 방침을 밝혀왔다. 이 대통령이 일본과는 같은 마당을 쓰는 이웃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일본과의 외교에 공을 들이는 모양세다. 이런 이유로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취임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먼저 23일 일본으로 출국해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일본 주요 언론들이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실용 외교 노선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실용 외교”를 내걸고 셔틀 외교 재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며 한국 정부가 대일 관계를 외교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양국 관계에 관한 포괄적 문서가 마련된 것은 2008년 이래 17년 만”이라며, 여전히 역사 문제에서는 시각차가 있지만 관계 안정화로 나아가려는 흐름이 명확하다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들은 전반적으로 이번 회담을 한일 협력의 전환점으로 보도하며 긍정적인 보도로 후한 점수를 주었다. 하지만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쪽에서는 “트럼프의 압박 덕분에 한일이 손잡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평했고, 또 다른 한쪽은 “미국 변수에 의존한 협력이 과연 오래 갈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여기에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뇌관과 같은 “과거사 문제도 언급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안보·경제 협력을 위해 일본과 손잡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충돌했다.

한-일-미 3국은 아시아 태평양 안보를 함께 짊어지고 가야하는 동반자 관계로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미래도 함께 협력해야 할 파트너다. 그러나 트럼프2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일-미 3국의 동반자 관계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할 수 없는 외교정책으로 안정되어 있던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 이런 점이 한-일 정상으로 하여금 테이블에 앉게 만들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 언론이 평가하듯 실용 외교와 협력 강화의 분기점이 된 자리였다. 그러나 동시에 과거사라는 불안정한 변수도 여전히 살아 있음을 드러냈다. 미국 요인이 한일 협력의 촉매제가 되었지만, 장기적인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양국 스스로가 역사 문제를 성숙하게 다루고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양국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양국 지도자들의 리더십과 정치적 환경에 따라 바뀔수도 있는 만큼, 국민적 인식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운 이웃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이웃이기에 양국 모두가 손익 계산서에만 묶여 있어서는 안된다. 주변에 너무나 많은 적들이 있다는 것에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