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 칼럼= 전대열 대기자]중세 시대라고 특정했지만 노예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으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했다. 말이나 소 또는 돼지 같은 가축들은 지금도 사람의 말을 잘 듣도록 가둬 키우거나 목과 몸을 동여매는 장치를 한다.
짐승들도 언젠가 말을 할 줄 아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사람이 행하고 있는 자신들을 옭아매는 장치에 항의하고 스스로 풀어버리는 행동을 서슴지 않을 것이다. 아직은 태어날 때부터 두뇌의 발달이 진화 과정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미물로 살아갈 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어느 곳에서 태어났든 충분한 진화 과정에서 명석한 두뇌와 대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오랜 옛날에는 모든 나라들이 인종을 막론하고 신분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하여 귀족과 평민이 나뉘었다. 신분제도는 철저하게 계급을 나눠 다섯 계층 여섯 계층으로 나눠져 있으며 그에 따라 사회적 계급이 정해져 평생 벗어나지 못하는 질곡 속에서 신음해야 했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금수저냐 흙수저냐 하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빈부 양극화로 인한 갈등을 겪는다. 우리와 같은 민족이면서도 공산 독재자가 군림하는 북한에서는 엄연히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국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고 지도자는 3대째 세습으로 이어지는 기현상을 버젓이 벌이고 있다. 공화국이 아니라 왕조 국가다.
김정은의 나이가 아직 불혹에도 이르지 못했지만 벌써부터 4대 세습으로 딸 김주애를 점찍었다는 냄새를 풍긴다. 이번에 중국 전승절 행사에 김주애를 동행시킨 것은 그런 조짐의 하나다. 인도는 공식적으로 폐지되었지만 아직도 카스트가 존재한다.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인간 차별은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로 종막을 내린 줄 알았는데 학살은 아니어도 극단적 차별은 여전한 게 현실이다.
이번에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이러한 극단적 차별과 인권 무시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우리 눈앞에 클로즈업 시켰다. 나는 처음 우리 근로자들이 미국의 불법 이민 단속망에 걸렸다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 나라의 입장에서는 자기 나라에 정상적으로 거주하는 사람만 살아야 하는데 불법적으로 거주하는 사람들을 걸러내고 싶은 것은 어느 나라나 똑 같다.
한국에도 지금 무수한 불법 이민자들이 득시글거린다. 그들은 관광비자로 입국하여 돌아가지 않고 공장 농촌 어촌 등에서 막노동으로 돈을 벌어 가족들에게 송금한다. 그야말로 생계형 불법이민 근로자다. 그나마 한국의 농어촌 공장에서는 그들이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기현상의 실태다. 그들이 불법 이민자로 걸려들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돌려 보낸다.
벌금 등으로 불법체류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끝난다. 이것이 인권을 존중하는 표본이다. 그런데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현대 자동차와 LG솔류선의 노동자들은 중대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인권 존중은커녕 개돼지에 버금하는 온갖 모욕을 받아야 했다. 그들의 신분은 엄연히 대기업의 공장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이었다.
미국의 제조업을 다시 부흥시키는 첨단 기업의 육성이라는 사명을 띈 기술자들을 시카고의 깽들에게도 하지 않는 쇠사슬을 채운 것은 미 당국의 고의성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두 발을 쇠사슬로 묶고 두 팔까지 동여맨 뒤 온갖 벌레들이 진치고 있는 창고 속에 수십 명씩 가뒀다는 사실 앞에 나는 분노로 온몸이 떨렸다.
한국은 미국에 많은 신세를 진 나라다. 일제의 강압에서 풀리고 북한의 남침을 막는데 결정적 역할도 했다.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안보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한국이 미국의 속국도 아니며 더더구나 노예국가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정부는 한미FTA도 파기하고 억지 관세로 압박한다.
이미 이재명 트럼프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15% 관세조차 이제 더 올리겠다고 야단이다. 그 빌미의 하나가 조지아주 쇠사슬이다. 미국에서 어느 특정국가를 이처럼 더럽고 사나운 폭력으로 대접했던가? 중세 국가의 노예들도 이런 취급을 당하지 않았다.
동맹국 대한민국을 이렇게 대하여 미국이 얻는 소득이 무엇일까? 이 사태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어물어물 처리해서는 안 된다.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항의하고 이 사태의 책임자에게 사과하도록 전 국민적 시위라도 벌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