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중앙뉴스 칼럼= 전대열 대기자]군대는 남자만의 전유물임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군대의 존재는 전쟁을 의식해서인데 전쟁터에 나가서 용감하게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남자라고만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군대를 가는 절차는 일정 나이에 도달한 남자에게 신체검사를 거쳐 징집영장을 발부하여 훈련소에 입소시키는 것으로 시작한다. 

훈련을 마친 사람은 계급장을 받고 병과에 따른 소속 부대에서 명예로운 군대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남자만이 군대에 갈 자격이 부여된 것은 전투를 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해서다. 여자는 연약하여 훈련도 견디지 못하고 더구나 적과의 대결에서 모든 면이 남성에게 뒤진다고 치부했다. 더구나 남존여비 사상에 찌들어온 한국 사회에서 어디 감히 여자가 군대 생활을 할 수 있겠느냐고 아예 훈련소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해왔던 것이 현실이다. 간호장교는 여성밖에 할 수 없는 것으로 과거부터 이해했으나 지금은 간호학과에 다니는 남학생도 다수다.

본인이 지망하면 사관학교에도 가고 있으며 여군부대도 활발하게 움직인다. 출산율이 줄어들면서 이제는 한국군의 숫자가 50만을 밑돌게 되었다. 남자만의 세상이었던 군대가 전쟁에 대비하여 지나치게 위축된 모습이 역력하다. 과거에는 군대를 마친 남성에게 취직 시험에서 가산점을 줘서 약간의 혜택을 받기도 했으나 경쟁 상대가 된 여성들의 가산점 폐지 주장이 강해지면서 이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반발한 제대군인들이 그렇다면 여성에게도 군대를 가도록 병역법을 고치라고 주장하게 되었다. 남녀 평등의 헌법정신을 들먹이게 되면 여성에게는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는 성립되기 어렵다. 게다가 유럽의 몇몇 나라들은 여성 징집제를 실시하거나 실시할 예정으로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일방적인 침략을 받아 어려움에 처해 있는 현실을 보면서 자국 안보는 스스로 지켜야 된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 징집에 대해서는 우리 군내에서도 진지하게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사관학교는 기술 환경 인구등을 나눠 항목별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경제적 측면에서 봉급문제에 주목했다. 세상이 모두 알고 있지만 병장 월급이 200만원을 상회한다. 군대에 가면 옷과 잠자리 그리고 식사는 공짜라는 우스개가 떠돌 때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다. 이제는 공짜는 그대로고 월급까지 받는다. 사회에서의 대우보다 많이 떨어지는 액수지만 ‘공짜’를 감안하면 알바나 하면서 최저임금에 시달리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요즘처럼 취직하기 어려운 세상에 일정 기간 군대에서 체력도 기르고 기술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것은 현명한 일일 수도 있다. 현대 전쟁은 람보식의 체력과 전투력으로 직접 싸움터에서 총질을 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번 북한군이 러시아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전투에 참전했다가 허허벌판에서 드론 공격을 받아 많은 희생자를 냈다. 현대전을 치러보지 못한 북한군을 사지에 몰아 넣은 러시아의 지시 때문이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여군이 전쟁을 치른다고 할 때 그들은 IT를 이용한 신전쟁 무기를 사용하게 될 것이기에 체력이나 용감성 등 과거의 전투 패턴과는 전혀 다른 전투원이 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국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여성 징집 찬성은 43%, 반대는 57%였다. 

특히 여성의 반대는 70%로 군대에 가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는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지도록 하는 병역법 제3조1항은 위헌이다”라는 헌법소원이 벌써 다섯 번째 제출되어 있다. 헌재는 그동안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해 왔지만 이제는 사회 분위기도 바뀌고 복무 여건도 달라지고 있어 언제 판례 변경이 나올지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자칫 젠더 갈등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이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다. 

정부나 국회도 짐이 너무 크다. 이번에 국민통합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이석연위원장이 취임했다. 그는 헌법 전문가다. 국통위가 이 문제를 전담하여 빠른 시간 내에 해답을 내게 한다면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어차피 국민 통합을 이뤄야 되는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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