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 칼럼= 전대열 대기자]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은 언제나 진실을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 온 힘을 쏟는다. 자기 한 사람의 잘못 때문에 사실(史實)이 왜곡되지 않도록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려고 천착에 천착을 거듭한다. 그러나 지나온 역사를 꼼꼼히 살펴보면 분명하지 않은 사실을 사실인 양 기록하거나 전혀 관계없는 일을 큰 관련 사실로 기록해 온 역사 왜곡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부인하지 못한다.
조선왕조실록은 사관(史官)이 현장에서 기록한 것으로 권력자나 임금조차도 생전에 자기의 일거수일투족의 기록을 열람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연산군같은 폭군은 목숨을 건 사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기록을 읽었다. 지금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일정 기간 국가의 기밀 사항은 기한을 정하여 공개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외교 비밀문건에서 스탈린에 의해서 6.25남침 명령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미국의 한 연구소가 북침 주장을 철회하고 사과한 일도 있다.
중국에 의해서 자행되고 있는 동북공정은 고구려를 중국의 변방으로 왜곡하고 발해는 아예 중국 민족의 역사인 양 중화(中華)만을 강조하여 한민족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고구려가 왕성할 때 지배한 국내성 등 만주일대의 땅과 광개토대왕이나 장수왕의 거대한 무덤도 모두 중국의 역사로 분식하는 것이다.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독도에 대한 조선의 기록을 모두 무시하고 주인 없는 섬을 자기들이 먼저 문서로 기록했다고 억지를 쓰고 있는 한심한 일까지 벌어진다. 나라끼리의 영토분쟁은 국경을 맞대고 있거나 전쟁으로 빼앗긴 땅의 경우 온갖 문서와 기록을 동원하여 되찾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과거를 들먹여도 실효적 지배를 내세우면 전쟁을 통해서 강제 회수하지 않는 한 돌려받기 어렵다.
러시아와 일본의 쿠릴열도 분쟁도 러시아가 버티는 한 주고받을 일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역사 왜곡과 변화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국력의 밑받침이 절대적이다. 미국의 트럼프가 세계를 향하여 큰소리치고 있는 관세협정은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과 FTA협정을 맺어 양국의 공동 이익을 추구해 왔는데 이를 무시하고 오직 힘으로 밀어붙이는 신제국주의의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국가 간의 협정은 외교적으로 부인하지 못하는 법인데 트럼프의 생떼는 이를 무시한다. 지금 우리나라 역사를 기록한 법률 하나가 이런 문제점의 중심에 있어 이를 바로 잡아야 할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법의 공식 이름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다. 이 법은 지난 2004년 제정되었다. 그런데 법 제2조1항에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란 1894년 3월에 봉건체제를 개혁하기 위하여 1차로 봉기하고”로 되어 있는 조항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법 제1조(목적) 이 법은 봉건제도를 개혁하고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국권(國權)을 수호하기 위하여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한 사람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고 계승 발전시켜 민족정기를 북돋우며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그 유족의 명예를 회복함을 목적으로 한다. 고 밝히고 있다. 조선 말 중국과 일본의 간섭이 극에 달했을 때 무력(武力)에서 우세한 일본의 야망에 저항했던 동학농민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고 발전시키려는 확실한 뜻이 엿보인다. 그런데 제2조(정의) 이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란 1894년3월에 봉건체제를 개혁하기 위하여 1차로 봉기하고, 같은 해 9월에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국권을 수호하기 위하여 2차로 봉기하여 항일 무장 투쟁을 전개한 농민 중심의 혁명 참여자를 말한다. 로 혁명의 봉기 시일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법 제정 당시 동학혁명의 가장 큰 물줄기인 전봉준장군에 의한 고부농민 봉기를 의도적으로 제쳐버린 것 아닌가? 고부군수 조병갑이 물세를 더 걷기 위하여 보(洑) 위에 보를 쌓는 수법으로 농민을 이중으로 가렴주구한 사실 때문에 고부관아를 습격한 농민들의 봉기가 동학혁명의 시초라는 사실은 역사의 증언이다.
이로 인하여 황토현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농민군의 세력이 커지면서 무장 백산 기포도 생겨날 수 있었다. 고부가 없었다면 어떻게 다른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겠는가. 고부군 월경(越境) 여부가 혁명의 갈림길이 된다는 주장은 어떤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넌센스다.
4.19혁명도 2.28대구, 3.8대전, 3.15마산 그리고 전국적인 4.19시위를 모두 혁명이라고 정의한다. 130년 전 동학혁명의 위대한 역사를 한낱 월경여부로 규정하는 못난 조상이 되어서야 너무 부끄럽지 않은가. 이 법은 반드시 1894년 1월 고부봉기를 1차로 개정하여 모든 국민이 수긍하는 참다운 동학혁명의 역사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법이 법다워야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