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 칼럼= 전대열 대기자]트럼프가 재기에 성공한 지 1년이 되는 날 그는 33세의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에게 패배했다. 뉴욕시장 선거에서 젊은 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맘다니에게 그가 민 쿠오모가 떨어졌다.
트럼프는 공화당이면서도 자기 당의 공천자인 커티스 슬리를 밀지 않고 처음부터 주지사 출신의 무소속 쿠오모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쿠오모는 주지사 시절 성추행을 저질러 그만둔 경력으로 추문이 알려진 사람이다. 두 사람이 단일화를 이뤘다면 혹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 되었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자기가 무슨 진시황이나 네로인 양 세계를 향하여 관세 폭탄을 퍼부었다. 과거의 제왕들은 무력으로 다른 나라를 침략하여 온갖 약탈을 다 했지만 트럼프는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로 세계를 주물렀다. 여기에는 동맹이나 우방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자기의 생각과 행동으로 타국을 욱박 질렀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그에게 굴복하지 않을 수 없는 힘의 압박이다. 오직 무력과 자원으로 강경하게 버티는 중국과 러시아만이 협상 대상으로 체면을 유지한다. 이에 대하여 불복하는 소송이 미국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제1심과 제2심 모두 관세 폭탄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제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결만 남았는데 트럼프에게 유리하지 않다.
맘다니의 당선도 트럼프에겐 뼈아픈 패배다. 우간다에서 출생하여 일곱 살 때 부모의 품에 안겨 미국으로 이민해 온 인도계인 맘다니는 2018년에야 시민권을 획득했다. 다만 아버지는 컬럼비아대 교수, 어머니는 영화감독으로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엘리트 코스를 거쳤으며 현재 하원의원이다.
그는 스스로 민주사회주의자임을 밝히고 트럼프와는 판이한 임대 아파트 동결, 무상보육, 부유세 증세 등 진보성향 공약을 소셜미디어에 홍보하여 젊은 층의 인기를 모았다. 이에 대하여 트럼프는 그를 공산주의자로 공격하면서 그가 시장이 되면 뉴욕시에 대한 정부지원금을 최소화하겠다고 하면서 주방위군을 배치하겠다고 위협했지만 당선을 도왔을 뿐이다.
더구나 같은 날 실시된 뉴저지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모두 민주당의 여성 후보가 당선하여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트럼프의 이번 패배는 곧 있을 관세 폭탄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그는 대법원에서 패하면 미국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지층을 향하여 호소했지만 그가 임명한 대법원장과 대법관조차 관세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트럼프는 대법원에서 패하면 다른 법령으로 관세 정책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큰 소리쳤다. 그런 법률이 어떤 법률인지 알 수 없지만 트럼프 특유의 돌파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무튼 관세 폭탄의 무효 판결이 나온다면 세계는 환호할 것이다. 최 우방국가인 EU나 일본 한국에 대해서까지 그다지도 모질게 쥐어짠 정책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들 나라들은 대부분 미국과 무역에 관한 협정으로 FTA를 맺고 있다.
국가 간의 협정은 양국이 다시 협상을 벌여 개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무시하고 오직 힘으로만 밀어부친 관세 협정은 엄밀하게 따지면 무효 아닌가? 국회의 인준을 받지 않은 협정이라고 해서 대통령 혼자 생각으로 무시하는 것은 민주국가의 정도가 아니다.
트럼프는 이번 임기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날 몸이다. 이미 초고령자이면서도 아직 열정이 넘쳐나는 정치가로서 자신의 경륜을 펼치고 있다. 그의 건강이 뒷받침하고 있어 어떻게 보면 인간적인 부러움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상식과 인격조차 무시하고 오직 자신의 생각만을 앞세운다는 것은 중도를 지켜야 할 인격자로서는 천부당만부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1기 시절 북한 김정은을 세 번이나 만났던 그가 경주 APEC에 와서 김정은과 만나자고 러브콜을 보냈어도 불발되었다. 신뢰 문제로 보인다. 김정은이 바라는 것은 제재 해제일 뿐 핵은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정상 간의 톱다운 형식은 실무 작업이 끝났을 때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