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라 럽디(주) 대표
김나라 럽디(주) 대표

기업의 성장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특정 시기의 운이나 외부 환경의 호의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논할 수 없다. 시장에는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 사라지고 평범한 제품을 가진 회사가 갑자기 산업을 주도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는 회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기술’이나 ‘자본’이 아니라, 그 회사를 이끄는 사업가의 자질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기업은 결국 경영자의 해석력, 판단력, 그리고 실행력에 의해 생명력을 얻는다. 그렇다면, 회사를 성장시키는 사업가는 누구인가? 그들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며, 어떻게 조직을 움직여 시장을 개척하는가? 성공한 기업가들의 공통된 특징을 해부해보면, 그들의 자질은 추상적인 ‘리더십’이 아니라 극도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능력의 집합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시장을 해석하는 눈 : 변화의 결을 읽는 능력
사업가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자질은 시장을 해석하는 능력이다. 미래를 예측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변화를 감지하고 그 의미를 정확히 읽어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시장은 늘 사소한 징후로부터 반응을 시작한다. 소비자의 불만, 사용 패턴의 변화, 새로운 규제 흐름, 경쟁사의 작은 움직임. 이 작은 균열을 읽어내는 사업가만이 새로운 시장의 문을 가장 먼저 두드린다.

기업의 역사를 보면, 혁신은 거대한 기술이 아니라 작은 감정과 습관의 변화를 포착하는 데서 출발했다.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흔든 것도 탁월한 기술력 때문이 아니라 “귀찮다”는 소비자의 감정을 읽어낸 해석력 때문이었다. 네이버가 검색 포털을 압도적 플랫폼으로 만든 것도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의 흐름”을 가장 먼저 읽어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을 읽는다는 것은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 그 이상이다. 사람의 감정, 사회의 흐름, 산업의 구조, 기술의 방향성 등, 시장의 ‘전체적 풍경’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다. 이 감각은 책상 위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장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다.

조직을 세팅하는 능력 : 사람이 아니라 구조를 만드는 힘
회사를 성장시키는 사업가는 인재를 채용하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잘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종종 “인재 확보가 곧 경쟁력”이라는 말에 현혹되지만, 실무에서는 이 논리가 절대적으로 맞지 않는다. 뛰어난 인재도 잘못된 구조 안에 들어가면, 평범한 직원이 되고 평범한 인재도 잘 설계된 구조 안에 들어가면 비범한 성과를 낸다.

삼성의 고(故)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인재 경영’의 핵심도 결국 조직의 시스템과 문화였다. 성과가 나오는 구조, 책임과 권한이 명확한 구조, 실행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구조. 성장하는 기업은 이런 구조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조직이 명확한 구조적 리듬을 갖게 되면, 인재는 제 힘을 발휘하고 혁신은 자연스럽게 반복된다.

따라서, 사업가의 중요한 자질은 ‘카리스마’나 ‘관계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인재라는 자원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최적화할지 설계하는 구조적 사고력이다. 조직이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설계하는 능력이 곧 회사의 원동력이 된다.

리스크를 다루는 기술 : 위험을 설계하는 사람만이 확장을 이끈다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은 위험과의 싸움이다. 투자를 단행할 때,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인력을 크게 확충할 때, 리스크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회사를 성장시키는 사업가는 위험을 피하는 사람이 아니다. 위험을 관리 가능한 구조로 바꾸는 사람이다.

성공적인 기업들은 모두 리스크 설계를 통해 성장을 이뤘다. 리스크를 제거하려는 시도는 결국 확장을 막는다. 반대로, 리스크를 모른 척하는 무모함은 회사를 무너뜨린다. 현명한 사업가는 이 둘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을 만든다. 가능한 위험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 측정 가능한 형태로 바꾸고, 이를 최소화할 장치를 마련하고, 그리고 나서야 확장을 실행한다. 기업의 성장 속도는 결국 사업가의 리스크 설계 능력에 달려 있다. 위험을 두려워하는 순간, 기업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실행력 : 전략은 설계지만, 성장은 실행이다
사업가는 전략가이면서 행동가여야 한다. 탁월한 전략도 실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결국, 기업의 성장을 결정짓는 것은 사업가의 실행 속도와 집중력이다.

리더가 지나치게 보고서를 요구하면, 조직은 정체되고 회의가 잦아지면, 의사결정의 속도는 느려진다. 반대로, 실행 중심의 리더는 현장에서 판단하고 즉시 조치하며 시장 반응을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기업의 초격차는 종종 아이디어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속도에서 만들어진다.

사업가는 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비즈니스를 배운다. 실행하지 않는 전략은 사치이며, 움직이지 않는 조직은 성장을 잃는다.

비전 : 조직을 하나로 묶는 힘
회사를 성장시키는 사업가들은 공통적으로 강력한 ‘비전’을 갖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비전은 “열심히 하자”는 구호가 아니다. 비전은 희생을 감수할 만한 목적지다. 조직 전체가 하나의 방향을 바라보게 만드는 나침반이다.

넷플릭스는 DVD 배송 회사였지만, 자신들의 본질을 “고객의 콘텐츠 접근 방식을 혁신하는 회사”라고 정의했다. 이 비전이 있었기 때문에 스트리밍 전환은 모험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비전의 품질이 높을수록 조직의 에너지는 응집되고 구성원들의 행동은 일관성을 가진다.

회사를 이끄는 사업가는 결국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은 조직은 아무리 뛰어난 인재가 있어도 성장하지 못한다.

버티는 힘 : 근성은 전략의 일부다
마지막으로, 기업을 성장시키는 사업가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자질은 ‘근성’이다. 사업은 변수가 많고 문제는 끝도 없이 터지며, 때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장기전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가는 수많은 유혹을 마주한다. 전략을 바꿀 유혹, 방향을 흔들 유혹, 조직 운영을 느슨하게 만들 유혹. 그러나, 훌륭한 사업가는 한 가지 사실을 알고 있다. 성장은 규칙적이지 않으며, 가장 중요한 순간은 버티는 과정에서 찾아온다.

버틴다는 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버틴다는 것은 정확한 방향을 알고 그 방향을 포기하지 않는 힘이다. 이 근성을 가진 사업가만이 장기적 성장을 이루고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기업을 만든다.

회사의 성장 DNA는 사업가에게서 시작된다
성공한 기업들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사업가의 자질은 단일한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시장을 해석하는 눈, 조직을 설계하는 지혜, 위험을 관리하는 감각, 실행력을 끌어올리는 추진력, 비전을 제시하는 언어, 그리고 끝까지 버티는 의지라는 복합적 능력의 총합이다.

기술은 회사의 도구일 뿐이고 자본은 잠시 머무는 자원에 불과하다. 회사를 실제로 움직이고 성장시키는 것은 결국 경영자의 자질이다. 이 자질을 갖춘 사업가는 자본이 없어도 길을 만들고 이 자질이 없는 사업가는 자본이 있어도 길을 잃는다.

기업의 성장은 경영자의 품질을 반영한다. 그리고 오늘날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회사의 미래는 사업가가 가진 자질의 깊이와 넓이에 의해 더욱 명확하게 갈린다.

김나라 (現 럽디(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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