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 윤장섭 기자]시험을 치르면서 단 하나의 답도 맞추지 못해 0점을 받아본 기억이 있나요? 아마 그런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작심하고 시험을 망치겠다는 생각이라면 모를까 0점을 받는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찎어도 몆 문제는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항상 시험에서 최선을 다하고 또 점수를 잘 받기를 원한다. 공부에 담을 쌓았다 하더라도 시험때가 되면 벼락치기 공부를 해서라도 빵점은 맞지 않으려고 애를쓴다. 또 석두라고 놀림을 받던 아이조차도 0점을 받지 않으려 나름 머리를 쓰기도 한다.
0점을 받는경우는 두가지다. 하나는 정말 공부를 안하고 시험을 치렀을 때이고, 다른 하나는 선생님으로 부터 관심을 끌고 싶거나 반발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성적으로 우등생이 되길 원한다.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곧 인생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결과다. 공부를 잘해야 공무원도 될 수 있고, 좋은 직장도 들어갈 수 있다. 하물며 한 나라의 지도자를 꿈꾸면서 0점 성적표를 받아서는 안 될 일이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살아왔고, 현재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은 반 만년의 역사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쟁을 치러온 나라다. 안에서, 또는 바깥에서 늘 전쟁이 끊이지 않아 삼천리 강산은 편안한 날이 없었다. 인조반정으로 정권을 잡았던 인조는 1636년 청나라의 침입(병자호란)으로 홍타이지에게 군신의 예를 갖추고 머리를 세번이나 땅에 찧었다.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로 가장 치욕의 현장을 후손들에게 물려준 왕이다. 하물며 인조는 청태종 홍타이지에게 삼배구고두례 항복의식을 행하고도 장자로 세자에 책봉되었던 소현세자가 인질로 끌려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국가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바로 민심에서 비롯된다. 민심을 얻지 못하는 지도자는 권자에 오래 머물 수 없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매천야록(梅泉野錄)에는 조선말 정권을 휘어잡은 흥선대원군의 독제를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 대원군은 10년 동안 권자에 앉아 대원위분부(大院位分付)란 다섯 자로 삼천리 강토를 풍미하여 모든 관리와 백성들은 두려움에 휩싸이게 했다.
시대를 거슬러 160년이 흘렀다. 왕권 정치가 막을 내리고 정당 정치가 뿌리를 내린지 70여 년이 넘어서면서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라는 두 진영을 통해 지도자도 배출하고 타협의 정치로 힘의 군형을 잘 이루어 왔다. 특히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분립 토대위에 민주주의가 갖추어야 할 골격도 잘 마련했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일제의 총•칼에도 굴하지 않고 임시정부를 기반으로 대한민국을 굳건하게 지켜왔다.
역대 정부 모두 삼권의 가치를 훼손한 일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21대 부터 입법권이 민주당으로 쏠리면서 입법 독제가 시작됐다. 다수의 의석으로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흠집내기에 당력을 기울이는 한편 사법리스크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재명 대표를 보호하고 정권을 찾아오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라는 프레임을 씌워 의회 권력을 총 동원해 탄핵으로 대통령 직을 박탈시켰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은 헌법기관이어서 국회 재적위원의 절반이 넘는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의 의회 독재는 거침이 없었다. 여기에 당시 여당이었던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민주당과 한통속이 되어 민주당이 의회 방망이를 두드리는 것에 부역자 노릇까지 했다. 그러니 행정을 장악하고 이제는 3권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권마저 손에 넣으려고 민주당은 한국 정치사에 한번도 없었던 대법원장을 국회 증인석에 앉히는 패륜까지 서슴치 않았다.
검찰이 정권의 개라는 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재명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 앞에서 이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년이면 검찰청은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사정기관을 견재해야 하는 검찰이 민주당과 정성호 법무부에게는 개만도 못한 짓을 서슴치 않고 있으니 없어지는 것이 어찌보면 잘 된 일이기도 하다. 다시는 지금과 같은 검찰 조직이 태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사법부는 어떠한가. 검찰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정권에 눈치를 보는 판사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에 놀랄뿐이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스스로 누워버리는 판사들이 있는 한 마지막 희망을 기대했던 나라의 운명도 법대앞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정권을 잡으면 다른 분야는 제처두고라도 가장 주목해야 하는 정치, 경제, 안보, 외교분야에서 전 정권이 하지 못한 성과를 내겠다고 큰소리 쳤다. 물론 그런 것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흠쳤기에 국회도 대통령도 손안에 넣은 것이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지 불과 5개월에 접어 들었지만 앞에서 언급한 4대분야의 성적표는 0점도 주기 아까운 마이너스다. 무엇 하나 내세울 것없는 결과에도 머리한번 숙이지 않는 저들 특유의 논리에 배신감마저 든다.
군신(君臣)이 나라경영을 전혀 모르니 골목대장 노릇만 열심히 하고있을 뿐이다. 국가 경영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 지식을 쌓아야 하고 경험을 얻어야 하며, 무엇보다 사람을 품을 줄 알아야 한다.
작금의 한국 사회는 나라의 존망(存亡)을 염려해야 하는 절체절명(絕體絕命)의 위기를 맞고있다. 우리의 부모가 피값으로 세웠고, 우리의 자손이 물려받을 대한민국이 조금씩 정치인 같지 않은 무뢰한 (無賴漢) 잡배들에 의해 서서히 무너저 내리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눈물만 난다.
바른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구하는 것은 오직 국민들의 손에 달려있다. 지금의 국민의힘도 전투력이 약하고 힘조차 없다. 의회를 장악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준 것도 국민이고, 이제 그 힘을 빼앗아 바른 나라를 만들 의지를 갖고 있는 것도 국민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지금의 의회 권력은 채 3년도 남지 않았다. 이제 모든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것은 우리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에 달렸다. 힘의 균형이 지금처럼 한 곳으로 몰렸을때 우리는 의회 독제를 처절하게 경험했다.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들이 힘을 모아야 할때다.
아침 이슬은 해가뜨면 곧 마르게 된다. 영원히 마르지 않는 이슬은 없다. 입법과 행정을 손에 넣고도 사법마저 정권의 시녀로 부리려는 현 정권의 오만함은 영원하지 못하다. 얼마 지나면 그 끝이 나타나게 된다. 소동파(蘇東坡)의 시구(詩句)처럼 푸른 바다에 떠 있는 한 톨 좁쌀(滄海一粟)과 같아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존재, 그것이 인생여조로(人生如朝露)다.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진리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