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 칼럼= 전대열 대기자]우리 사회가 왜 이다지도 어지럽고 분열로 점철되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명색이 한 나라를 경영하는 정부에서 상식과 동떨어진 결정을 한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거나 아예 안중에 두고 있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법에 의해서 구성되고 법을 존중하고 지키는 첨병이다. 그런데 법에 따른다는 명분을 붙여 국민이 알고 있는 법의 개념과 전혀 다른 결정을 한다는 것은 결국 법을 지키지 않고 법을 위반함을 의미한다.
이번에 검찰에서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문제는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는 경우는 1심판결이 검찰의 기소 사항을 모두 받아 드렸을 때에 한하는 것이 원칙이다. 공소 사실과 다른 견해와 구형량과 합당하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관례는 무조건 항소였다.
항소가 모두 옳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대장동 부정 비리는 만천하에 알려진 7800억짜리다. 이처럼 엄청난 부동산 비리사건은 역사상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현직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직시에 일어났던 사건이어서 정부를 운영하는데도 부담을 줘서는 안 되기 때문에 앞뒤를 깨끗이 씻어내기 위해서도 법의 확고한 심판이 필요하다.
김만배 남욱 등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범죄사실이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 있지만 항소를 포기하면 그들의 범죄수익을 추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가 눈송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항소포기는 검찰을 전체적으로 뒤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인사제도를 활용하여 항명이라는 이름으로 강제적인 입 봉쇄에 돌입했다. 게다가 현행법에 없는 검사 파면법까지 발의하고 있으니 나라 꼴이 엉망이다.
이런 판국에 신안 앞 바다 다도해 해상에서 퀸제노비아 대형 여객선이 암초에 걸려 267명의 탑승자들이 혼쭐이 났다. 다행히도 해양경찰의 신속한 구조작전으로 3시간여 만에 모두 구조된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이 사고를 접한 모든 국민은 세월호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전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사고는 항해를 책임지고 있는 선장을 비롯한 간부 선원들의 기강해이가 주원인으로 파악되었다.
많은 승객을 태우기 위해서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물 탱크의 물을 빼냈고 대형화물을 안정적으로 고정시켜야 하는 기본 수칙조차 지키지 못하여 침몰했다는 것이었다. 이번 퀸제노비아 사건은 한술 더 떴다. 배의 진로를 책임지고 있는 1등항해사가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느라고 변침 기회를 놓쳤다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고속도로 상에서 운전사가 스마트폰에 빠졌다가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대형 사고를 일으켰다는 보도를 수없이 접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음주운전은 다른 생명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죽음으로 몰고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마시고 운전하는 사람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일본 역시 과거에는 한국을 뺨칠 정도로 음주 운전사고가 많았으나 지금은 대폭 줄어들었다.
정부가 강력한 처벌법으로 대응하면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조화를 이룬 것이다. 우리나라는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사고가 많아지는가? 법원의 판결이 솜방망이 어서라고 한다. 자동차 사고도 긴장을 풀고 방심한데서 나는 경우가 태반인데 대형 여객선에서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운 항해 책임자가 다도해를 지나면서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느라고 암초를 보지 못했다는 것은 업무태만을 넘어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는 행위다.
세월호 선장도 자기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학생들을 남겨놓고 자기 혼자 살겠다고 탈출한 것이 국민의 분노를 샀는데 이번에도 선장은 자리를 지키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 아닌가.
부정 부패를 징치해야 할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공식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장관의 ‘신중처리’ 한마디에 항소시한 7분을 남기고 항소를 포기한 사건이나 여객선을 책임진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비우거나 스마트폰에 고개를 빠트리고 있었던 것은 전혀 다른 사고라고 보기 어렵다. 너무나 닮은 꼴이다.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행위를 부끄럼도 없이 저지른 것이다. 양 사건 모두 진상을 밝혀 국민의 의혹을 풀어주는 것이 정부와 당국이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