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빙 빙자한 서울시 보조금 사업 의혹... 철저한 조사로 혈세 낭비막아야
[중앙뉴스= 윤장섭 기자]지난 11월 19일(수) 오전 11시 관훈갤러리 카페(서울 인사동 소재)에서 "80년대의 미술과 난지도의 태동-토탈미술관의 역사적 오류 및 사실 왜곡 개선을 위한 긴급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열린 긴급 기자회견은 토탈미술관(서울 평창동 소재)이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23일까지 개최한 '난지도·메타-복스 40'전과 지난 8일 관련전시 심포지엄에 대한 잘못된 진실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미술역사 바로세우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공동대표 김옥봉·이군우·정기창 등과 회원 32인이 주최했다. 기자회견에는 각 언론사의 기자들과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난지도·메타-복스 40'展' 전시는 한국 실험미술사의 핵심 기록을 심각하게 훼손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운동본부는 "난지도가 창립된지 41년이 지난 지금, 전시회를 주최하면서 '난지도·메타복스 40- 녹아내린 모든 견고함'을 제목과 부제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마르크스·엥겔스의 문장(All that is solid melts into air)을 차용한 것으로, 전시 기획에서 ‘근대의 고정된 구조와 질서의 해체’와 난지도·메타-복스의 실천을 연결하려 한점이 41년전의 난지도 철학과 미학의 근간을 헤치는 것이어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난지도의 핵심적 미학(특히 물성·구조·현장성)에 대한 오독과 훼손을 초래한다. 특히 난지도의 ‘물성 중심 실천’은 메타-복스의 다른 실천 방식과 혼동되며, 이는 역사 서술의 정확성을 매우 심각하게 해는 상황이다. 난지도를 창립한 김홍년 작가와 난지도 그룹에 참여한 김한영, 조민 작가들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미술역사 바로세우기 운동본부 이군우 공동대표는 운동본부의 기자 간담회 개최 취지를 밝히며 “1984년 당시 홍익대학교 2학년생으로 난지도 창립에 대해 들어 잘 알고 1985년 2월 창립전의 관람자였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기자간담회에 앞서 운동본부 회원들과 지난 10월 30일 토탈미술관의 전시오픈에도 참석했고 11월 8일 심포지엄에도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 공동대표는 “이 행사에서 다수의 오류와 부실이 발견되고 심지어 서울시 보조금 논란마저 있어 이들 의혹과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한다”고 했다.
운동본부 김옥봉 공동대표 역시 “난지도 그룹의 창립 연도, 창립자, 참여 인원, 결성 장소 등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채 난지도 창립전으로 부터 7개월이나 후속으로 창립전을 연 메타-복스와 동시기의 소그룹으로 병렬 구조의 전시를 기획하고 표기된 점과 이 두 그룹을 ‘탈모던’이라는 영역에 묶어 난지도의 철학과 미학의 미술사적 근간을 흔드는 오류를 범한 행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공동대표는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난지도 창립 핵심 근원 문헌(이일 평론 등)의 누락, 메타-복스와 난지도를 동일 계열로 병렬 서술한 중대한 오류, 난지도 멤버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오류자료 배포, 토탈미술관 전시 및 심포지엄 자료의 구조적 사실 왜곡, 토탈미술관과 참여작가 입장문 날인 누락, 심포지엄 주최와 주관 삭제 협의 및 합의 번복, 절차 부실, 서울시 보조금 집행 의혹 등 다수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하고, "특히 이번 전시회가 창립전 40주년을 맞아 ‘현재적으로 재해석한다’면서 마르크스 엥겔스의 공산당 이론을 전시 부제로 정한 것은 사회 구조 해체라는 좌파적 거시 이론과 결합시킴으로서 발생하는 난지도의 고유한 자생성이 심히 훼손되고 과도하게 사회사적·정치적 틀에 끼워 맞춰 난지도를 정치 이데올로기 선전 도구처럼 오해불러 일으켰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이념적 오독’의 위험이 있어 관람객과 연구자 모두에게 심각한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운동본부의 정기창 공동대표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과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토탈미술관측에 ①전시· 심포지엄 자료 전면 정정 및 재발간, ②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검증위원회 구성 및 결과 공개, ③토탈미술관 명의의 공식 사과문 발표 및 책임자 규명, ④향후 공공전시 기록관리 및 검증 제도화 등을 공개적인 요구했다.
운동본부는 “서울시 보조금에 대해서도 국가기관의 보조금 사용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전시 제목 수정, 심포지엄 취소, 정정 보도문 등에 관한 협의와 합의를 토탈미술관이 반복적으로 뒤집고 심포지엄을 강행한 것은 서울시가 승인한 사업계획서의 적정성을 스스로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이는 보조금을 지원한 행정기관 입장에서도 매우 중대한 문제가 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조금 의혹을 제기한 운동본부는 “특정 기관을 비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공공전시가 가져야 할 정확성·투명성·책임성의 기준이 지켜졌는지를 되묻게 된다”며 “예술은 공공의 기록이며, 국민의 세금 등 공공 재원이 투입된 전시라면 그 기록은 더욱 정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절차는 더욱 투명해야 하고, 그 최소한의 기준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반드시 검증과 회수가 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①서울시 보조금 집행의 적정성 검토, ②최초 기획안 대비 실제 사업의 이행 여부 확인, ③전시자료·심포지엄 자료의 재검증, ④필요시 행정감사 및 외부 전문가 검증위원회 구성 등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토탈미술관 난지도 전시에서 소외된 난지도 창립자 김홍년 작가와 제3회 난지도 창립전에 활동한 김한영 작가, 조민 작가를 운동본부에서 초청하여 41년전 1984년 11월 난지도 창립부터 토탈미술관의 '난지도·메타-복스 40'전에 대한 회고와 소회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