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특검에 깐간, 야당은 떳떳하지 못 하고 뭔가 감추려는 것이 있다고 주장, 김성태 원내대표 단식 이어가, 바른미래당 철야농성 돌입, 정세균 국회의장도 해외출장 취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회 본회의가 4월2일부터 열리지 못 하고 있다. 본회의 없는 4월 국회에 이어 5월 국회도 그럴 분위기다. 아직까지는. 

8일 하루종일 여야 협상이 진행됐지만 잠정적으로 결렬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특검에 올인하는 기세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매우 조심스럽다. 

오는 14일에 ‘드루킹 특검·추경(추가경정예산)·지방선거 출마 의원의 사직서’ 등을 일괄 처리하자는 협상안이 나오긴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았다. 특검의 범위와 명칭을 두고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내대표를 대신해서 협상을 지속한 원내수석부대표들(박홍근·윤재옥·오신환·이용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10시반 –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우원식·김성태·김동철·노회찬)
△점심 -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오찬 회동(박홍근·윤재옥·오신환·이용주) 
△15시반 -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
△17시반 - 여야 원내대표 회동

네 번의 마라톤 협상 직전 직후의 상황을 보면 민주당의 특검 불수용 명분은 ‘6일’의 시간은 너무 짧아 추경 심의가 부실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추경 처리 약속이 지켜지지 못 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또 하나 특검의 범위와 내용에 대해서 11일에 결정될 신임 원내대표가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추경의 통과 일자를 못박았기 때문에 그때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야당에 비판의 화살이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추경 명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속내는 결국 특검의 범위와 내용이다. 

이미 7일 여야 협상장에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추경과 동시 처리 △특검 임명은 3개 교섭단체의 합의로 추천하고 여당의 거부권 인정 △명칭은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댓글 조작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이밖에도 정세균 국회의장의 대안인 남북 정상회담 지지 결의안 의결 그리고 7대 필수법안, 7대 민생법안 처리까지 내세웠다.

야당은, 쟁점 법안을 패키지로 제시한 것과 특검 임명의 거부권 등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역제안함으로써 ‘민주당의 특검 수용과 야당의 거부’라는 언론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이에 대해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특검법 수용에 조건을 많이 붙였다는데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그중 14개는 법안이다. 정부조직법 관련한 필수 7법은 새정부가 들어선지 1년 됐는데 당연히 해줘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민생 7법 이것이 무슨 특별한 법들인가? 이것은 전반기 국회가 끝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에 처리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특검에 대해 정말 저희가 수용하기 어려운 분들을 내놓으면 어떡하자는 것인가. 한국당은 그러고 싶지 않겠는가. 최소한 거부권을 줘야 한다. 드루킹 특검을 하자고 해서 이름을 드루킹 특검으로 정한 것인데 여기다가 이것저것 붙이는 건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이라며 “이런 점들을 언론인 여러분께서 다시 한 번 잘 보시고 무리한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무리한 것인지 얘기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흔히 누군가 범죄 연루 혐의로 의심을 받을 때 ‘떳떳하다면 두려울 게 뭐가 있을까’라고 말하곤 한다.

김성태 원내대표를 찾아간 김동철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성태 원내대표를 찾아간 김동철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당하다면 왜 특검을 받지 않나”라며 “말로는 (민주당이) 당당하고 떳떳하다고 하지만 결코 당당하고 떳떳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외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공간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특검 수사 결과가 밝혀지면 얼마나 더 정정당당한 대통령이 되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원내대표 간 회동이 끝나고 백블(백그라운드 브리핑)로 민주당이 특검을 수용하는 대신 내건 조건들을 부리나케 적어 보니 크게 9가지 조건에 법안 숫자까지 포함하면 무려 21가지였다”며 “특검에 딜하자고 내건 조건이 이렇게도 많은 걸 보니 반드시 막아야만 하는 엄청난 뭔가가 있는 걸 더 내비추는 것 같다. 진짜 단순 개인 여론조작이 아닌 게 더 확실해진다”고 밝혔다.

신보라 대변인이 급하게 적어낸 민주당의 조건들. (사진=신보라 의원 페이스북)
신보라 대변인이 급하게 적어낸 민주당의 조건들. (사진=신보라 의원 페이스북)

김동철 원내대표는 여야 타결이 실패된 직후 열린 의총에서 “민주당이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하더니 결국 수사 범위는 합의해 줄 수 없다”고 했다며 드루킹발 댓글 조작 사태의 불똥이 최대한 덜 튀도록 하려는 민주당의 모양새를 꼬집었다.

이날 협상 결렬에는 추미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4월23일 야3당(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이 공동으로 발의한 특검법의 명칭은 ‘대통령 선거 불법댓글 공작 및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이다. 

수사 대상은 △드루킹 관련 단체나 회원이 2012년 대통령 선거 1년 전부터 현재까지 저지른 불법 여론조작 행위 △타인의 ID사용·IP조작·매크로 등 부정한 방법을 이용한 허위와 비방 △정당 연계성과 인사청탁을 포함한 대가성 △김경수 의원의 역할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7년 5월5일 수사 의뢰한 드루킹 사건을 같은 해 11월14일 검찰이 불기소 종결한 것을 포함한 검경의 수사 축소 의혹 등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특검법을 공동 제출한 야3당 원내수석부대표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에 대해 민주당은 대선 불복이라고 야당을 몰아붙였지만, 과거 2013년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원 댓글 여론조작에 대해 진상규명을 촉구할 때 똑같이 대선 불복이라는 비판을 (새누리당으로부터) 들었다. 드루킹 댓글조작과 김경수 의원의 연결고리와, 국가기관의 조직적 댓글조작은 동일선상에서 놓고 볼 수 없지만 둘 다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야당의 목소리에 ‘대선 불복’으로 방어하는 것은 올바른 집권 여당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드루킹 김씨는 1월17일~19일 기사 1건에 매크로를 이용해서 문재인 정권을 공격하는 댓글 2개에 공감수를 조작했다는 것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야3당은 이런 위법을 저지른 자들이 2016년부터 문 대통령의 복심인 김경수 의원과 관계를 맺었고 메시지를 주고 받았던 것 더불어 인사 청탁과 보좌관의 금품 수령 등을 근거로 19대 대선 기간에도 댓글조작이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그 위법의 규모가 대선 이후의 기사 1건이라 신빙성이 적고 대선 기간에는 단순 지지 활동인 측면이 커서 민주당은 야당의 정치 공세라고 치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7일 경찰이 밝힌 드루킹의 추가 혐의에 따르면 사용된 매크로가 50개에 달하고 범행에 쓰인 아이디도 2290개였다. 675건의 기사에 댓글 2만여개의 공감 순위 조작이 이뤄졌다는 것도 밝혀졌다. 

민주당의 특검 방어가 불리해지는 국면이다.

당초 이날 협상이 결렬되면 단식과 천막농성을 중단하고 5월 국회를 종료하겠다던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단식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고, 바른미래당도 국회 본청 245호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협상 결렬을 선언한 게 아니고 잠정적 불발이라서 야당의 협상력 강화 차원으로 읽혀진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책임 의식에 따라 정 의장도 9~17일 예정된 8박9일 캐나다·멕시코 출장 일정을 취소했다. 정 의장은, 이미 국회가 끝내 정상화 되지 못 하면 세비 반납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마지막 협상이 결렬되고 나오고 있는 노회찬 원내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마지막 협상이 결렬되고 나오고 있는 노회찬 원내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민주당과 정의당에서는 한국당의 정치적 유불리가 국회 파행 사태를 끌고가려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현재는 본회의만 안 열렸지 국회 회기 중이기 때문에 염동열·홍문종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의결이 필요하다. 

특히 선거 출마를 위한 4명의 국회의원(박남춘·양승조·김경수·이철우) 사퇴안이 14일까지 본회의에서 의결되고 궐원통지서가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도달해야만 재보궐선거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1년 간 해당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없는 상태가 된다. 그 지역구들의 표심은 한국당에 불리하기 때문에 민주당 3석과 한국당 1석이 줄어드는 것을 그대로 가져가서 원내 1당 지위를 얻으려는 의도가 한국당에 있다는 의심이 드리워져 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사직서가 제대로 처리 안 되면 해당 지역 주민들이 국회의원 없이 앞으로 1년을 보내야 된다. 국회의원을 뽑을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이자 소중한 참정권인데 이 권리 행사를 국회에서 당리당략으로 막았다는 것은 국회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기 당의 작은 이익을 위해서 국민의 기본권을 막는 일은 없어야 되기 때문에 이거 하나 원포인트라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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