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사무소와 인도적 지원
로드맵 제시
김준형 교수가 주목한 핵 동결
ICBM, 핵물질, 핵무기의 일부
종전 선언을 넘어 평화협정 실무 논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주도 안 남은 2차 북미 정상회담(2월27일)을 두고 도대체 미국이 제공할 상응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말이 무성하다. 현재까지 연락사무소와 인도적 지원은 거의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여기에 플러스 알파로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제재 예외 허용이 있을텐데 무엇보다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 로드맵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관측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11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비건이 스탠포드에서 한 특강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미국이 처음으로 비슷한 로드맵을 냈다”고 밝혔다.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비건 대표는 지난 6일부터 사흘간 평양에 머무르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조율했다.
비건 대표가 10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우리 시간으로 1일 스탠포드 대학에서 특강을 했고 “어느 시점에서 북한의 포괄적인 핵 신고(declaration) 리스트를 반드시 받을 것이고 주요 시설에 대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전문가들의 접근과 감시 방법을 북한과 합의하겠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가 언급했던 것으로 로드맵을 그려보면 ‘①핵 시설 사찰 하에 폐기 →②종전 선언 →③대량살상무기(WMD) 폐기 ④핵 리스트 신고 →⑤평화체제 수립 →⑥북미 관계 정상화’인데 이 과정에서 제재 완화를 비롯한 다양한 인센티브가 제공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를테면 “비핵화가 끝나기 전에는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미국은 상대방이 모든 걸 하기 전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We didn’t say we won’t do anything until you do everything)”고 표현했다.

즉 “오늘과 같은 기회는 외교라는 뼈에 약간의 살을 붙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that’s why an opportunity like this today is so important to be able to maybe put a little bit more flesh on the bones of our diplomacy)”는 것이다.

비건 대표는 5일~8일 평양에서 실무 협상을 마친 직후 한국 정부 관계자에게 대북 제재 일변도로는 비핵화를 성취하기 어렵고 차츰 차츰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고 알려졌다. 과거 완전한 비핵화 이후 제재 완화가 가능하다는 미국의 원칙에서 일종의 동시 단계적 병행 추진으로 현실적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준형 교수가 작년 6월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연합뉴스 주최로 열린 한반도 평화 심포지엄 <평화, 그 문을 열다 비핵화 넘어 공영의 시대로>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교수가 비건 대표의 특강을 통해 정리한 로드맵의 큰 토막은 ‘핵 동결 →영변 폐기 →핵 리스트 신고 →완전한 비핵화’다. 

김 교수는 미국이 핵 동결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즉 “미국에서 좀 모아지는 게 뭐냐 하면 동결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보통 그냥 이해하기 쉽게 (북핵의) 미래, 현재, 과거 이야기하지 않는가? 미래 핵은 북한이 약속했고 지키고 있다. 다시 말해서 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 일부에서 (과거와 현재 핵의 존재를 두고) 비난하지만 북한이 약속해준 적도 없고 북미가 합의한 적도 없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이 급해진 것이다. 두면 둘수록 합의하지 않으면 북한의 무기는 늘어난다. 그러면 옛날에는 동결하는 것이 북한의 작전이라고 생각했고 지연 전술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미국이 급해져서 일단 멈추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동결이라는 단계를 중간에 삽입할 것을 미국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신 김 교수는 핵 동결과 핵 리스트 신고 단계 사이에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핵물질 △핵무기 중 일부가 폐기되는 카드도 제시될 것이라 내다봤다. 

김 교수는 “북한이 이야기하는 단계론적 동시적이라는 말을 미국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게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현재 핵을 동결하지만 현재 핵은 불완전하다. 왜냐하면 북한이 영변만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지 미국은 다른 곳에도 숨어 있는 사이트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으니까. 다 신고해야 되는데 북한이 거절했기 때문에. 그러면 영변에 과거 핵의 일부까지 포함시키느냐가 플러스 알파가 되는 것이다. 기존에 만들어 놓은 ICBM이나 핵물질이나 핵무기를 다는 아니겠지만 일부를 트럼프한테 주는 선물로써 북한의 의지를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를 내놓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ICBM도 큰 카드다. 그런 의미에서 김 교수는 “일부에서 나오는 것처럼 ICBM을 다 내놓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ICBM을 다 내놓는 순간 북한은 모든 카드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그건 내놓기 힘들다. 내 생각에는 일부를 내놓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이걸 내면 미국이 당연히 일부 제재 완화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분적 제재 완화에 대해서는 “북한에게 할당된 석유 쿼터를 확대시켜 주는 게 미국 국무부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9월26일 진행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상응조치에 대해 △종전 선언 △인도적 지원 △예술단 교류 등 비정치적 교류 △영변 핵 시설 폐기될 경우 미국의 장기간 참관을 위한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비핵화 이후를 대비한 경제시찰단 상호 교환 이렇게 5가지를 제시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9일 평양에서 실무협상을 마친 비건 대표를 청와대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비건 대표가 한국 정부 관계자에게 설명한 것은 크게 △인도적 지원 △평양 연락사무소 △종전 선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찰단이 복잡한 영변 핵 시설의 폐기 과정을 지켜보고 본토에 보고하기 위해서는 평양 연락사무소가 필요할 것이고 그러면 워싱턴 북한 연락사무소 설치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이미 1994년 제네바에서 연락사무소 개소 및 진전에 따라 대사관 승격을 합의했지만 지켜지지 못 한 바 있다. 이번에 상호 연락사무소가 설치된다면 지난 6.12 싱가폴 공동 성명 1항에 “양국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고 돼 있는 것의 첫 발을 떼는 의미가 있다.

종전 선언은 정전 협정의 주체인 북미중에 더해 한국까지 4국이 다 모이기는 어려우니 하노이 합의문에 조항으로 명시될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무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종전을 선언하면 바로 정전 협정을 끝내고 평화 협정을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칭 ‘평화협정위원회’가 구성되고 여기에 비건 대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가 들어가고 중국 대표도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교수는 “이번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깜짝 놀랄 만한 합의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보는 사람 중 하나”라며 2차 회담 결과에 대해 고무적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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