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의장이 쏘아올린 ‘개헌’ 열차
문희상 의장이 쏘아올린 ‘개헌’ 열차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4.11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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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추천제로 여야 타결 가능할까
민주당과 청와대는 회의적
한국당은 원론적 동의 및 더 원해 
작년 개헌 정국 때 무산된 바 있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020년 총선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해보자고 제안했다. 권력구조를 분산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하자는 것인데 여권은 집권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제를 고수하고 있고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최대한 국회로 권력을 가져오고 싶어 한다. 

이런 여건에서 문 의장은 2018년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절충안으로 내세운 총리추천제 카드를 다시 꺼냈다. 

문 의장은 10일 오전 국회 중앙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서 기념사를 발표했고 “역사적으로도 모든 혁명적 대사건은 개헌이라는 큰 틀의 제도화와 시스템의 대전환으로 마무리됐다”며 “핵심은 권력의 분산”이라고 밝혔다.

문희상 의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 사무처 제공)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국회에서 국무총리를 복수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으로 2020년 총선에서 국민 투표에 부치는 개헌에 대한 일괄타결 방안을 논의하자. 결코 늦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당연히 개헌에 따른 새로운 룰은 다음 정권부터 적용된다. 문 의장이 이런 제안을 하는 당위는 명확하다.

“현재 우리의 정치 시스템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승자독식 구조다. 이기지 못 하면 죽는다는 비정치적인 사고와 대결적인 사고가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 더욱이 불평등과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는 경제적 위기 뿐만 아니라 정치적 위기로도 다가온다. 양극화가 심화돼 중산층이 감소할수록 극단의 정치가 활개치고 선동가가 등장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국민 통합은 외면하고 반목과 갈등을 이용하는 나쁜 정치가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100년을 매듭짓고 패러다임 대전환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고로 문 의장은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현행 권력구조와 표심을 왜곡하는 선거제도를 고치지 않는다면 선거가 거듭될수록 대결 정치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그 폐해는 증폭될 것”이라면서 반드시 개헌을 완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 국회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 정책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고 4월 임시국회 의사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문 의장이 구체적인 개헌 내용과 시간표를 제시한 만큼 다시 국회를 가동시킬 촉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기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위성에 공감하고 의장의 말씀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한국당도 호의적일 수 있는 경제활성화 입법(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등)조차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개헌에 합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내각제적인 요소가 들어간 개헌안을 논의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총리추천제에서 좀 더 나아간 총리선출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원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보였다.

한국당은 작년 당론으로 이원집정부제(내치는 총리가 맡고 외치는 대통령이 맡음)를 제시한 바 있다. 

의원내각제는 의회 선거(총선) 한 번만 실시해서 다수당이 내각을 꾸리는 것이고, 이원집정부제는 총선과 대선 두 번 치러서 내치 실권을 의회 다수당이 내세운 총리에게 주고 외치 실권을 대통령에게 주는 것이다. 

총리추천제나 선출제는 의회가 내세운 총리를 세움으로써 기존의 대통령제에서 허수아비로 여겨지는 총리의 위상을 높이는 방안이다. 현행은 헌법 86조 1항에 따라 대통령이 총리를 지명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된다. 추천제는 여야 합의로 세워지고 대통령의 임명 거부권을 인정해준다. 반면 선출제는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 선출되기 때문에 총리의 위상과 지위는 좀 더 강고해진다. 

작년 5월23일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해줄 것을 요구한 3당. (사진=박효영 기자)
작년 5월23일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해줄 것을 요구한 3당. (사진=박효영 기자)

기본적으로 3당은 양당을 중재했던 만큼 문 의장의 제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작년 6.13 지방선거 이전에 형성됐던 개헌 정국은 양당의 핑퐁게임으로 무산된 바 있다.

우원식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명확한 권한 분리를 전제한 대통령제를 선호했다. 즉 총리 선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행정부의 권한으로 보는 입장이었다. 대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사실상의 연정 협치 구조(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김종필 DJP 연합)가 전개된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은 총리추천제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협상의 여지는 있다. 조국 민정수석도 작년 3월22일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할 때 “한국 정치 문화에서 대통령과 국회에서 선출 또는 추천된 총리는 갈등하고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무엇보다 선거제도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정국이 게임의 룰은 5당 합의로 처리돼야 한다는 주장 때문에 지지부진한 측면이 있는데 만약 분권형 개헌에 탄력이 붙으면 한국당까지 합류해서 빅딜이 일어날 수도 있다. 분권형 개헌이 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논의해볼 수 있다는 것이 한국당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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