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56] 다시 등장한 한국당의 ‘동시 분권형 개헌론’
[선거제도 개편56] 다시 등장한 한국당의 ‘동시 분권형 개헌론’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2.27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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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은 연동형이 싫어해
연동형 하려면 분권형 개헌해야
연동형 합의한 뒤 개헌 논의 순서 바꿔
집권 가능성 낮을수록 분권형에 솔깃
민주당은 대통령제 고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작년 연말 12월15일 5당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 6개항 합의문을 발표했다. 물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단식에 돌입한 상황이라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급하게 도출된 측면이 있다. 

어쨌든 6항을 보면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시작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곧바로”를 생략하고 “동시에”만 초점을 맞추고 선거제도 개혁과 권력구조 개헌을 같이 하자고 주장했다. 4당이 자체 모델을 제시하지 않는 한국당을 패싱하고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카드를 내민 직후였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자체에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했다”거나 “의원 총사퇴”를 말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고 선거제도 안을 내는 대신 개헌과 함께 하자는 게 당론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민주당과 한국당의 정국 주도권 싸움으로 개헌과 선거제도 이슈가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어떤 타협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6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선거 룰에 관한 법은 패스트트랙에 한 번도 태운 적이 없다. 저희로서는 모든 것을 걸고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며 “(개헌으로) 대통령의 권력 분점과 (선거제도) 개편에 관한 논의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게 한국당의 입장이다. 결국 권력 분점 논의없이 선거제 개편만 이뤄지는 것은 권력구조가 선거제와 조응되지 않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 당의 정리된 입장은 선거제 개편과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동시에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합의문에 나온 선후 관계는 명확하다. 하지만 한국당 입장에서 대세로 굳혀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하기도 부담스럽고 절충적으로 찬성하기도 부담스럽다. 거대 정당인 민주당은 한국당처럼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이었지만 소위 한국식 연동형(준·복합·보정)으로 절충 노선을 택했고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공조에 들어갔다. 

장제원 의원은 그나마 한국당 내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는 편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장제원 의원은 그나마 한국당 내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는 편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나마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1월24일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원내대표로부터 정개특위 최소한의 접점을 찾을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오늘은 당론은 아니지만 한국당 정개특위 책임자로서 내가 개인적으로 제안하는 안에 대해 (여야 정개특위 위원들이) 접점을 찾아준다면 원내 지도부에 보고하고 의총에 제안해보겠다”고 발언했다.

장 의원은 일종의 “스타트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면서 ①의원정수 현행 300석 유지 ②정수 감축을 위한 도농복합형 도입 ③민주당의 연동형 모델(준 연동·복합 연동·보정 연동) 중 선택 가능 등 3가지를 협상 기준으로 제시했다.  

장 의원의 스타트라인이 나 원내대표에게 보고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결국 이날 의총에서 절충적 연동형으로라도 기본 방향이 제시되지 않았다. 분권형 개헌으로 대통령 권력을 국회로 많이 가져오면 거대 정당으로서 손해를 보는 연동형에 대해 논의해볼 수 있다는 속내만 드러낸 셈이 됐다.     

사실 2016년 말 국정농단이 터지고 탄핵을 겪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국당은 개헌을 말할 때면 세트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서두로 깔아놨었다. 그 배경을 봐야 한다.

나 원내대표는 작년 1월 광화문 <관제개헌 저지> 시위에 참석한 바 있다. (사진=박효영기자)

집권할 가능성이 높거나 집권한 정치 세력은 자기 권력을 내려놓는 게 쉽지 않다. 실제 김영삼 정부·김대중 정부가 내각제 개헌안 공약을 지키지 않았고 박근혜 정부도 4년 중임제 개헌안에 대해 ‘개헌 논의는 블랙홀’이라며 논의를 거부하다가 국정농단 발발 당일(2016년 10월24일)에서야 국면 전환용으로 개헌을 꺼내들었다. 반대로 집권 가능성이 희박한 정치 세력은 개헌을 요구하면서 권력 분산을 바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동원되는 단골 구호는 “국민 개헌”과 “제왕적 대통령제”다. <내가 집권하면 제왕적이어도 되는데 남이 집권하면 제왕적이면 안 된다>는 내로남불의 전형이었다. 이것은 여야 가릴 것 없다.

한국당의 분권형 개헌론은 이런 맥락에서 태동했고 한국당은 실제 작년 4월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 총리제’라는 이원집정부제(외치는 대통령 내치는 국무총리)를 개헌 당론으로 확정한 바 있다. 

하지만 집권 세력인 더불어민주당은 최대한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이런 배경으로 작년 지방선거 전에 개헌 정국이 형성됐었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의 견해 차이로 무산됐었다. 총리에 대한 국회의 영향력을 어느 수위로 유지할 것인지와 관련 총리추천제와 총리선출제가 중재안으로 제시됐지만 끝내 민주당의 반대로 합의되지 못 했다. 

정의당이 가장 먼저 민주당을 유인하기 위해 총리추천제를 내놨었는데 반응이 시원치 않자 한국당도 회의적으로 돌아섰던 모양새였고 여기까지가 개헌 정국의 흐름이었다. 그래서 3당과 시민사회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이 엮이면 전자의 좌초로 후자에까지 불똥이 튈까봐 분리 논의를 주장해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작년 연말 단식 중이었던 손학규 대표를 찾았던 나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 (사진=박효영 기자)

나 원내대표는 1월22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시정하는 내각제적 요소의 도입없이는 연동형을 도입하는 것은 한 마디로 제도의 정확성을 파괴하는 일”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하는 내각제적 요소 즉 총리추천제에 대한 민주당의 의견이 어떤지를 묻고 싶다”고 발언했다.

민주당의 연동형 모델이 공식 발표되고(1월21일) 그 다음날에 나온 나 원내대표의 반응인데 정개특위 위원인 천정배 평화당 의원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연동형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가진 한국당을 설득할 방안이 있어야 한다”며 “총리추천제는 2017년 2월부터 평화당과 정의당의 당론이었다. 총리추천제와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연동형) 도입을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양보하는 게 정치 개혁의 첩경”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초 국회의 총리선출제를 고수하던 한국당의 입장이 총리추천제를 전제로 하는 연동형 도입으로 바뀐 것은 전향적이다. 총리추천제는 지난 두 차례의 정권에서 드러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혁 방안”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안타깝게도 민주당은 한국당의 분권형 개헌론에 호응하기 보다는 4당 패스트트랙 전선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당이 아무리 반발해도 현실적으로 패스트트랙을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3당은 한국당 새 지도부와 접촉해보고 오는 3월10일까지 5당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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