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㊽] 3당의 ‘안’ ·· 민주당 vs 한국당 vs 3당
[선거제도 개편㊽] 3당의 ‘안’ ·· 민주당 vs 한국당 vs 3당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1.24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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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선거제도 안 발표
민주당 안과 무엇이 다른가 
한국당만 안을 내지 않고 있어
개헌으로 유인하는 방법
도농복합형도 중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선거제도 안을 발표하면서 이제 자유한국당만 남았다.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의원총회를 통해 추인받은 선거제도 안을 발표했다. 현행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그대로 둘 수는 없기에 개혁을 하긴 해야 하는데 5당 합의를 이뤄내기가 무척 어려운 상황이다.

3당 원내대표(김관영·장병완·윤소하)는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제도 안의 5가지 원칙을 설명했다.

①완전한 형태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관철
②의원정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권고안 360석 존중하되 330석 기준으로 협의
③석패율제 또는 이중 등록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
④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은 330석 기준 2대 1 또는 3대 1로 협의
⑤권역별로 할지 전국 단위로 할지 협의 후 검토

3당의 안을 발표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는 원내대표들. 왼쪽부터 김관영 바른미래당·장병완 민주평화당·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먼저 ①과 관련 3당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민주당이 제안한 3가지 방안은 그 어느 것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정신을 온전히 담고 있지 못 한다”며 “절반의 연동형, 위헌적 연동형 그리고 사실상 병립형에 불과한 안이다. 한 마디로 무늬만 연동형이자 가짜 연동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자칭 한국식 연동형으로 제시한 △준 연동(300석 기준으로 30% 정당 득표율을 얻으면 90석을 확보해주는 것이 아니라 일단 45석만 배분하는 형태이고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연동하되 전체 득표율의 절반만 배분) △복합 연동(정당 득표율과 지역구 득표율의 총합으로 전체 의석 배분) △보정 연동(1차로 전체 200석 지역구 선거 득표율의 평균을 내고 그에 따른 정당별 의석률이 맞지 않는 경우에 그 보정값과 정당 득표율을 함께 고려해서 비례대표 의석 100석을 배분) 3가지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당식 3가지 모델은 모두 정당 득표율로 전체 확보 의석수를 픽스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만 반영해서 확보 의석수를 정하는 것이기 때문인데 3당은 “오히려 연동형을 어떻게 하면 피해갈 수 있는가만 고민한 것 같다. 대단히 유감”이라며 “연동형을 회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진짜 연동형 도입을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왜 자기 당의 소병훈·김상희·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진짜 연동형 법안을 버리고 가짜, 짝퉁, 사이비 방안을 주장하고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실제 소병훈 의원(2016년 7월27일), 김상희 의원(2017년 2월14일), 박주민 의원(2017년 2월15일)은 모두 정당 득표율로 전체 확보 의석수를 픽스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고 여기에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민주당 의원들만 23명(강창일·윤관석·박경미·전재수·원혜영·임종성·인재근·김영진·황희·유승희·이용득·김두관·제윤경·강병원·유동수·설훈·김철민·최운열·김병기·박광온·권미혁·김영호·박남춘)이다. 

김상희 의원이 발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법안에 13명의 의원이 서명했다. (자료=국회의안정보시스템)

②④에 대해 3당은 “국회의 특권 내려놓기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바람을 반영해 의원정수를 늘리더라도 국회의원 세비 감축 등을 통해 국회의 전체 예산은 동결”한다고 전제했다. 국민 여론은 의원정수 증원에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인데 양당은 이를 명분으로 무기화해서 연동형 도입에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김상희 의원 법안 기준으로 보면 “의원정수는 선거일 1년이 속하는 달의 말일을 기준으로 인구 15만명당 1인을 기준으로 산출”하게 돼 있고 그랬을 경우 345명(5181만 1167명÷15만)이 된다. 박주민 의원 법안 기준은 370명(5181만 1167명÷14만)이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밥값하는 국회의원”을 더 늘리자고 주장한 바 있고 정의당과 시민사회는 밥값 못 하는 국회를 개혁하기 위해 셀프금지 3법(세비 인상·윤리위원회 징계 심사·해외 출장 심사)을 제안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3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국민들이 국회를 불신하는 것은 국회의 행태 때문”이라며 “의석수는 그 나쁜 행태를 저지른 사람들이 저렇게 많아? 이렇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행태를 뜯어고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셀프금지 3법 등 국회 개혁을 추진해서 “신뢰를 회복해야 되는 것이지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자 줄이자(가 본질이 아니다). 아마 지금 이런 상태로는 국회의원 숫자가 100명이 돼도 (국민 여론은) 국회를 불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민주당도 국회 개혁의 방안으로 특권 폐지가 본질이 아니라 입법 절차의 비효율성을 뜯어고쳐서 “일 안 하는 국회”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선진화법이나 법제사법위원회의 상원 갑질을 통해 이런 문제점을 개선해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취지다. 국회의 특권을 내려놓든 입법 절차를 효율화 하든 모두 의원정수 증원을 위해 국민에게 제시해야 할 방안이 될 수 있다.  

결국 3당의 정치력으로 선거제도 개혁이 완수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결국 3당의 정치력으로 선거제도 개혁이 완수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3당은 330석 기준으로 220대 110으로 하거나 248대 82라는 카드를 제시했다. 민주당의 계획대로 의원정수 증원없이 현행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8.5(253석)대 1.5(47석)를 200대 100으로 맞추려면 53석의 지역구를 없애야 한다. 3당은 민주당이 지역구 감축 방안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만 하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③에 대해 민주당은 사라진 해당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기능할 수 있다고 역설했는데 3당도 의원정수를 늘리더라도 이를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⑤과 관련 민주당은 오래 전부터 당론으로 권역별을 내세워왔다. 3당은 연동형의 본질만 지켜진다면 권역별이든 전국구든 다 괜찮다는 입장이다. 

유종성 가천대 교수(사회정책대학원)는 23일 저녁 기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선거제도 개혁의 주된 목표를 비례성과 대표성 확대에 두느냐 지역주의 완화에 두느냐에 따라서 해법이 다를 것”이라며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를 위해서는 뉴질랜드처럼 전국 단위 연동형이 좋다. 한국은 독일처럼 연방제 국가가 아니고 권역별 연동형은 비례 의석의 비중이 높지 않으면 대량의 초과 의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국 단위 연동형을 할 경우 기존의 지역구 의석과 의원정수 300석을 유지하거나 330석 정도로만 늘려도 초과 의석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한국당이다. 

한국당은 아직 자체 안을 내지 않으면서 △의원정수 증원은 국민 여론 때문에 안 되고 △지역구 축소도 비현실적이라 안 된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작년 연말 단식 중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찾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가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하겠다”는 수준으로 발언해왔지만 나경원 원내대표가 취임한 뒤로는 연동형 그 자체에 부정적이다. 분권형 개헌을 전제한 연동형 도입에 검토할 수 있다는 수위로만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김재원·정유섭 한국당 의원은 매번 정개특위 회의에서 연동형을 하지 않을 논거들을 발굴해서 제시하고 있다. 

3당은 “한국당은 여전히 당의 입장도 정하지 못 하고 정개특위에서 다른 당의 입장만 비판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연동형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부 논의도 없이 그저 의원정수 확대는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당은 “각 정당이 정치 개혁의 사명을 새기고 실천 가능한 방안을 논의한다면 1월 중으로 충분히 합의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지만 당장 △5당 지도부의 정치 협상이 열릴 가능성이 높지 않고 △한국당이 대여 공세할 소재가 많은 만큼 선거제도 논의에 당력을 쏟을 분위기가 아니라서 매우 어려운 게 객관적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5당 원내대표들은 지난해 연말 선거제도 합의문을 도출한 바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2018년 12월15일 타전된 5당 합의문 6항을 보면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시작한다”고 돼 있는데 현실적으로 한국당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분권형 개헌에 대한 공감대를 전제로 선거제도 개혁 완료 직후 바로 논의한다는 정치적 빅딜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그냥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한다가 아니라 연동형을 중심으로 논의한다는 게 정개특위의 대세가 됐듯이 열린 개헌 논의가 아니라 분권형 개헌(의원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으로 의제를 좁혀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19일 보도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선거제도가 합의되면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논의하자는 게 원내대표 합의사항이다. 내가 볼 때는 단순한 선후 문제가 아니라 개헌은 선거제도 개편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다시 말해 개헌에 대한 담보가 있을 때 선거제도 개편도 가능하다”며 “선거제도 개편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면 원포인트 개헌도 하자고 한국당이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이어 “핵심 내용은 한국당이 주장하는 총리추천제다. 총리추천제 적용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이후부터인 데다 단수가 아니라 복수로 추천하는 식이 되면 여권도 수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협상 국면까지 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시정하는 내각제적 요소의 도입없이는 연동형을 도입하는 것은 한 마디로 제도의 정확성을 파괴하는 일”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하는 내각제적 요소 즉 총리추천제에 대한 민주당의 의견이 어떤지를 묻고 싶다”고 발언했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53석 지역구 축소 방안 △내각제적 요소 도입 △총리추천제 등 3가지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3당과 원내외 4당(민중당·노동당·녹색당·우리미래)은 연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천정배 평화당 의원은 22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선거제도 개혁으로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 현실 조건을 무시할 수 없다”며 “연동형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가진 한국당을 설득할 방안이 있어야 한다. 총리추천제는 2018년 2월부터 평화당과 정의당의 당론이다. 당초 국무총리 선출제를 고수하던 한국당의 입장이 총리추천제를 전제로 하는 연동형 도입으로 바뀐 것은 전향적”이라고 해석했다.

천 의원은 “대통령께서도 당선 직후 5당 원내대표와 회동(2017년 5월19일)한 자리에서 선거제 개편이 같이 논의된다면 대통령제가 아닌 다른 권력 구조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권력 분산을 위한 총리추천제 정도는 받아들이고 민심 그대로 선거제를 도입하는 것이 지금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거제 개혁 방안”이라며 문 대통령의 역할을 주문했다.

분권형 개헌으로 한국당을 유인하면 대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각론들이 남아 있긴 하다. 

2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개특위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밝히자면 현실적으로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려면 도농복합제(100만 이상 도시는 중대선거구 농촌과 소도시는 소선거구)를 통해 도시의 인구 밀집 지역 의석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자신들이 내놓은 안에서는 지역구를 53석이나 줄이자는 황당무계한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동형에 대해 정개특위 1소위에서 논의해본 뒤 최소한의 접점이 나오면 의원총회에 보고한 뒤 당론을 끌어낼 방침이지만 그동안 정개특위 소위에서 아무런 접점이 도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원외 정당 입장에서 선거제도 개혁은 매우 절실하다. 가운데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우인철 우리미래 대변인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분명 한국당은 의원정수 증원도 지역구 축소도 모두 부정적인데 반해 현행 정수를 전제로 도농복합형을 도입해서 지역구를 줄인다면 솔깃할 수 있는 여지가 좀 있다. 김 전 원내대표나 함진규 전 정책위의장도 도농복합형이 한국당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했고 그런 공감대가 어느정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권력 분산을 싫어하기 때문에 분권형 개헌에 회의적이고 도농복합형에 대해서도 무척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궁극적으로 3당의 정치력이 발휘돼 양당을 절충점으로 끌어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당장 24일 오전 10시 정개특위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는데 여기서 4당의 안이 보고되고 한국당의 대략적인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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