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52] ‘패스트트랙’ 코앞 ·· 민주당의 ‘준연동’으로 가나
[선거제도 개편52] ‘패스트트랙’ 코앞 ·· 민주당의 ‘준연동’으로 가나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2.20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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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당의 공감대
바른미래당의 고민
패스트트랙 안 가더라도
격한 한국당 반응
준연동의 비율을 높이는 협상 가능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설 연휴 전후로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정 구속되고 5.18 망언 사태까지 겹친데다가 국회도 멈춰있어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이슈는 잠잠했었다. 하지만 방미 일정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이 합의안을 마련해서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 330일 지나면 무조건 본회의 표결)에 올려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가장 먼저 전략적으로 주장했던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적극적이지만 합의주의를 신봉하는 바른미래당은 신중하다. 자유한국당의 새 지도부가 꾸려지면 좀 더 협상을 해봐야 한다는 점과 패스트트랙으로 한국당을 고립화시켰을 때 국회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는 점 이 두 가지로 인해 고민된다는 입장이다. 아무튼 오는 21일 의원총회를 열고 결론을 내기로 했다. 

다만 3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은 선거제도 개혁 공조를 지속해온 만큼 과연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준연동제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민주당의 당론인 소위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준·복합·보정) 중에서 준연동을 그나마 3당이 택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정당 득표율로 확보 의석수를 픽스하는 대원칙을 양보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조찬 회동에서 3당 지도부가 선거제도 패스트트랙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3당 지도부는 19일 아침 서울 마포구의 호텔에서 조찬 회동을 했다. 여기서 선거제도 합의안을 마련해 패스트트랙으로 올릴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는데 바른미래당의 신중한 입장으로 인해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패스트트랙 지정시 장단점과 민주당의 의도 등을 논의했으나 결론은 없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하면 20대 국회가 한국당 대 나머지 정당의 구도로 짜이면서 국회가 파탄으로 갈 수 있어서 쉽게 정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당이 성의있는 조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평화당(정동영 대표와 천정배 의원)과 정의당(이정미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은 한국당만 선거제도 안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전당대회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하루 빨리 4당 합의안을 만들어서 패스트트랙을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직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3당은)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안을 내놓지 않는 것은 더 이상 인내하기 힘들다는 것을 공유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2020년 4월15일 총선이 열리고 바뀐 선거제도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패스트트랙 추진 여부가 올해 3월 중순(3월7일 또는 14일에 지정해야 330일 이후 2020년 2월 중으로 본회의 통과)까지 결정돼야 한다. 이러한 스케줄에 따라 바른미래당은 적어도 2월27일 이후 구성될 새로운 한국당 지도부와 협상할 수 있는 기간이 2~3주 가량 남아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일단 패스트트랙을 태운 후에 한국당과 지속적으로 논의해서 5월이나 6월 쯤에는 합의 통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견지하고 있다. 아마 목요일(21일) 쯤에는 의원총회를 거쳐 장단점을 고려해 당내 의견 수렴을 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기 정책위의장과 나경원 원내대표는 4당의 패스트트랙 움직임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바른미래당의 우려는 적중했다. 이날 오후 개최된 한국당 의총에서 그런 반응이 터져나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거제마저 패스트트랙을 태우겠다는 건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사실상 제1야당을 무시하는 걸 넘어서서 실질적으로 의회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고 보인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다. 최대한 단호하게 조치하겠다. 의회 문을 닫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고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에 태운다면 민주주의를 안 하고 좌파 독재를 하겠다는 것이다. 인민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의원직을 총사퇴하고 모든 국정을 올스톱하고 전면전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당장 국회 정상화 협상도 불발됐다. 이날 오전 5당 원내대표들이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했지만 정상화에 합의하지 못 했다. 오후에 교섭단체 3당 원내수석부대표들 간에 추가 회동이 예정됐었지만 취소되면서 국회 파행 사태가 장기화되는 분위기다. 문 의장은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국회를 열고 싸우자는 취지로 호소 메일을 보냈지만 조만간 열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날 오전 5당 원내대표가 모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3당이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압박하고 있는 선거제도에 대해 민주당이 전향적으로 나온 이상 패스트트랙 조치는 가시화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전 이해찬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당 때문에 모든 걸 안 할 수는 없기 때문에 4당이 공조해서 문제를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동의했다. 한국당이 강력하게 반대하면 법안 처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여야 4당이 공조해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4당 합의안에 대해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도입 등 연동형 비례대표제 관련 입장을 가지고 다른 당과 협의하고 있는데 어느정도 상대방의 의사가 확인됐다. 이제는 그것을 가지고 마무리해서 올려야 된다”고 강조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전날(19일) 방송된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이정미 대표는 “300명 의원정수 안에서 현행 비례대표 47석보다는 한 2배(100석) 정도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고 그 안에서 정의당이 얘기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병립형 현재와 같이 의석수에 연동시키지 않는 그런 병립형 두 가지를 섞어서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방안에 대해서 제안했다. 그래서 이런 (이해찬 대표가 제안한) 안과 정의당이나 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이 각각 가지고 있는 안들을 한 번 조율해서 합의안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쨌든 4당이 동일한 안을 빨리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정미 대표가 대신 전한 이해찬 대표의 안은 준연동이다. 100석 기준으로 10% 정당 득표율을 얻으면 10석을 확보해주는 게 3당이 말하는 온전한 연동형이다. 하지만 준연동은 5석만 할당하고 나머지 5석은 다른 방식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3당이 민주당의 준연동을 수용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3당 중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가 4당 합의안이 도출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온전한 연동형에서 준연동으로 양보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달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견을 전제로 “준은 이래저래 얘기는 해볼 수 있다. 근데 그것도 딱 못을 박지 않았는가. 5대 5로. 탄력을 줄 수가 없다. 지금처럼 병립형으로 준다. 복합과 보정은 논의 가치가 없고 준은 얘기해볼 수도 있는데 5대 5로 못박아서 하면 협상의 여지가 줄어든다. 그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정당 득표율의 50%만 확보해주는 비율을 좀 더 높여서 협상에 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100% 정당 득표율대로 확보 의석수를 픽스해주면 좋겠지만 3당이 민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 준연동을 받아들이되 60% →70% →80% →90%로 높이기 위해 협상을 할 가능성을 예상해볼 수 있다. 

로드맵으로 정리하면 △4당 합의안 마련(~2월27일) △한국당 새 지도부와 협상(~3월7일)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 결정(~3월14일) △합의안 본회의 통과(2020년 2월 초)로 전개될 수 있는데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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