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㊵] 문희상 의장의 ‘홍길동전’ ·· 협상을 위한 ‘릴렉스’
[선거제도 개편㊵] 문희상 의장의 ‘홍길동전’ ·· 협상을 위한 ‘릴렉스’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1.07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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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의장은 왜 갑자기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연동형은 아니라고 했을까, 지난 연말 정국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큰 역할한 문 의장이지만 이해찬 대표의 말장난에 대해 이야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의지를 두고 “연동형”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연동형이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의 취지가 연동형이라서 마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 하는 홍길동전과 유사한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됐다.

5당 대표들이 만나는 초월회에서 어김없이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대표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 하소연을 했고 그 방향은 소극적인 양당 대표들을 향하기 마련인데 문 의장은 “각 당의 사정”이 있다는 디펜스 차원에서 문 대통령의 말을 확증으로 가져가려는 3당을 저지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문 의장의 의도가 있다. 

문희상 의장이 3당 대표들의 공세를 중재하기 위해 애를 썼다. (사진=박효영 기자)

7일 정오 국회 사랑재에서 2019년 첫 초월회가 열렸고 문 의장은 “잠깐만 오해의 소지가 있을만한 발언이 있기 때문에. (중략) 대통령과의 녹화라는 말이 나오는 대목에서 나는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바로잡을 일이 있다. 녹화를 하라고 했다. 그런데 거기에 연동제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며 “연동형이다. 이런 얘기는 안 했다는 것은 확실하게 말하겠다”고 밝혔다.

도대체 문 대통령이 언급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방향이 연동형이 맞는지 아닌지 체크해보기 전에 잠시 과거로 돌아가봐야 한다. 

문 의장은 지난달 14일 급하게 문 대통령과 회동했다. 당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단식 중이었고 점점 장기화되고 있었다. 예산안에 비협조해서라도 49석의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관철하려고 했는데 양당이 그걸 무시하고 예산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단식을 감행한 것이다. 

문 의장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문 대통령의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메시지를 재확인했고 이것이 민주당에 전달돼 한국당을 움직였다. 연동형을 도입하기 위한 구체적 검토 차원의 5당 합의문이 바로 다음날(12월15일) 도출됐다. 

이후 3주가 흘렀다. 의원정수 증원론에 대해 국민 여론이 반대한다는 강력한 핑계거리를 필두로 양당의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당 득표율로 확보 의석수를 픽스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을 연동해서 정당 득표율에 정확히 맞춰주는 것이다. 이게 연동형이다. 

문 대통령이 재차 선거제도 개혁으로 강조하는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5년에 권고한 개혁안과 “독일식” 선거제도다. 3가지 주요 발언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이전부터 연동형이라는 표현만 안 썼지 연동형을 핵심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지해왔다. (캡처사진=트위터)

①2012년 1월22일 당시 문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미 밝혔듯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선거제도의 가장 좋은 방안은 독일식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②2018년 11월1일 문 대통령은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전에 5당 지도부와 문 의장을 사전에 만나 “중앙선관위 안을 기본으로 해서 비현실적인 부분은 현실화하고 수정 보완할 부분은 수정 보완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높이면 선거구제 개혁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③2018년 12월14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문 의장과 만나 “중앙선관위 안을 기본으로 해 여야 합의를 본다면 저는 얼마든지 대통령으로서 함께 의지를 실어 지지할 뜻이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선관위 안과 독일식의 기본이 정당 득표율에 확보 의석수를 픽스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연동형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손학규 대표의 말을 듣고 있는 이해찬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1월23일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민주당이 그간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공약한 것도 대통령이 국정 과제에서 제시한 것도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며 마치 과거 공약했던 것이 연동형이 아닌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그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예컨대 전국을 6개로 나눠서 각 지역에서 확보될 의석수를 해당 지역에서의 정당 득표율로 결정하는 것이다. 즉 연동형이 맞다.

결국 문 의장과 이해찬 대표 모두 “노래부르는 사람”이라고 했지 “가수”라고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는 꼴이다.

문 의장이 초월회에서 한 말을 살펴보자.

“선거제도가 고쳐져야 한다. 문 대통령의 소신이다. 득표수대로 의석수가 분배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면서 대표성과 비례성을 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하는 것에 변함없었다. 정치하면서 그때 그때마다 나는 그걸 강조했다. 그런 말씀이었다. 그 말이 연동형이라고 독단적으로 말씀하는데 내가 보기엔 초월회의 정신이 좀 헷갈리는 대목이 있다. (플로어에서 지켜보던 인사들이 동요를 일으키며 탄식함) 그건 그렇게 해석하는 분들(3당)의 뜻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의장도 기왕 나선 것이니까 좀 더 끝까지 결말을 내려달라”고 주문했고 이정미 대표는 “(단식을 풀고 5당 합의문을 도출하는) 그 과정에서 의장께서 너무 큰 역할해주셨고 대통령께서도 평소 신념은 내가 알기로는 선관위가 내놓은 안. 그것이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이해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래부르는 사람이라고 말했지 가수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식의 민주당의 말장난은 정당 득표율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확보해왔던 거대 정당으로서 그동안 보여왔던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돌파구를 마련했던 문 의장이 그런 말장난에 합류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굉장히 의아하게 느껴진다.

피곤한 기색의 손 대표와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이해찬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그 진의를 봤을 때 문 의장은 양당이 3당의 공세를 받는 모양새가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고 실제 말미에 그런 취지로 발언했다. 

“우리들끼리 깊은 실속있는 얘기를 나누기 위해서 공개적으로 (초월회 모두발언을 공개)하는 것에는 자기 당이나 자기 주장을 하게 돼 있다. 이 구조가. 진짜 초월이 안 되는 것 같다. 선거구제에 대해서 왜 양당이 말을 안 하느냐고 하는데. 그걸 다루기 위해서 전문가들을 여기에 불렀다. 지금 어디까지 왔나 보고를 하기 위해서다. 대표들께서 좀 아시라고. 아직 다루지 않은 안건에 대해서 책임지라고 너무 추궁하지 말라고 그랬다. 양당 대표들이 왜 그걸 모르겠는가. 다 알지. 당마다 사정이 있고 그 사정을 초월해서 하자고 하는 것이고 너무 윽박지르기만 하면 초월이 안 된다. 우리는 당을 위해서 한 마디 해야지. 이렇게 되면 아무 것도 안 된다.”

그 전에 이정미 대표가 “새해 벽두부터 죄송한 말씀이지만 초월회 모임을 할 때 거대 양당의 대표는 한 번도 그 문제에 대한 언급을 안 한다. 국회에서 이렇게 큰 문제가 있었는데 새해를 맞이해 집권 여당 대표와 제1야당 대표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말씀은 한 번쯤 할 법 하지 않나. 그런데 오늘도 여전히 언급이 없어서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지 조바심이 들고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며 공세를 취한 것에 대한 문 의장의 디펜스다.  

이정미 대표는 양당 대표들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정미 대표는 양당 대표들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양당 대표를 자극해봤자 협상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1월 지나면 손털고 한국당과 민주당은 끝났다. 이렇게 할 것인가? 아니지 않은가. 그건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압박했다.

정 대표는 “문 대통령께서 동영상 녹화한 것 있지 않은가. 내 신념과 철학이 선거제도 바꾸는 것”이라고 재차 부각했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방침에 강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 대표가 그 고리를 공략했을 때 문 의장이 대신 디펜스해주고 이해찬 대표의 재량권을 확보해줘야 오히려 협상이 풀릴 여지가 있다고 판단을 내린 것 같다. 말과 말이 오가면서 감정적으로 마음이 상하다 보면 결국 협상이 결렬되기 때문에 자극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전략으로 보여진다. 최대한 좋게 해석해보면 그렇다. 

협상의 플레이어는 상대를 압박할 수밖에 없지만 심판자인 문 의장은 그걸 중재하면서 완수해야 하기 때문에 방어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런 문 의장의 역할이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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