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합의문 불발의 핑계거리 도농복합형을 둘러싼 진실, 이해찬 대표는 이미 논의 중이었던 정개특위 상황 파악 못 해, 김관영 원내내표가 봤을 때 민주당이 논의하자는 것도 못 받아들이는 것 이해 안 돼,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안 하고 싶은 것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의지와 달리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미온적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지 않을 온갖 구실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10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진행된 바른미래당 지도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1소위 간사들이 12월3일 정리해서 발표한 선거제도 모델) B안에 명시적으로 도농복합형과 권역별 비례대표제 의석수가 225대 75로 명시돼 있는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걸 모르고 있었다. 그런 내용이 없다고 계속 고집했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출범한지 100일을 맞았지만 손 대표는 현재 단식 중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는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에서는 중대선거구제로 하고 시골에서는 소선거구제로 하자는 안이고 수도권에서 1등을 차지하기 어려운 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3당이 주장하는 큰 틀에서의 연동형 비레대표제 합의문 초안에 동의했지만 한국당이 도농복합형 선거구제 논의를 명시하자는 요구 때문에 막판에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서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빼고 4당이 합의문을 발표하자고 제안했는데 되려 바른미래당이 거부해서 최종 합의가 결렬됐다고 책임을 돌렸다. 

이에 대해 김관영 원내대표는 “도농복합형 문제가 알다시피 정개특위 3당 간사(김종민·정유섭·김성식)와 정개특위 위원장(심상정) 이름으로 그동안 논의됐던 3개 모델로 정리해서 배포했고 발표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농복합형 문제는 이미 토론의 대상으로 올라왔던 것이다. (합의문 초안으로) 민주당에게 제시했던 것은 도농복합형을 도입하자고 확정적으로 얘기했던 것이 아니고 도농복합 제도도 논의의 대상으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나는 사실 그 부분을 민주당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제 발표되지 못 한 초안의 ②을 보면 김관영 원내대표의 발언처럼 정개특위에서 논의될 수 있다는 의제 상정의 차원이었다.

①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원칙으로 하고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확대한다. 
②의원 정수와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도농복합형 선거구 포함) 등에 대하여는 정개특위 합의에 위임한다.
③석패율제 등 지역 구도 완화를 위한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
④선거제도 관련 법안은 2019년 1월 임시 국회에서 최종 확정 의결한다. 
⑤정개특위 활동 시한(~12월31일)을 연장한다. 

바른미래당이 3당 중에서 유일한 교섭단체로서 양당을 상대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지도부에서 그 부분을 강하게 반대해서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이 대표를 예산안 통과 직전에 본회의장에서 만난 일이 있었다.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하다가 화장실을 가면서 만났다. 그래서 내가 비서에게 그 3당 토론문을 직접 가지고 와서 그 자리에서 보여줬다. 내가 볼 때는 (이 대표가) 도농복합도 정개특위 논의 과정에서 정확하게 (그런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건지 굉장히 의문을 가졌다”고 전했다. 

즉 오래 전부터 도농복합형은 정개특위에서 논의돼 왔고 무엇보다 한국당이 한 달 전부터 이를 요구해왔기 때문에 민주당도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사안이었다.  

이를테면 “김성태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서 마지막에 공감한다는 표현을 했지만 그 도입에 어느정도 3개 교섭단체가 합의하려면 한국당 입장은 반드시 도농복합형 문제를 명시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었다. 한 달 이전부터 계속 얘기해왔다. 마지막에는 도농복합형 문제를 전혀 명시하지 않고 합의를 시도하려고 했지만 또 한국당이 계속 연동형과 도농 두 개를 하나의 패키지로 얘기해왔기 때문에 합의를 시도하려고 했던 것”이다. 

도농복합형을 의제로 올릴 수 있다는 그 문구를 가지고 넣었다가 뺐다가 둘 다 협상 시도를 해봤지만 양당이 핑퐁 게임을 해서 끝내 결렬됐다는 취지다. 

김관영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어차피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게 모든 정당이 정개특위에서 만장일치 합의를 보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당 없이 4당끼리 합의문을 내봤자 무의미하다고 봤던 것이고 막판까지 양당을 중재해 가면서 타협을 보려고 했다.

그런데 홍 원내대표는 7일 오후 단식에 돌입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만나기 위해 로텐더홀로 찾아 와서 “솔직히 이해가 안 가는 게 3당이 합의를 해서 우리한테 이걸 좀 동의해달라고 해서 하지 않았는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겠다. 문서로 썼다. 그리고 나머지 문제 5항까지 다 합의했다. 그래서 한국당이 (도농복합형 빼면) 반대하기에 그러면 민주당과 먼저 하는 게 좋지 않느냐 했는데 그걸 (바른미래당이) 거부하면서 이게 무슨 적폐 야합이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이게 사태 해결에 모슨 도움이 되는가”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중요한 것은 “도농복합형 문제가 아니”라며 “두 당 다 선거제도 개편을 싫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손 대표의 단식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 (사진=박효영 기자)

실제 양당은 올해에만 여러 명분을 거론하면서 선거제도 개혁에 회의적인 입장을 낸 바 있다.

민주당은 Ⓐ개헌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개혁 연동 Ⓑ지역구 의석수 축소하는 것의 어려움 Ⓒ의원정수 증원을 국민이 반대 Ⓓ1당으로서 비례대표 의석수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움 등을 언급했고 한국당도 ⒶⒸ를 내세웠을 뿐만 아니라 정개특위 명단 제출 거부로 3개월 가까이 허송세월을 보내게 만들었다. 

손 대표가 지적했듯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을 경우 자신들이 손해를 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기 싫어한다고 해석될 수밖에 없다.  

사실 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이 그렇듯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확보 의석수만 픽스된다면 나머지 지역구 선거 방식에 대해서는 소선거구제·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 여부는 뭐가 되더라도 별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내부 사정에 따라 수도권 의원들과 영남권 의원들 간에 도농복합형을 두고 일치된 공감대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민주당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명분도 사실상 없다. 도농복합형을 논의하더라도 한국당의 입장이 정리된 게 아니기 때문에 채택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손 대표의 발언에 신빙성이 있는 것이다.   

한편, 3당은 △큰 틀에서 5당 합의문 발표 △12월 임시국회 개최 △정개특위 신속 가동 △2019년 1월 안에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 순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촉구하고 있는데 양당이 제대로 호응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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