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4당 추인 완료
바른미래당 내부 사정
당론 아닌 권고 수준의 입장 정리
오신환 의원도 선거 개혁 의지있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패스트트랙 합의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의 의원총회 추인이 완료됐다.

22일 오후 4당 원내대표가 극적으로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합의안을 발표했고 23일 오전 10시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의총이 국회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바른미래당을 제외한 3당은 일찌감치 만장일치로 추인을 마쳤으나 관건은 바른미래당이었다.

바른미래당 의총에는 재적 의원 29명 중 23명(이언주·박주현·이상돈·장정숙·박선숙·박주선)이 참석했고 14시까지 4시간 동안 점심 식사도 거른채 진행됐다. 진통 끝에 3분의 2가 아닌 과반 의결 정족수를 원칙으로 무기명 표결에 들어갔고 찬성 12대 반대 11로 추인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의총을 진행하고 있는 김관영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2월 중순 5당 지도부가 미국을 다녀온 뒤 선거제도 개정안을 중심으로 패스트트랙이 처음 거론됐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4당의 선거제도 단일안(전국 준연동 권역별 배분 비례대표제)이 도출된 뒤 각 당의 추인 절차가 지지부진했지만 결국 여기까지 이르게 됐다.

일단 합의안의 골자는 ①선거제도 개정안 ②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③검경수사권 조정법 ④각 당 추인을 거쳐 4월25일까지 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 지정 완료 ⑤5.18 특별법 5월18일 이전 처리 ⑥국회선진화법 패스트트랙의 처리 일수 330일 단축 및 법제사법위원회의 상원 갑질 개선 등이다.

오신환, 권은희 의원이 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 전체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당장 반대 11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정개특위(김동철·김성식)와 사개특위(권은희·오신환)에서 패스트트랙을 지정하기 위해서는 소속 위원 5분의 3이 동의해야 하는데 구성원 중에 바른미래당 몫이 각각 2명씩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발언들을 토대로 바른미래당 활동을 하는 25명 의원들로 보면 찬성 13대(김관영·채이배·김수민·최도자·신용현·김삼화·임재훈·김성식·김동철·주승용·이찬열·이동섭·이태규) 반대 12(유승민·하태경·정운천·지상욱·유의동·정병국·이혜훈·오신환·박주선·권은희·김중로·이언주)로 분류된다.

그러면 이날 참석한 23명 중 반대 10인(유승민·이혜훈·유의동·정병국·하태경·지상욱·김중로·오신환·권은희·정운천)은 이렇게 추측되고 1인은 이태규 의원일 것으로 가늠된다. 이 의원은 4.3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손학규 체제에 반대하는 안철수계로 주목을 받았고 독일에 머물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지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당 수석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주현 의원은 기자와의 문자 메시지 교환을 통해 “(나머지 반대 1인은) 이태규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사실 바른미래당 당헌당규에 따른 당론 결정 절차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맞다. 하지만 지도부(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의 선거제도 개혁 의지에 따라 의결 절차를 변경해서 과반 다수결로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 실제 이날 표결은 1차(다수결 의결 방식으로 할지)와 2차(패스트트랙 합의안에 대한 찬반)로 진행됐고 둘 다 12대 11로 아슬아슬하게 결과가 나왔다.

결과가 타전되자마자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언주 의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추진 △당권과 윤리위원회 장악으로 당론 결정 가능 △당헌당규에 대한 유권해석 권한은 당무위원회에 있으나 당무위가 구성되지 않았을 때는 최고위원회가 대신하는데 최고위 의결없이 의총 표결 강행 등 여러 절차적 부당함을 꼬집었다.

이런 지점을 의식했는지 김 원내대표도 의총 직후 기자들을 만나 “오늘은 적어도 당헌 상에 기재돼 있는 당론 채택 절차에 의한 의사결정은 아니었다고 분명히 말씀을 드린다”면서 당론이 아닌 당의 입장으로 추인에 준하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강조했다.

지도부 입장에서 이렇게까지 당내 추인을 마쳤는데 반대 11인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신환·권은희 의원이 사개특위 패스트트랙 절차에 들어갔을 때 이탈 조짐을 보일까봐 우려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두 의원을 사개특위에서 교체하는 사보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김 원내대표는 그러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12대 11로 과반은 넘었으나 3분의 2가 안 돼 강제성 있는 당론 채택은 안 됐다. 즉 당이 사개특위 위원들에 대한 권고를 하는 것이지 강제적 당론이 안 됐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통과 여부는 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권은희 의원에 위임된 것”이라며 “참고로 두 위원 사보임은 절대 없다고 김 원내대표가 약속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관영 원내대표와 손학규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에 모든 걸 걸고 올인해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렇다면 두 의원은 어떤 선택을 할까.

구미시의원을 지낸 김수민 정치 평론가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전부터 권은희·오신환 두 의원을 주목했었다. 오 의원은 선거제 개혁을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오 의원은 (서울) 관악 지역 국회의원이고 지역구 떨어지더라도 석패율제로 돌아올 수 있는 거고 선거운동을 할 때도 연동형에 가깝게 되면 지역 주민들에게 정당 투표는 민주당을 찍고 인물은 나를 찍어달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선거제를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공수처를 어떻게 받을지가 중요한데 내 자신이 기소권을 (공수처에) 주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라면 경무관급 이상 경찰(판사와 검사를 포함)에만 기소권을 준다면 반대할 이유가 크게 없어 보여서 두 의원이 궁금하긴 하다. 둘이 갈라지지 않고 같이 움직일 것 같다”고 예상했다.

22일 방송된 YTN <노종면의 더 뉴스>에서 오 의원은 “각 정당 내부의 구성원들의 문제가 또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께서는 민주당 내부의 사정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음에도 (4월18일) 의총을 개최했다. 그 속에서 (바른미래당) 내부에 반대파들이 있기 때문에 마침 그때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공수처 합의안에 대해 부인하는 발언을 하는) SNS 소식이 공유되지 않았다면 또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었지만 그것도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서 하되 공(3월20일 의총을 통해 바른미래당이 민주당에 던진 공수처의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안)을 (민주당이) 일단 받아야 하는데 받는 과정없이 수정된 당론을 또 다시 (먼저) 제안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원내대표 간에 또 다른) 합의가 돼서 오면 그것이 저희가 던진 안과 동일하든 수정된 안이든 또 구성원들이 논의하는 게 우리의 절차”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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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반대 의사를 표한 이혜훈, 하태경, 유승민, 지상욱 의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현재 바른미래당 내에서 유승민·하태경·지상욱·유의동 의원 등 바른정당계는 명백히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오 의원도 바른정당 출신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오 의원은 “협상이라는 게 나는 오늘 아침까지도 기소권 부분에 대해서 또 다른 안을 어떻게든 한 번 해보려고 제안했다”면서 선거제도 개혁을 관철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냈다.

작년 연말 손 대표는 단식을 통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5당 합의문을 관철시킨 바 있고 오 의원은 12월15일 국회의사당 주변 당사 앞에서 열린 당원 보고대회 사회를 보면서 “그동안 협상을 주도해온 김관영 원내대표 오셨다. 김관영! 김관영! 김관영! 우리 손학규 당대표께서 목소리가 나올지 모르겠으나 전국에서 모인 당원 동지들의 그 뜻을 모아 손 대표가 열흘 동안 단식 투쟁을 했다. 한 말씀 청해 듣도록 하겠다. 다시 한 번 손학규를 외쳐달라”고 진행 멘트를 구사했다.

오 의원도 그렇지만 권 의원도 손 대표의 단식 기간 동안 국회의사당 로텐더홀 농성장에서 손 대표의 곁을 지켰다. 최근 들어 권 의원은 개혁 보수 단일 노선에 공감하는 발언을 하는 등 바른정당계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두 의원 모두 선거제도 개혁의 대의에 충분히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년 연말 바른미래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단식을 감행한 손 대표와 함께 당원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바른미래당)

한편, 이언주 의원은 이날 15시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패스트트랙에 반발하면서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했다. 한국당도 예상대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4당의 추인 완료 직후 열린 비상 의총에서 “목숨걸고 막아야 한다”며 주말 2차 광화문 장외 투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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