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미팅
친숙한 분위기 속 공감
합의 단계까지는 아직
각 당의 속사정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 방식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이인영·나경원·오신환)가 맥주잔을 들고 건배했다.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정국이 지나고 4월 말부터 지금까지 국회는 멈춰 있다.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마침 각 정당에 신임 원내대표가 들어섰고 분위기는 조금 바뀌었지만 국회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게 한국당이 돌아올 명분을 제공하라고 조언했고 그렇게 되면 한국당은 무조건 복귀를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20일 20시 국회의사당 주변 호프집에서 3당 원내대표가 회동했지만 원론적인 공감대만 확인했고 합의는 이뤄지지 못 했다.

오신환 원내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나경원 원내대표가 호프 회동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 내가 맥주값을 내는 날”이라며 “개인적인 소망이지만 우리 선배들과는 조금 다르게 새로운 정치 문화와 정치 예법으로 멋진 정치를 선보였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야당의 목소리를) 정말 경청할 것이고 함께 동행할 수 있는 그런 자세로 임해서 좋은 해법을 찾아볼 수 있도록 그렇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항상 그렇듯이 민생을 위해 국회를 정상화해야 하고 한국당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추경(추가경정예산) 심의 및 의결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할 일이 많다는 사실을 내세우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우리 국회 문화와 정치 문화가 정말 각박해진 것 같다”고 공감을 표하면서도 “결국 그 각박함 속에서 소통이 부족하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안타까운 국회 파행 사태에 이르게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 국민들께서 아파하는 것은 역시 경제라고 생각한다. 해법에 있어서 (각 당이) 차이가 많이 있지만 한 번 그러한 것(합의한 경제 대응책)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국회 파행은 한국당이 4당의 패스트트랙에 반발하면서 발생했다. 한국당은 공식적으로 패스트트랙에 대한 사과와 철회를 요구하고 있고 연일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 맹공하고 있다. 특히 추경에 대해서는 재해 추경(강원도 산불과 포항 지진 등)과 경기 대응 추경을 분리해야 하고 전자는 적극 협조할 수 있지만 후자는 세금 살포형이라면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현재 황교안 대표는 전국 투어를 통해 장외 일정을 수행하고 있고 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각종 현안에 대응하고는 있지만 국회 공식 회의(상임위원회와 본회의)를 보이콧 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가 이렇게까지 파행된 것은 우리 경제가 어렵고 민생을 챙겨야한다는 것을 모두 알면서도 강행으로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 이 원내대표와 오 원내대표가 오기 전의 일들이지만 이와 관련해서 오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국민들께서 국회가 만나는 것 자체에 큰 관심을 갖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어쩌면 국회가 일을 안 하고 꽉 막혀있다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담겨 있지 않겠는가”라며 “비공개로 들어가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나도 제안한 사람으로서 조정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날 회동을 계기로 추후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를 직접 만나서 정국을 풀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만남의 형태를 가지고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흐름은 아래와 같다.

①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5당 원내대표가 만나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재가동 또는 5당 대표 회동을 공식 제안
②한국당은 1대 1 회동을 요구 
③청와대는 선 5당 회동 후 1대 1 회동 역제안 
④한국당은 선 1대 1 회동 고수 
⑤오 원내대표는 형식 구애없이 만나되 1대 1 연쇄 회동 제안

호프 회동이 끝나고 3당 원내대변인(정춘숙·이만희·김수민)은 공동 브리핑을 통해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노력 △현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인식 공유 △향후 역지사지의 자세로 해법 도출 △어려운 경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국회 최우선 과제라는 공감대 형성 등 원론적인 메시지만 소개했다. 그나마 이번주 내에 원내대표 간 추가 회동을 통해 해법을 찾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⑤을 전달했는데 추후 국회 정상화를 위한 문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의 만남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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