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클럽 줄서기와 봄 나들이
정세균 총리의 걱정 이해되지만
지옥철과 같은 수도권 출퇴근길은?
총선과 선거운동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정부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2주(4월19일까지) 더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속이 탄다. 봄은 왔고 곳곳에서 벚꽃이 흩날리는데 3개월간 코로나19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 입장에서도 답답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7일 아침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젊은이들이 조용한 전파자가 되는 상황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대나 이태원 등 봄철 저녁에 클럽으로 향하는 20~30대 청년들에 대한 언론 기사들이 지난주 쏟아져 나왔다. 자연스레 사회적 거리두기로 감내하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서울 강남 클럽에 줄을 선 광경. (사진=커뮤니티) 
6일 점심시간 여의나루역 인근에서 회사원들이 벚꽃길을 걷고 있다. 영등포구청 직원들은 마스크 착용과 2m 거리두기 팻말을 들고 코로나19 예방 캠페인을 하고 있다. 국회 뒤편 벚꽃길은 11일까지 전면 통제한다.
6일 점심시간 서울 여의나루역 인근의 풍경. 영등포구청 직원들은 마스크 착용과 2m 거리두기 팻말을 들고 코로나 예방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총리는 임시 휴업 권고에도 불구하고 문을 연 일부 클럽들에 “사람들이 줄 서서 몰려든다. 밀폐된 공간에서 서로가 부딪치는 클럽은 집단 감염의 우려가 큰 장소”라고 우려했다. 

지금 정부는 초중고등학생의 오프라인 개학을 미루고 온라인 개학으로 대체한 상황인데 정 총리 입장에서 놀러나가는 청년들이 야속할 수도 있다. 꼭 청년들의 클럽행만이 아니라 지난 주말(4월4일~5일) 서울 여의도 벚꽃축제가 취소됐음에도 불구하고 국회 인근 여의나루역 벚꽃거리에 사람들이 붐볐다는 소식이 기사화됐다.

더 나아가 놀이공원 롯데월드는 코로나로 인한 매출 부진을 타개하려는 듯 입장권 할인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참자는 격려를 함과 동시에 바람직하지 못 한 나들이 흐름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씨는 페이스북에서 “이러면서 코로나로 불편하다. 마스크 왜 못 사냐. 온라인 개학 말 안 된다. 여행 왜 못 가게 하냐. 어쩌고 저쩌고 불평불만 왜 하나 모르겠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의료진들 불쌍하다”며 “답답해서 꽃보러 가실 분들 집 근처 한적한 곳이나 아파트 내도 좋고 뒷산도 좋고 어디든 사람 별로 없는 곳으로 사람간 2m 유지 가능한 곳으로 가시면 좋지 않을까요”라고 권했다.

정세균 총리는 청년들의 클럽행에 우려를 표했다. (사진=연합뉴스)

7일 10시 기준 코로나 확진자는 1만331명이고 사망자는 192명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어제 오늘 50명대 아래로 확진자 증가세가 크게 줄어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당국은 자칫 하루에 4000여명씩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이탈리아 사례처럼 다발적 지역사회 감염의 창궐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마음에 경계심을 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정 총리는 못 참고 봄 나들이 가거나 클럽으로 향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다시 코로나 확진자 증가세가 호전적으로 바뀔까봐 걱정 또 걱정을 하고 있다. 

정 총리는 온라인 개학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연장과 관련 “가보지 않은 길이라 시행착오를 피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점검 또 점검하고 긴장해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점과 애로사항은 국민께 솔직히 말씀드리고 모두의 지혜를 모아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도권 중심으로 출퇴근 시간에 여전히 지옥철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나들이만 자제시키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과 9호선 출퇴근 시간대에는 다닥다닥 사람들이 붙어서 이동하곤 하는데 겪어보면 누구나 서울 집중 현상의 심각함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 

서울 강남권으로 출근하는 30대 B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하여 유독 놀러나온 사람들에만 버튼이 눌리는 광경도 묘하다. 출근길 2호선 모습 보면 기절하시겠다는 게 강남 방면으로 출근 5일차인 내 감상”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캠페인으로 장려하고 시민들끼리 동참하니 안 하니로 서로 손가락질 하게 만들게 아니라 코로나에 대응할 필수 인력들 제외하고는 2주간 버틸 물품을 배급하고 집콕을 강제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출퇴근길 지옥철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현재 정부는 자가격리 대상자의 불이행시 처벌 규정만 마련해놨지 일반 국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을 어떻게 실효적으로 이끌어낼지에 대해서는 읍소 전략 말고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사실 놀러가는 사람들보다 일주일 남은 총선과 선거운동이 더 큰 걱정거리다. 어쨌든 총선 연기 카드는 물건너간 마당에 투표율 50% 내외로 봤을 때 2500만명 이상의 유권자가 밖으로 나가야 한다. 물론 공공 방침으로 방역 통제 하에 진행할 수 있다는 계획이 있긴 하다. 이를테면 투표장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서 △발열 체크 △손 소독제 소독 △1회용 비닐장갑 착용 △본인 확인차 잠시 마스크 벗기 △투표소 안팎 타인들과 1m 이상 거리 유지 △불필요한 대화 자제 등 유의사항들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각 정당들의 선거운동을 당국이 전부 통제할 수도 없고 산발적 나들이객 보다 대규모로 움직여야 하는 총선에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앞 교차로에서 선거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앞 교차로에서 선거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정선 민생당 대변인은 7일 오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클럽가는 청년들을 걱정하는 게 먼저가 아니다. 3일만(사전투표 기간 포함)에 2700만 유권자들이 어떻게 투표를 완료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된다. 그런 고민이 먼저인데 지금 벚꽃놀이나 청년들의 클럽행에 쓴소리를 할 시기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이어 “나도 지난주에 당 지원 유세가 있어서 부산에 내려갔었는데 앞주 보다는 유동 인구가 많았다. 젊은분들이 해변가나 맥주집에 제법 많았다. 차량들이 조금 정체될 정도여서 우리도 조금 놀랐다. 벚꽃이 피고 봄이 오면 사람들 맘이 들뜨기 마련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약간 흔들리는 마음이 당연하다. 나부터 꽃을 보고 싶다”면서도 “국민들에게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도록 될 수 있으면 좀 더 당분간 자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당부하는 말씀은 가능하지만 그것 이전에 후보자들 몰려 다니지 않는가. 이낙연 전 총리의 유세 현장에 아마 클럽 청년들보다 더 모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반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겸손하고 조용한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방침을 세웠지만 아무래도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고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 전 총리가 전국을 다니거나 자기 지역구에 뜰 때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릴 수밖에 없다. 

문 대변인은 “이 전 총리나 여당 실세들이 전국을 다니면서 몰려다니고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그 부분에 있어서 집권여당이 먼저 답을 하고 정부가 나들이객이나 클럽 가는 청년들에게 자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협조를 구해야 맞다”고 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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