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검사의 승부수 ·· ‘이재용’에 날린 구속영장
이복현 검사의 승부수 ·· ‘이재용’에 날린 구속영장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6.04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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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심의위원회 신청 직후
구속영장 청구
여권의 감싸는 분위기 속에서
이재용과 불법 승계 프로세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일 실형을 면하기 위한 사회적 반성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되려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복현 부장검사(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는 4일 오전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동시에 이 부회장의 편법 경영권 승계를 위해 실무를 총괄한 최고위 참모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 대해서도 영장이 청구됐다. 

이 부회장의 혐의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크게 2가지다.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재구속의 위기에 처했다. (사진=연합뉴스)

지겹도록 거론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수상한 합병 의혹은 이 부장검사가 봤을 때 도무지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경제범죄형사부는 2015년 성사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그 이후부터 펼쳐진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제일모직의 자회사) 회계 부정 게이트는 전부 이 부회장의 독점적 이익을 위해 자행됐다고 결론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대주주이기 때문에 제일모직의 가치를 뻥튀기 시켜야 삼성물산과의 합병이 정당화된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보유 주식 등 연관 지분(11.3%)이 상당하다. 이 부회장이 그걸 다 끌어모아야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삼바와 삼성바이오에피스(삼바의 자회사)의 회계 부정 코미디가 벌어진 것이다. 껍데기에 가까운 회사가 갑자기 최고 우량주 회사가 됐고 금융 사기에 버금가는 회계 부정이 벌어졌다. 

이 부회장 측은 회계 부정 사실을 감추기 위해 대대적인 증거인멸 작전을 펼쳤는데 구체적으로 바닥을 뜯어서 증거물을 은폐하고, 컴퓨터 관련 기록을 일괄 삭제하고, 입을 맞추고, 작전 책임자가 지정되어 업무를 수행하고, 이 부회장에게 직접 보고를 한 사실까지 다 드러났다.

제일모직의 삼바가 부풀려졌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동시에 제일모직 보유의 에버랜드 땅값도 최대 370%나 폭등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상한 감정평가사가 동원되고 국민연금 리서치팀은 그 땅값 평가를 곧이곧대로 반영해서 높게 쳐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작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었다. 이는 2018년 3월 SBS <끝까지 판다> 팀의 탐사보도로 폭로됐다.  

제일모직이 위장으로 급성장을 꾀하는 대신 삼성물산의 회사 가치는 떨어져야 합병이 그나마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 부회장 측은 합병 전까지 삼성물산의 △신규 주택 건축 계획 △2조원짜리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수주 등의 사실을 감췄다가 합병 이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지 초미의 관심사다. (사진=연합뉴스)

경제범죄형사부는 삼바 사태를 “의도적인 분식회계”로 규정했고 이를 이 부회장의 영장에 적시했다. 이 부회장은 2주전 5월18일 중국 현지 출장을 허가받아 다녀오는 등 코로나19 국난 시기에 경제 행보를 이어가는 이미지 전략을 구사했으나 5월26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강도 높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자꾸 불려나가는 것이 두려웠는지 이 부회장 측은 6월2일 검찰의 수사가 적합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구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그러자 이 부장검사가 이틀 만에 영장 청구로 초강수를 둔 것이다. 여기까지가 현재 상황이다.

김준우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4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부회장이 검찰 수사에 부담감을 느끼고 심의위원회 카드를 쓴 것은 수사 속도를 늦추는 등)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것이 맞다”며 “그 제도 자체는 검찰의 수사가 부당하다고 보는 피의자가 제기하는 절차지만 구속력이 없어서 영장 발부 여부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 쪽에서 심의위원회 절차를 이용한 것은 제도의 설계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검사가 심의위원회의 판정 절차가 개시되기도 전에 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김 변호사는 “물론 심의위가 집행정지급의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심의위에 뭔가 (수사의 결론에 대한) 판단이 맡겨질 개연성이 있고 그것에 구속받기 싫어서 바로 영장을 친 것인데 오늘 바로 영장을 칠 생각은 원래 아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래서 (급하게 청구하느라) 영장 내용이 좀 약간 부실하게 작성되더라도 오늘 내는 것에 좀 더 포인트를 둬서 나온 것 같다”고 관측했다.

좀 무리해서라도 이 검사가 적극적으로 의지를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가 철저히 이뤄질 수 있도록 총괄 지휘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이 부회장은 작년 8월29일 대법원의 법적 판단을 받았고 그 결과 실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고위 참모들을 동원해서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일가에 뇌물액 86억원(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원+정유라의 말 3마리 34억원+코어스포츠 승마 용역대금 36억원)을 건넸다. 소위 ‘국정농단’의 큰 줄기다.  2015년~2016년 미르·케이스포츠 두 재단에 돈을 갖다 바친 다른 기업들은 박 전 대통령의 비호를 받은 비선실세에 의한 강요 피해자였다. 그러나 SK, 롯데, 삼성 등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뇌물관계를 형성하려 한 공범의 측면이 있다.

특히 삼성그룹 전체 이익과는 하등 상관이 없고 오직 이 부회장의 독점적 이익을 이해 뇌물범죄가 저질러졌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범죄사실을 확정해서 파기환송시켰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을 맡은 정준영 부장판사(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는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거론하며 준법기구를 만들어서 집행유예 판결의 명분을 조성해달라는 시그널을 줄기차게 보내고 있다. 

집권여당도 알게 모르게 이 부회장의 편에 가까이 서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검찰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년부터 삼바의 회계 부정 수사를 제대로 해놨고 마무리 단계에서 2019년 하반기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을 겪으며 수사팀이 뿔뿔히 흩어지는 등 질곡을 겪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올초 조 전 장관 관련 수사를 진두지휘한 윤 총장의 손발을 잘라내기 위해 삼성 수사팀 검사들을 좌천시켰다. 

무엇보다 추 장관이 옹립하려고 애썼던 이성윤 현 중앙지검장은 2004년부터 2년간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장으로 재임했고 그때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작년 9월9일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은 조 전 장관 수사에서 윤 총장의 지휘통제를 배제하는 독립적인 수사팀을 구성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대검 간부에게 해서 논란이 일었다. 그때 이 지검장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있으면서 그런 윤 총장을 배제하는 기조에 동참했다.

그런 이 지검장은 최근 경제범죄형사부 검사들의 이 부회장 관련 강공 수사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5월15일 출고된 서울경제 단독 보도에 따르면 “현재 수사팀(경제범죄형사부)은 구속 수사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 지검장이 불구속 수사로 방향을 잡으면서 의견 충돌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만을 가진 일부 일선 검사들은 삼성 수사가 끝나면 옷 벗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사진=연합뉴스)
이성윤 중앙지검장도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를 막지 못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식의 중앙지검 내부 분위기가 감지되는 와중에 이 부회장은 정 부장판사와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주문대로 5월6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삼성의 피해자들(노동조합 탄압/암 보험금 미지급/해고자 등)은 기만적이라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지만 여당은 달랐다. 이인영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양향자 의원 등은 환영 의사를 표했고 오직 박용진 의원만 홀로 분투했다. 사실 문 대통령은 집권 이후 삼성의 시설투자 행보를 적극적으로 격려했고 이 부회장을 총 9차례나 만났다. 이렇듯 이 부회장의 사법 처리에 관한 여권의 시그널은 비교적 명확하다.

즉 파기환송심 재판장, 대통령, 여당, 직속 중앙지검장이 대놓고 비호하는 인물에 대해 영장을 친다는 것은 엄청난 중압감을 감내하지 않는 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 지검장도 막지 못 했을 만큼 이 부장검사는 직을 걸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검사 출신 A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직일 때 이 부장검사와 잠깐 일한 적이 있는데) 강심장인 편이고 (이 부회장과의 기싸움에서) 강경하게 해보려는 입장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재용 입장에서는 구속되고 추가 기소되는 것을 막아보기 위해 빈말로는 안 되니까 한 번 심의위원회를 열어달라고 하는 것인데 열려서 위원회가 구성되면 그 사람들에게 로비를 해서 불구속이나 무리한 수사였다는 결론을 만들어내기 위해 손을 쓰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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