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전략 ‘먹혔다’ ·· ‘검찰·금융위·법원’ 위에 수사심의위?
이재용의 전략 ‘먹혔다’ ·· ‘검찰·금융위·법원’ 위에 수사심의위?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6.27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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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수사심의위 이재용 수사중단·불기소 권고
공개되지 않은 명단
검찰, 법원, 금융위의 판단
대언론 전략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해야 한다는 권고 의견을 냈다. 이 부회장은 안도의 한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지난 9일 구속영장까지 기각된 마당에 검찰이 추가 기소를 하지 않을 수도 있는 또 하나의 방어막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수사심의위의 결정으로 한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검 15층 회의실에서 수사심의위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심의위원 15명이 모두 참석했고 양창수 심의위원장을 뺀 14명이 권고 의견을 내는데 역할을 했다. 양 위원장은 최지성 구 삼성 미래전략실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스스로 기피했다. 나머지 심의위원들에 대한 신상은 비공개로 부쳐졌다.

삼성 출신으로 책 ‘이건희 전’, ‘삼성의 몰락’을 집필한 심정택 작가는 27일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심의위의 회의 비공개나 위원 명단 비공개 등 비민주적 작태 또한 그 진상이 곧 밝혀질 것이다. 정권 퇴진까지 가져왔던 국정농단의 주역 이재용에 대한 기소 여부를 깜깜이 심의위가 권고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실제 심의위원 10명이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민주주의21 대표를 맡고 있는 김경율 회계사는 페이스북에서 “지금은 사라진 세계일보 기사”에 공개됐다면서 심의위 명단을 올렸다.

이에 따르면 △김재봉 한양대 법대 교수 △강기홍 서울과학기술대 행정학과 교수 △이진욱 협성대 겸임교수 △김찬성 조계사 부주지 △구용회 CBS 기자 △채종훈 변호사 △김철수·신면주·김영노·김규영 위원 등이 심의위원으로 참석했다.

신상이 비공개된 심의위원들. (사진=연합뉴스)

5월초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있었음에도 이복현 부장검사(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 부회장을 두 차례 소환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강공 드라이브를 펼쳤다. 삼성은 경제위기설을 내세우며 이 부회장 디펜스용 대언론 물량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회의에서도 경제범죄형사부(형사부)의 ‘칼’과 이 부회장 변호인단(이동열 전 서울서부지검장 등 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방패’가 치열하게 맞붙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가 저지른 금융사기에 가까운 회계 부정과 주가조작이 결국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직결돼 있는지 그 여부를 놓고 양측이 한판 승부를 벌였다. 심의위원들은 형사부와 변호인단이 각각 제출한 A4 50여쪽 분량의 문서를 받아봤고 오전에는 형사부 검사들의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들었고, 오후에는 변호인단의 발표를 들었다.

결론은 19시30분에 났다. 

결과적으로 심의위원 다수는 이 부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부회장의 위법사항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변호인단은 코로나19로 안 그래도 어려운데 삼성까지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경제위기설을 어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재임 중이던 2018년 심의위 제도가 처음 도입됐고 지금까지 8차례 권고 결정이 내려졌다. 일종의 법원 배심원제(국민참여재판)와 같아서 검찰도 심의위의 결정을 수용해왔는데 영장까지 청구했던 형사부가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심의위의 권고는 강제력이 없다. 그러나 형사부가 이를 무시하고 기소를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다. 

다만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가 9일 이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하면서도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만큼 형사부도 부담을 무릅쓰고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 증거가 충분한데 기소를 안 할 수가 없다. 

(사진=연합뉴스)
23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방문한 이 부회장의 모습. (사진=삼성전자+연합뉴스)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대한민국에서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이다. 증선위는 삼바가 고의로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며 회계 사기 사건이라고 결론냈다”고 환기했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금융감독원과 증선위는 삼바의 회계 부정을 확정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애초에 수사심의위라는 제도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인권 보호 차원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돈 없고 힘 없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공익을 위해서 방어권적인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수사심의위가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보다도 많은 돈과 권력을 가진 이재용의 불기소를 권고하다니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용 때문에 수사심의위라는 제도의 존재 이유가 의심받고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한민국 검찰에게 촉구한다. 지난 1년 7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재용의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해 깊이 있게 조사하고 방대하게 수사해서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로 결론내렸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수사심의위의 의견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벌개혁에 일가견이 있는 채이배 전 의원도 27일 새벽 페이스북에서 “도저히 그냥 잠을 잘 수 없다”며 “(심의위원들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들을 호명한 뒤) 당신들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부회장으로의 승계 작업 존재를 인정하고 파기환송한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가? 당신들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행위로 국민연금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끼친 이 부회장의 변호인들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희망을 걸 곳은 오로지 검찰 뿐이다. 흔들리지 말고 기소하고 사법정의를 바로 세워라”고 촉구했다.

작년 8월29일 대법원은 2심 판결 내용(뇌물죄 불인정하고 집행유예 선고)을 부정하고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 혐의를 인정했고 사건을 파기환송시켰다. 

대법원이 확정한 이 부회장의 범죄 사실은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을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상호 인식 △대가성 인정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 인정 △총 뇌물액 86억원(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원+정유라의 말 3마리 34억원+코어스포츠 승마 용역대금 36억원) 등이다. 

11일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범행도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따라 징역 18년, 벌금 200억원, 추징금 63억원이 확정됐다. 여기서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뇌물관계는 인정됐다.

대한민국 1등 기업 삼성과 이 부회장은 별개로 분리해서 봐야 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입구의 로고. (사진=연합뉴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논평을 내고 “심의위 제도의 취지와 결정은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이를 통해 재벌의 범죄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잘못된 선례를 만들면 재벌 무죄라는 치외법권을 만드는데 악용될 수 있다”며 “이 부회장은 이 사건 외에도 국정농단과 관련하여 재판을 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든 형량을 낮춰보려고 준법감시위 설치, 대국민 호소, 삼성 및 경제위기설 등을 통해 국민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땅히 범죄를 저질렀으면 법 앞에서 평등하게 재판을 받고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함에도 이를 회피하기 위해 온갖 전략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3일은 이 부회장의 생일이었다. 수많은 매체들이 생일임에도 현장 행보를 보이는 이 부회장의 경제 역군 이미지를 부각시켜 보도했다. 

이 부회장이 현장에서 “경영 환경이 우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자칫하면 도태된다. 흔들리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자. 우리가 먼저 미래에 도착하자”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하성태 고발뉴스 기자는 24일 출고된 기사를 통해 “포털 뉴스를 도배 중인 용비어천가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라며 “(이 부회장의 발언을 인용한 뒤) 23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았다는 이 부회장의 회장님 말씀이다. 삼성과 언론의 초점은 생일에 맞춰졌다. 이 부회장이 이날 생일을 맞았음에도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는 TMI에 가까운 기사들이 쏟아졌다”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의 현장 행보를 보도한 중앙일보 기사. (캡처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이 부회장은 6월 들어 형사부의 압박에 부담감을 느꼈는지 삼성 커뮤니케이션 조직을 동원해서 대언론 전략의 수위를 최고조로 올리고 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라는 곳이 난데없이 등장해서 영장심사나 심의위 회의 등이 예정된 타이밍에 국민 여론을 들먹이며 이 부회장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산시켰다.

지윤성 펙트체커는 9일 출고된 뉴스톱 분석 기사를 통해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5일 동안 이재용 이름이 거론된 총 게시물 수가 뉴스를 제외하고 4783건이라고 했다”며 “필자의 데이터 수집량과 분포를 기준으로 보면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데이터는 70% 이상이 출처가 불분명한 웹 데이터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달랑 4783건 분석을 가지고 국민 의견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참고로 필자가 모 기업의 특정 브랜드명 관련 소셜 빅데이터 분석을 할 때 사용한 데이터량이 3000만건이었다”며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분석이 얼마나 의미없는지를 알 수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빅데이터로 포장된 이런 엉터리 분석이 나오고 이를 수 백개 언론이 받아쓰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라고 문제제기 했다.

아울러 “유독 삼성 등 재벌 앞에서 한없이 비굴해지는 곳이 많은 이유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기업-분석업체-언론의 신성동맹 삼각 카르텔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 펙트체커는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의 이번 분석은 거의 대국민 사기에 가깝다”라고 규정했다.

심 작가도 “언론도 이재용 비호에 금도를 넘어서고 있다. 제대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언론사는 자정 능력을 상실하고 종국에는 조직 전체가 무너진다. 불과 4년 전 이재용을 비롯한 국정농단 주역들을 질타하고 촛불을 주도했던 언론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 부회장과 삼성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캡처사진=MBC)

대언론 전략의 핵심 메시지는 ‘이 부회장이 곧 삼성’이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런 지점을 간파하고 4일 방송된 MBC <100분토론>에서 “뇌물 사건 관련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거기 피해자가 누구인가. 삼성전자다. 삼성이라고 하는 우리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기업이다. 가해자가 누구인가? 이 부회장이다”며 “우리가 이걸 분명히 알아야 한다. 삼성과 이 부회장을 엮으면 안 된다. 자연인이 있고 대한민국이 가장 사랑하는 우리 국민 경제가 가장 많이 기대고 있는 삼성이라고 하는 기업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나는 삼성을 사랑한다.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 경제가 힘들다는 것을 인정한다. 2016년 대한민국 전체 GDP 14%를 삼성전자 단독 매출로 기록할 정도다. 이런 삼성전자가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더 크고 애플·구글과 경쟁하게 해야 하는데 지금 뭐 하는 것인가?”라며 “삼바 공장 바닥에다가 왜 그 임직원들이 동원돼서 거기에 (증거를) 묻는가? 증거인멸로 구속된 8명 명단을 봤더니 아까운 인재들”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우리가 삼성이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혹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 부회장 케이스는 단순히 개인의 사법 처리 차원으로 볼 일이 아닌 대한민국의 사법 정의가 걸려있는 중대한 문제다.

경실련은 “삼성을 포함하여 그간 한국 재벌 총수들은 기업을 마치 본인의 사유물 같이 여겨 배임과 횡령 등 온갖 중대 경제범죄를 저질러왔다. 그러고도 마땅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소위 35 법칙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사법적 특혜를 받아왔다”며 “이러한 재벌 특혜 문제로 인해 우리 시장경제는 신뢰 저하와 근간이 무너져 코리아 디스카운트까지 발생하는 악순환을 겪어왔다. 따라서 검찰과 재판부는 향후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에 대해 합당한 법적 책임을 물어 재벌을 개혁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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