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새로운 명분 ‘의리형 저항’ ·· 박현서 병원장의 ‘일침’
의사들의 새로운 명분 ‘의리형 저항’ ·· 박현서 병원장의 ‘일침’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8.29 1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국민 공감사기 어려워서 새로운 명분 필요
최대집 의협 회장의 강경 노선
일부 의사들 불이익에 무기한 총파업 선언
4대 정책 철회하라는 의협
박현서 병원장의 ‘공공 의료 철학’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강경파인 최대집 의협(대한의사협회) 회장도 코로나 재확산 시국 속에서 마냥 총파업으로만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뭔가 새로운 명분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7월23일 4대 의료 정책(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한방첩약 급여화/비대면진료 육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핵심은 의대정원 확대다. 

분명 코로나19 위기를 겪은 뒤 모두가 공공 의료 인프라 부족에 대해 체감했는데 의사들은 OECD 대비 국민 1명당 의사 숫자가 부족하지 않다는 논리를 개발해서 퍼트리고 있다. 근본 원인은 의사 숫자가 아니고 낮은 수가라거나, 정원이 늘어나면 오히려 의료비가 증가한다거나 여러 논점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가 굳이 이 시점에 4대 정책을 발표할 필요가 있느냐는 타이밍상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수도권에서 코로나가 재확산되고 있는데 집단 행동에 들어간 의사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매섭다.

최대집 의협 회장이 28일 저녁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임시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범의료계 4대악 저지 투쟁 특별위원회 회의를 열고 9월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50%가 의료 인력 불균형에 대한 해법으로 “지방 근무 및 필수 의료분야의 의사 수를 늘리고 양성해야 한다”고 답했다. 질문이 양자택일과 모름/무응답 뿐이었지만 44%의 국민도 “지방 의사들과 필수 의료분야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둘은 상충되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굳이 고르더라도 의사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쪽이 더 우세하다.

여론조사는 한국리서치가 지난 20일~22일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률 30.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다. 조사방법은 면접원이 직접 조사자의 스마트폰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100% 면접 방식이다.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무작위로 선택되어 질문을 받게 된 국민 중 절반이 직접 자기 육성으로 의사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소신을 피력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의협 입장에서 추가적인 명분이 필요했다. 그게 바로 일부 의사들이 집단 행동에 따른 불이익을 받게 되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의리형 저항’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3일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 24일 의협과 회동했고 타협을 모색했다. 대전협은 4대 정책 철회를 전제하지 않고 협상을 병행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의협은 4대 정책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다시 협상하자고 주장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4일 밤 의협 측과 만나 협상에 임했지만 합의문 문구 내용 등을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 했다. 의협은 예고한대로 26일부터 2차 총파업에 돌입했다. 사실 대전협보다 법정단체로 모든 의사들이 자동 가입되어 있는 의협이 핵심이다. 의협의 강경 노선에 동조하고 있는 의사들이 방침대로 휴진에 들어가자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이에 끝까지 응하지 않은 3개 병원 전공의 10명을 고발했다.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이 셋째 날을 맞은 28일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전문의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0.8.28
서울대병원의 한 전문의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협은 일부 의사들의 불이익에 방관할 수 없다는 것을 명분삼아 9월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정부의 고발 조치에 일부 의대 교수들도 제자들의 불이익을 참을 수 없다며 의협의 전선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최 회장은 금요일(28일) 저녁 용산 임시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4대)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9월7일부로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27일 저녁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지금 당장이라도 4대악 정책의 철회를 선언하면 의사들은 즉시 파업을 중단하고 진료 현장으로 복귀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군인 전쟁터 이탈 발언을 비판하며) 문 대통령이야말로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4대악 의료정책을 무단적으로 강행하는 것은 전시 상황에서 아군 병사들의 등 뒤에서 총질을 해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이어 “의사들 집단 휴진과 관련하여 (문 대통령이) 26일 원칙적인 법 집행을 통해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해서 의사 면허를 취득한지 몇 년도 안 된 젊은 전공의들에게 소위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복지부 공무원들을 병원에 보내 현장을 이 잡듯이 뒤지고 급기야 오늘 일부 전공들에 대해서는 형사고발까지 하려고 했다”며 “(의협을 조사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회관을 이틀째 방문했고 전언에 의하면 회장인 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문 대통령 똑똑히 들으시기 바란다. 대한민국 의사들 대부분은 공무원이 아니다. 민간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자유로운 개인들로서 대통령이 이래라 저래라, 공무원들이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고 통제하는 존재들이 아니란 말씀이다”고 성토했다.

의사협회가 9월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한 가운데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환자단체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의 집단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0.8.29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환자단체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의 집단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 회장은 28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전공의 의사들과 세부 전공을 위해 더 공부하고 있는 임상 강사 전임의(진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의사)들에 대해 집단 휴진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의사 면허 취소와 3년의 징역형 등 야만적 협박을 가하고 있다”면서 3가지 사안을 공식화했다.

①전공의, 전임의, 개원의 등 1명이라도 피해입으면 13만 전국 의사들의 무기한 총파업 돌입
②행정처분이나 형사고발을 당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전폭적인 법률 지원 
③전공의나 전임의 중 형사고발을 당한 회원들이 경찰 또는 검찰 조사시 회장이 동행 

최 회장은 “절대 걱정하지 말고 위축되지 말라. 13만 의사들과 선배 의사들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며 저항 전선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경희대, 울산대, 한양대 등 일부 의대 교수 사회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기세다. 고려대 의대 내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거의 99%의 교수들이 전공의가 처벌받으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연세대 의대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고, 서울대병원 임상 교수들은 28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젊은 의사들을 궁지로 몰아 심각한 의료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아달라”며 “전공의 고발은 전공의와 학생들을 집단 사직과 국시 거부로 몰아 국가 의료시스템을 마비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진보적 의료건강 단체(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에서는 정부의 4대 정책에 대해서 되려 너무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동시에 의협 등 강경한 의료계 전반의 기류에 대해 꼬집고 있다.

운동본부는 25일 성명을 발표하고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꼴찌 수준의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인력 증원은 국민들이 강력하게 요구한 사안”이라며 “이런 빗발치는 요구에 못 이겨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대안으로 찔끔 내놨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요구한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공공의료기관 확충 계획은 쏙 빼놓은 채 기업주들의 숙원인 원격 의료와 매칭되는 손쉬운 의대정원 확대를 내놓았고 결국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논의는 산으로 가고 정부와 의협 간의 밀실 특권 싸움으로 국민들만 고통받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운동본부는 △공공감염병전문병원 및 공공의료기관 대폭 확충 △공공병상 확충 △공공의대 설립 △공공의료인력 확충 △중환자실 확충 △상병 수당 도입(노동하다가 다쳤을 때 요양에 필요한 비용 외에 따로 더 받는 수당)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현서 현대병원 병원장은 공공 의료의 가치를 강조했다. (사진=박현서 원장의 페이스북)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현대병원의 수장인 박현서 병원장은 27일 새벽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올리고 “나는 지금 화가 단단히 나 있다”며 의료인으로서의 공적 책임을 부각했다.

박 원장은 50대 이주 노동자(담석 동반한 급성 담낭염)와 20대 남성(요관결석) 등을 진료하느라 연속되는 새벽 근무에 시달리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묘사했다. 나아가 엎친데 덮친격 인근 종합병원 3곳에서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코로나 확진자들을 수용하지 못 해 현대병원으로 몰리게 된 상황을 전했다.

박 원장은 “환자를 며칠간 계속 밤새 진료한 것이 화가 나는 게 아니”라며 “이 시국에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여 전국에 코로나를 퍼뜨린 집단(사랑제일교회와 유사 종교인 전광훈씨)에 화가 나고 환자를 버려두고 파업에 나선 응급실 전공의들에 화가 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기 아산 같은 지방 소도시에 의무적으로 10년간 근무해줄 지역 의사를 꼴랑 한 해에 300명. 즉 현재 의대 정원의 겨우 10%만 매년 더 뽑겠다는데. 그것도 딱 10년만 한시적으로 그래서 헌법에도 보장된 지역 주민을 포함 모든 국민의 빠짐없는 건강 및 행복추구권을 조금이나마 달성한다는데”라며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고 응급실까지 닫게 하고 아픈 중환자까지 버려둔 채 파업에 나서야 할 절실한 이유인가?”라고 따져물었다.

박 원장은 서울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방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할 의대생들을 (나중에 서울로 상경해서) 밥그릇 빼앗는 경쟁자로 여기고 있다면서 “도대체 10% 더 뽑은 지역 의사가 얼마나 당신들 개업과 봉직에 경쟁자가 되겠소? 그게 그렇게 두려운거요?”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도 월 10일 응급실 근무하는 의사는 시간당 10만원 쳐서 2400만원 달라고 하는 판인데 아무리 300명 증원되어도 이보다야 월급이 떨어지겠소?”라며 “아무리 훌륭하고 똑똑한 서울 의사 양반들일지라도 이곳 시골에는 말이오. 당신네들 보다 좀 덜 똑똑해서 그깟 수능 문제 한 두개 더 틀렸다한들 시골 무지랭이 할아버지건, 술에 쩔은 노숙자건, 돈없는 외국인 노동자건 간에, 그들이 아플 때 밤새 곁에 있어주는 의사가 필요한거요!”라고 질타했다.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이 셋째 날을 맞은 28일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관계자가 집단휴진 관련 홍보물을 내원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배포한 집단 휴진 관련 홍보물. (사진=연합뉴스)

박 원장은 같은 날 저녁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지금 거의 25년째 중소도시 아산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는 지금 필수 의료과 중심으로 의사가 아주 부족하다”며 “특히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등이 부족해서 지금 이 시간에도 내가 잠깐 환자를 진료하고 전화를 받고 있다. 모든 의사를 증원하는 걸로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사실 정부에서는 모든 의사가 아니라 지방에 근무할 의사와 필수 의료과 의사를 증원하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물론 박 원장도 “정부에서도 미리 의협과 상의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부분은 미진하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면서 “첩약 급여화 같은 경우 안전성과 유효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경우에만 하는 것이 좋겠고 비대면 진료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진단의 위험성 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고 환기했다.

그럼에도 박 원장은 “(아산 지역 의사들은) 알아본 바로는 80% 이상 진료를 한 걸로 알고 있다. 특히 우리 병원 같은 경우는 전체 10여명 이상의 의료진이 다 진료에 임하고 있다”며 “젊은 의사들이 사명감이랄까 이런 환자 진료의 본분을 잊지 않고 이 코로나의 엄중한 사태 하에서 파업에 나선 것은 좀 지양하고 정부와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좋겠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우리 의료계의 어려움을 좀 헤아려주시고 OECD 기준으로 너무 낮은 저수가를 개선해주고 특히 이제 지방에 필수 의료과가 필요한데 그걸 계산해서 지방수가 같은 것을 따로 가산해주면 어떨까. 그러면 의사들이 지방으로 와서 개업도 하고 봉직도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과 정부가 한 발만 뒤로 물러서서 타협할 수는 없을까. 물론 대화가능성은 열려 있다. 

최 회장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정부의 (대화) 제안이 오면 진정성 있게 협상하겠다”고 말했고 김강립 복지부 차관도 물밑에서 접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