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을 떠난 반통합파가 만든 ‘민주평화당’
‘국민의당’을 떠난 반통합파가 만든 ‘민주평화당’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1.29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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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당 창당 발기인대회와 국민의당 징계 당무위원회 동시 개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역시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4일 국민의당 중재파 의원들(김동철·박주선·황주홍·이용호)이 안철수 대표에 2차 사퇴를 촉구했고 이를 받아들인다면 반통합파도 중재 논의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도 촉구했다. 안 대표는 23일 주말까지 반통합파에 입장을 결정하고 민주평화당(반통합파의 신당) 활동을 하려면 탈당해서 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반통합파는 일요일인 28일 14시 국회에서 민평당 발기인대회를 열고 안 대표의 최후통첩에 답을 했다. 

28일 14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발기인 대회. (사진=박지원 의원실 제공)
28일 14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발기인 대회. (사진=박지원 의원실 제공)

안 대표도 이날 15시 긴급 당무위원회를 중앙당사에서 개최하고 당원 179명에 ‘당원권 정지 2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현역 의원도 16명(천정배·정동영·조배숙·박지원·유성엽·장병완·김광수·김경진·김종회·박주현·이상돈·윤영일·이용주·장정숙·정인화·최경환)이 징계 처분을 받았다. 박준영 의원은 이미 공천헌금 수수 의혹으로 당원권이 정지돼 있어 이번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28일 민평당 발기인대회가 시작된지 1시간이 지난 15시에 안철수 대표가 징계를 위한 당무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중앙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8일 민평당 발기인대회가 시작된지 1시간이 지난 15시에 안철수 대표가 징계를 위한 당무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중앙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두 가지의 제안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각자의 로드맵대로 상황이 흘러가게 됐다. 

요즘 국민의당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는 두 곳에서 동시에 소식을 받는다. 국민의당 공보실과 민주평화당 소속 의원들이 보내는 신당 추진 관련 보도자료를 받고 있는데 날짜가 겹친다. 같은 날 주요 행사가 열리거나 주요사항이 결정된다. 국민의당 통합파와 민평당의 양대 진영이 서로 신경전을 벌이면서 연일 맞불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최고위회의와 당무위원회 등 국민의당 공식 라인을 지배하고 있는 친 안철수계가 민평당 구성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징계를 내림으로써 사실상 민평당 세력이 국민의당이란 테두리를 나가야 하는 모양새가 형성됐다. 

지난 대선에서 안 대표가 후보로서 21%를 득표했기 때문에 선거비를 보전받았고 이외 원내 3당으로서 국민의당은 분기별 약 21억원의 정당보조금을 받는다. 정치집단에게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막대한 재산을 포기하고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서 양대 진영은 서로 “당을 나가서 통합하든지” “통합에 반대하면 당을 나가라”며 윽박질렀었다.

이번에 징계 대상에 오른 인물들은 △당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당직선거로 결정된 시도당위원장직·지역위원장직·전국위원장직 뿐만 아니라 중앙위원·당무위원·대표당원의 지위도 박탈된다. 국회의원일 경우는 원내 당직을 맡고 있다면 바로 박탈되고 의총의 의결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 또 징계 기간 중 탈당하면 5년 간 복당할 수 없다.

징계의 배경은 당무위에서 공식 의결한 바른정당과의 통합 절차를 방해하고 해당행위를 일삼았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일반 국민과 당원의 정서에 반하는 막말과 폭언 △집단 탈당을 예고하고 ‘신당창당추진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민평당이라는 당내 당을 만드는 해당행위를 일삼았다는 사유가 제시됐다.
  
안 대표측은 민평당 창당발기인에 이름을 올린 권노갑 등 고문들에게도 “당무위의 명의로 정중하게 탈당을 요청 드린다”며 이제 국민의당 내에서 반통합파의 존재를 용납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라는 것을 암시했다. 

말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명분’ 싸움

민평당 측은 창당 행보에 들어갔지만 국민의당의 통합을 저지하겠다는 전략을 포기하지 않았다. 일종의 투트랙 전략인데 우선 다가오는 2월4일 전당대회에서 통합 의결을 저지하겠다는 것이 1차 목표다. 물론 안 대표와 통합파를 공격하는 언사를 쏟아내는 것도 나름의 명분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다. 그 내용은 크게 안 대표의 ‘리더십 비판’과 통합 자체를 ‘보수대야합’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앞서 민평당 당명이 확정되기 이전 17일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는 전북 전주교대에서 신당 결의대회를 열고 안 대표에 대한 성토를 쏟아냈다. 

17일 전북 전주교대에서 열린 신당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제공)
17일 전북 전주교대에서 열린 신당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지원 의원은 “대선 때 안철수 지지한 것을 먼저 사과하겠다”며 “우리 당원들이 안철수 대통령 만들겠다고 얼마나 고생하고 또 고생했냐”며 “그런데 안철수는 그동안 호남이 베푼 은혜를 무시하고 당을 팔아먹는 배신자 노릇을 하고 있고 이런 사람은 당장 망하게 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외국으로 보내버려야 한다”고 비난했다. 

장병완 의원은 “안철수가 대선 때 만세 외치면서 만든 포스터를 보면 거기에 우리당 이름이 있었냐”며 “안철수는 그런 사람이고 얼마나 국민의당과 당원을 우습게 보고 무시했으면 자기 대선 포스터에 당 이름조차 넣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성엽 의원은 안 대표를 “이 바보”라고 원색적으로 지칭하고 “대선 때 토론회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의 공공부문 일자리 증가 공약을 반박하는 자료를 만들어 줬는데 이 바보가 그것 하나 제대로 말을 못 해서 MB 아바타 소리를 듣고 하룻밤에 지지율이 폭락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지금 대통령 한 번 해보겠다고 기를 쓰고 있는 것”이라며 “안철수는 대통령병에 걸린 환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극언을 쏟아냈다. 

안 대표는 반대로 28일 입장문을 내고 “그 어떤 절차도 분열에만 이용하고 있는 해당 행위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며 “그럼에도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매우 참담하다”고 밝혔다.

보수대야합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정동영 의원은 “평창 올림픽 때 한반도기를 들어서는 안 된다는 바른정당 그리고 자유한국당과 합치려는 의도가 분명히 숨어 있다”고 밝혔다.

25일 전남 목포해양대에서 열린 민평당 전남결의대회에서 이용주 의원은 “안 대표와 유승민 대표의 통합선언문은 보수야합”이라며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호남 민심을 무시하는 안철수식 통합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25일 전남 목포해양대 강당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전남 결의대회. (사진=조성은 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 페이스북)
25일 전남 목포해양대 강당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전남 결의대회. (사진=조성은 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 페이스북)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은 28일 발기인대회 자리에서 “바른정당은 쿠데타로 시작해 권위주의 정권과 독재 정권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후예”라며 탄핵당한 자유한국당과 뿌리가 같다는 약점을 파고들었다. 

안 대표는 혈액형이 달라도 수혈이 가능하다면서 수혈이 가능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강조했는데 정인화 의원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서로 DNA가 다른 정당”이라며 “고양이와 개를 결혼시키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통합파도 이에 질수없어서 28일 당무위 특별결의문을 배포해 “해당행위자 전원의 즉각적인 탈당을 촉구”했다. 

결의문의 내용을 보면 해당행위자로 ‘전임 당대표·대선후보였던 중진의원들·일부 현역의원과 원외지역위원장’을 지목했다. 이들이 전당대회 성사 방해·모략과 막말로 당대표와 당의 명예를 훼손·박지원 의원과 박주현 최고위원의 경우 이번 달부터 당비를 내지 않겠다고 중앙당에 공식 통보하는 등 해당행위를 했다는 주장이다.

안 대표가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보면 민평당의 발기인대회를 두고 “정치패륜 행위”라고까지 묘사하는 등 분노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안 대표가 사용한 표현은 ‘국민의당 자체를 부정·기본윤리를 저버린 행동·28만 당원에 도전·저열한 행위·당원 배신행위·정당정치 농단·영호남 할거정치’ 등 극단적이었다.

안 대표는 “창당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명백한 탈당의사를 표명한 것”이라며 “<국민의당은 죽었다>라는 구호가 사실 <국민의당을 죽이겠다>와 같다”고 밝혔다. 

두 개의 ‘신당 열차’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상황이다. 민평당은 발기인대회에서 조배숙 의원을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임명했고 징계가 결정된 의원들 중 이상돈 의원을 제외한 15명과 박준영 의원을 합해 16명의 의원들이 발기인에 참여했다. 이날 발기인의 총 규모는 2485명으로 발표됐다. 대회가 치러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는 1000여명의 인원이 모여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발기인대회는 급작스럽게 열린 감이 있지만 1000여명 가까이 참석해 규모를 자랑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발기인대회는 급작스럽게 열린 감이 있지만 1000여명 가까이 참석해 규모를 자랑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민평당 창당준비위는 2월1일 서울을 시작으로 경기·광주·전북·전남 등 5개 지역 시도당 창당대회를 열고 6일에는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겠다는 계획인데, 박지원 의원은 25일 tbs <뉴스공장>에서 이와 관련 “(전당대회) 저지에 목표를 두지만 저지가 되더라도 안철수 대표는 절대 대표직에서 안 물러난다”며 “안 물러나니까 우리가 가야하고 그 이상 기다리면 지방(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지방 상황)이 어렵다”고 밝혔다. 

전당대회에서의 통합 의결 저지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민평당은 공식화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통합 열차도 빠르게 달리고 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추진위원회는 28일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해 각 분과별 위원장들을 확정했다고 알렸다. 통추위는 산하에 ‘인재영입위원회·기획조정분과위원회·총무조직분과위원회·정강정책 당헌당규분과위원회·정치개혁 비전분과위원회·대변인단’ 등 6개 조직을 두고 양당 의원을 비롯 구성원을 배치했다.

한편, 통추위는 29일 처음으로 확대회의를 열고 통합논의를 가속화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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