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와 카풀 싸움 ‘봉합’ ·· 논란의 본질
택시와 카풀 싸움 ‘봉합’ ·· 논란의 본질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3.09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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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로 합의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카카오 택시는 이미 있다
서울조합은 합의문 거부
이용자로서 일반 국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업계의 협력으로 새로운 플랫폼 택시를 출시하기로 했다. 대신 출퇴근 시간대에 카풀 영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사회적 대타협의 결론이 나왔는데 뭔가 애매모호하다. 어쨌든 이렇게 첨예한 갈등이 봉합된 것 같았는데 바로 개별 택시 조합에서 거부 선언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은 7일 16시 즈음 합의 소식을 들고 국회 정론관에 들어섰다. 기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몰렸고 정론관 밖에서 질문을 쏟아냈다. 업계의 충돌을 넘어 국민 교통권에 획기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전현희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우선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내놓은 합의문은 6개항이다. 

①플랫폼 기술을 자가용이 아닌 택시와 결합해 택시업계와 공유경제의 상생 도모
②택시업계의 규제 혁파를 추진하고 올해 상반기 중에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출시
③카풀은 출퇴근 시간(7시~9시/18시~20시)에 허용하고 주말과 공휴일은 금지
④초고령 운전자 개인택시의 감차 방안 강구
⑤택시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근로시간에 맞는 월급제 시행
⑥택시업계는 승차 거부를 근절하고 친절한 서비스 정신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함

합의문의 부연 설명에 따르면 관련 법안들은 3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돼야 하고 대타협기구는 실무 논의기구로 전환된다. 

핵심은 ③이다. 당초 카풀을 허용하되 택시의 현대화를 추진해서 시장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합의될 것으로 예상됐었는데 그렇게 됐다. 

이번 합의는 첨예한 이해관계자가 여권의 중재로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뤘다는 의미가 있다. 디테일은 추가 논의를 통해 채워간다는 것인데 당장 기자들은 ②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20분에 달하는 백그라운드 브리핑(비공식 질의응답)이 있었음에도 뭔가 명확하지 않아서 전 의원에게 따로 찾아가서 물어봤다.

전 의원은 “자가용 우버(미국 카풀 기업)를 택시로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간단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택시업계와 카풀업계를 중재해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일단 전 의원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 맥락을 훑어봐야 한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 1항에 따르면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지만 1호에 규정된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는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 또는 임대하거나 이를 알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출퇴근 시간대에 이동 수요가 폭증할 수 있으니까 1항의 취지와 달리 유상 운송 알선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인데 그 규모와 형태를 구체적으로 정의하지는 않았다. 

즉 어떤 사람이 같은 동네에서 출퇴근 시간대에 동일 목적지로 가려는 수요를 파악하고 모집해서 소정의 수고비를 받고 차로 데려다주는 것을 A라고 하고, 기업이 플랫폼 서비스에 기반해 카풀 사업을 하는 것을 B라고 했을 때.

택시업계는 81조 1항의 취지는 A이지 B가 아니라고 강하게 저항했던 것이다. B는 택시 면허가 없는 일반 운전자들이 자가용으로 택시처럼 유상 운송을 할 수 있도록 플랫폼으로 연결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버는 B로 전세계적인 성공을 이뤘고 현재 카카오를 비롯 국내 기업들도 B를 준비하고 있다. 

택시업계의 저항에 따라 B를 전면 허용할 수도 없고, 공유경제니 4차 산업혁명이니 국민 여론의 지지에 따라 아예 막을 수도 없게 된 것이다. 진통 끝에 출퇴근 시간대에만 B를 허용하되 ②으로 보상한다는 것인데 이미 카카오 택시(kakaoT) 서비스가 존재한다. 그러니까 택시업계의 시장 경쟁력을 키우는 차원으로 카카오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②을 한다는 것인데 이미 카카오 택시가 자리잡은 상태라서 뭐가 달라질지 짐작되지 않는다. 

카카오 택시는 플랫폼 서비스로 이용자와 택시를 이미 연결해주고 있고 상당히 상용화 돼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전 의원이 그동안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준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에 대해 전 의원은 “(카카오 택시는) 규제가 안 풀린 상황에서 한 것이다. 탈법적으로 이리저리 회피해서. 지금은 규제를 혁파해서 합법적으로 가능한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 또는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를 통해 새로운 택시 모델을 만들 것”이라며 “플랫폼 업계에 하고 싶은 사업 모델을 내놓으라고 했고 그걸 가지고 (택시업계와 함께) 현실화 할 수 있는 걸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과제들이 있다. 기본적 모델은 자가용 우버를 택시가 한다. 요 정도로 생각해주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주환 카카오 모빌리티 대표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정 대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것들이 있다. 거기까지는 맞지가 않아서 그건 빠른 시간 안에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②이) 어떤 형태인지 (기자들이) 감을 잘 못 잡고 계신 것 같다. 그걸 빠르게 형상화하겠다는 것은 우선 모빌리티 업계와 택시업계가 별개가 아니라 다양한 참여자들이나 종사자들이 함께 하는 데에 갈등이 없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만들겠다. 그게 택시라는 제도권 위에서 존립하게 하겠다. 몇 가지 더 있는 걸 말씀드리면 궁금증이 풀릴텐데 다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택시 단체들도 있고 규제들도 있고 여러 가지를 다 풀어야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설명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고 어쨌든 큰 틀에서 보면 더 넓은 서비스를 제도권 안에서 구현 가능하게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택시 쪽도 많이 양보를 했고 모빌리티 업계도 많이 양보했다. 그 점에서 새로운 것들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기자들과 오랫동안 백브리핑을 하고 있는 정주환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아직도 뭔가 알맹이가 없는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을 예상해볼 수 있다. 

이를테면 기존 택시는 △요금 산정하는 미터기 외에 다른 서비스에 대한 비용 청구가 금지돼 있고 △택시 차량의 색생과 종류도 한정적이다. 이런 규제를 정비해서 카카오와 함께 △반려동물 전용 택시(기본요금 1만1000원으로 비싸지만 수요층 형성) △안마의자 장착 택시 △여성 기사가 여성 손님만 태우는 택시 △유치원 등하교 전용 △택배나 꽃과 같은 긴급 배달 등 다양한 전용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청사진이다.

특히 수도권 택시만 하더라도 시간대·장소에 따라 수요·공급 불일치 문제가 심각한데 플랫폼 기술을 통해 기존의 유휴 택시 수량을 적절히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나와 있다.

하지만 8일 오후 서울개인택시 운송사업조합은 합의문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조합은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풀 일부 허용 합의는 그동안 카풀 자가용 영업 행위가 근절되는 날까지 투쟁해달라고 분신한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짓밟는 행위”라며 “서울은 카풀 허용 행위로 최대 피해를 보는 지역이다. 전국의 모든 택시 단체가 이번 합의에 이의를 달지 않아 홀로 외로운 투쟁이 계속된다고 하더라도 서울 개인택시 5만 조합원은 합의안을 전면 거부할 수밖에 없다. 총력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합의 목적은 81조 1항 카풀 단서 조항의 삭제 단 한 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5일 방송된 tvn <상암타임즈>에서 “카풀이 경쟁력있는 시간대가 언제냐면 출퇴근 시간대에 택시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많을 때다. 택시에 대한 불만을 보면 안 잡힌다는 것이다. 그걸 카풀로 해결하겠다는 건데 사실 그때 (카풀 운전자는) 돈벌러 가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을 막아달라는 게 택시업계의 요구다. 내가 택시기사를 해보니까 출퇴근 시간대에는 1시간에 2만원을 번다. 나머지 시간대에는 파리 날린다. 기껏 수요가 많아서 잘 벌리는 시간대에 공급을 추가해서 그때 못 벌게 하자는 것은 택시기사 입장에서 생존권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택시기사들의 가장 큰 불만은 △택시 면허증을 얻기 위해 들인 노력이 있는데 카풀 운전자는 그러지 않아도 유상 운송이 가능하다는 점 △택시는 온갖 규제가 많은데 카풀은 규제가 없다는 점(요금 통제) 등이 있다. 흔히 중년 남성이 1차 직업에서 은퇴하고 2·3차 직업으로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곳이 택시업계다. 이들 입장에서 현재도 고단한데 카풀 바람으로 더욱 코너에 몰릴까봐 위기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미 쏘카(플랫폼 기반 차량 단기간 대여 서비스) 확대로 인해 택시업계의 타격은 상당한 상황이라 더더욱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반 시민들은 이용자 입장에서 승차 거부와 난폭 운전 등으로 기존 택시업계에 우호적이지 않다. 한 마디로 민심은 B도 괜찮다는 쪽이 크고, 택시업계는 매우 강경한 상황이었는데 합의문 타결 이후 봉합됐다가 서울조합만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데 사실 택시 이용자인 일반 국민 입장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지난달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경제에 대해 이해관계자 대타협이 우선이라고 한 말은 너무나 비상식적이다. 이해관계자 대타협이 아니라 사회적 대타협을 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모빌리티의 이용자가 빠지고 카카오와 택시 4단체와 국회의원들이 모인 기구를 사회적 대타협 기구라고 명명한 것부터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어찌보면 <우리 돈 못 벌게 만들지마(택시)>와 <돈 벌게 해줘(카풀)>의 갈등인데 여기에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입장이 주로 반영되지는 못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합의문 속 문구에는 국민이란 표현이 많이 있지만 사실상 택시업계와 카풀업계의 이해관계 조정에 중점이 맞춰진 게 현실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합의문 속 문구들에서도 그렇고 택시단체 수장들도 일반 이용자로서의 “국민”을 거듭 강조했다.

전 의원은 “국민이 우선이다. 이번 합의는 가장 중심에 국민이 있다. 국민의 교통 편익을 더 향상시키는 방향을 중심에 두고 협의를 했고 합의문 모든 문구에 국민이 있다. 택시의 고질병으로 승차거부나 불친절한 서비스 등 이것도 자정 노력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지만 ⑥ 외에 어떻게 방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결국 택시업계와 카풀업계의 상호 조정으로 법 제도가 정비되는 실정이고 뭉쳐있지 않은 일반 이용자는 경시될 수밖에 없는데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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