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교섭단체’ ·· 민주평화당은 왜 망설일까?
‘공동 교섭단체’ ·· 민주평화당은 왜 망설일까?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4.07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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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당 내 두 진영
정의당과 평화당의 정체성
문재인 정부의 인기없는 경제 정책
총선 앞둔 생존권 문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4.3 재보궐 선거만 이기면 모든 게 척척 들어맞을 것이라고 점쳐졌는데 상황이 심상치 않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 교섭단체는 기정사실로 여겨졌는데 꼭 그렇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빨간불이 켜졌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5일 방송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공동 교섭단체 구성에 대한 당내 찬반 입장이) 갈라지고 있다. 오히려 내부 분위기는 독자 노선으로 가자. 이제 선거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여러 가지 정체성 문제에 대해서 섞일 필요가 없다. 이게 강하다. 나도 그쪽”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평화당의 내부에서는 특히 노동 문제가 지금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문제 등이 굉장히 강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는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최저 임금 그리고 노동 시간 단축, 탈원전. 이런 문제에 대해 (정의당과 온도차가 있다)”고 강조했다. 

작년 3월29일 이용주 평화당 의원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공동 교섭단체 합의문을 발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평화당의 내부 사정을 보면 경제관에 대해서 크게 두 파로 나뉜다. 정동영 대표를 비롯 박주현 수석대변인과 천정배 의원 등이 ①진보적 노선을 견지하고 있고, 장병완 원내대표와 유성엽·최경환 의원 등이 ②보수적 노선을 내세우고 있다. 

①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덜 비판적이고 보완해서 제대로 실현할 필요성을 인정하는 편이지만 ②은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처럼 무척 비판적이다. 장 원내대표는 얼마 전 비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기업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기술 중심의 산업 정책을 강조한 바 있다. 이밖에도 △인터넷전문은행 성장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 문제 △노동 문제(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최저임금 인상·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에 대해서 미묘한 입장차가 있다.

평화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내에서) 정 대표만 왼쪽이다”고 묘사할 정도로 전반적인 경제 기조는 보수적인 편이다. 

당연히 정 대표는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자는 입장이 강하고 장 원내대표는 조금 신중할 가능성이 높다. 

정의당은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평화당보다 훨씬 진보적이고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비롯 경제민주화 기조에 더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경기 불황 압박에 못 이겨 규제완화를 골자로 하는 혁신성장에 힘을 싣고 있다. ②은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과 다시 손을 잡는 게 무척 꺼림칙하다. 

사실 작년 초 국민의당에서 갈라져 나온 평화당이 먼저 정의당에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정의당이 요구하고 있고 평화당이 머뭇거린다. 

박 의원은 “그러니까 더 논의를 해봐야 되겠지만 나랑 얘기를 많이 하는 우리 당의 초선 의원들이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걸 설득하기 위해서는 나도 편들어줘야 되고 참 애매모호하게도 만약 한 사람만 반대해서 나 안 하겠다고 하면 우리 평화당의 운명도 똑같아지는 것이다. 서너 명 반대하고 있다. 나한테 적극적으로 의사 표시한 사람들은 만약 교섭단체를 하면 나는 참여 안 하겠다고 한 분들이 서너 명 되기 때문에 이분들을 이끌고 가려면 나도 좀 얘기를 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4일 방송된 cpbc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서 “지금 이 분위기에서 (평화당 일부 의원들이 공동 교섭단체 구성에) 반대했다가는 아마 뼈도 못 추리지 않을까. 아마 무난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평화당에 도발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바로 김정현 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으로 공식 사과를 촉구했고 김 의원은 즉시 꼬리를 내렸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다시 구성해보자고 정중하게 요청하는 모양새를 취한 상태다.  

사실 두 당의 정체성 차이는 처음 구성할 때도 상호 인정했었다. 그래서 구동존이 정신으로 나아가자고 합의한 바 있다.

이를테면 그때 당시 두 당이 발표한 합의문에 따르면 “각 당의 정체성에 따라 고유의 독자적인 정당 활동을 한다”면서도 “국회 구성 및 운영에 대한 공동대응과 8대 정책공조 과제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고 돼 있다.

8대 과제는 △미투 법안 처리 △한반도 평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노동 존중 사회와 좋은 일자리 △식량주권 확보와 농수축산업 분야 미래 산업 육성 △골목상권과 중소상공인 보호 △권력기관 개혁이다. 

구동존이 정신을 명시한 공동 교섭단체 합의문. (사진=박효영 기자)

이렇게 노동 문제 외에 평화당과 정의당이 공감할 수 있는 이슈들은 매우 많은데 ②이 망설이는 이유는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생존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화당은 호남을 확고한 지역 기반으로 삼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보다 압도적으로 우위라고 할 수 없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경기 불황으로 인해 국정 지지율이 갈수록 하향 추세라 ② 입장에서 정의당의 경제 기조에 동조해주기도 망설여지고 그렇게 갔다가 총선에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에 입당할 수 없을 바에야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 다시 합쳐서 3지대를 개척하자는 시나리오도 있어서 정의당과 선뜻 손을 잡는 게 고민스럽다.

그럼에도 평화당의 평균 지지율은 2% 이하로 무척 낮다. 특히 정 대표 체제 이후 평화당은 유불리를 떠나서 선거제도 개혁에 올인하자고 결의를 다진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에 올리자는 당론을 정했고 현재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로 인해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기싸움 중이라서 다시 교섭단체를 꾸려서 적극 중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정두언 전 의원은 5일 방송된 KBS <오태훈의 시사본부>에서 “결국 교섭단체를 구성할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교섭단체를 하고 안 하고는 국회에서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그러니까 교섭단체는 구성할텐데 총선 앞두고 평화당도 지금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이다. 평화당으로 총선을 치를 수가 없다. 그러니까 민주당 눈치 보고 그러느라고 지금 생각이 복잡한 거다. 그래도 결국 교섭단체 구성할 것이라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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