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의 신농가월령가] 오월 속에 두릅나무송
[이재인의 신농가월령가] 오월 속에 두릅나무송
  • 이재인
  • 승인 2019.05.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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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중앙뉴스=이재인] 남청빛 수선화피는 오월이 되면 노천명 시인이 떠오른다. 그리움의 추억이다. 내 나이 열여섯살 때였다. 서울 돈암동 전차종점 태극당 빵집 뒷골목 헌책방에서 노천명 수필집 <산딸기>를 한 권 샀다.

서울 경동중학교에 유시험 1등으로 합격하고도 진학이 만류되어 귀향하던 길이었다. <산딸기>속에는 그 노천명 시인이 향기로운 시어로 쓴 산나물 이야기가 나를 놀라게 했다. 시골에서 열여섯 나이가 되도록 모르던 산나물에 하나하나 열거된 시정어린 수필에 매혹되었다.

소설의 힘이 무섭도록 유혹되었지만 나는 때때로 수필을 썼다. 노천명 시인처럼 유정한 수필을…….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 언어가 <두릅순>이었다. 두릅나무가지에 어린 순이 피어나는 시기가 진달래꽃이 피고 수선화가 벙글면 이내 두릅 순이 사자발을 내민다.

두릅나무 순은 약선식물이다. 어린순과 껍질까지도 우리 인간에게 유익한 떨기식물이다. 정약용 선생은 <동의보감>에 약 효능을 명기했다. 그리고 북한에서 발간한 <동의학사전>에도 두릅나무 순과 껍질에 대한 약효를 설명해 놓았다.

두릅나무는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중국, 러시아 등 극동지역에 참두릅과 개두릅이 생장하고 있다. 한자말로는 두릅을 <총목>이라 일컫고 껍질을 가리켜 <총목피>라고 한다. 이 두릅은 오갈피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 관목이다.

봄의 산채나물 가운데서도 두릅순은 최고급 나물이다. 나무에서 새순을 떼어내에 약한 불에 살짝 데쳐내어 초고추장에 찍어 입안에 넣으면 향기롭고 상큼한 향내가 군침을 멈추게 한다.

뿐만 아니라 기나긴 겨울철에 원기가 딸린 농민들에게는 이 두릅이 건위 이뇨 진통 수렴 거풍 강정 위궤양 위경련 신장염 각기 수종 당료 신경쇠약 발기부전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옛 문헌에 처방법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말린 약재는 10그램 가량의 물에 끓여 복용한다고 사용방법이 적시되어 있다. 두릅의 효능 성분은 스티그마스토렐 알파탈란린베타- 사이토스토렐 리놀레닉산 펜트로셀리의 닉산이 함유되어 있다.

<북한동의학사전>에는 강장작용 중추흥분작용 강심작용 혈당량감소작용 반사성예방치료작용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독성 또한 없지 않다. 인삼이나 가시오피보다 10배가량이 많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비타민 A는 콩나물보다 6배, 오이나 고구마보다 2배가량 무기염류가 풍부하다고 밝히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당뇨 허약체질 심장신경증 수면장애 음위 보강제로도 쓰인다고 전한다.

앞산에 비가 개니 살찐 향채 캐오리다.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라지, 으아리를
절반은 엮어달고 나머지는 무쳐먹세…….
- 이하 생략 -

이처럼 좋은 선채가 우리 땅에 생목하고 있으니 눈을 들면 천하가 먹거리이고 약용식물이니 잡목이라도 깔보고 눈을 흘기는 일은 사실상 창조주의 솜씨를 저주하는 일이다. 우리 강산에 가시나무 떨기 속에 보석이 숨어 있다. 그러니 금수강산 옥토라는 말은 삼갈 일이다.

헬조선. 그 말은 나와 이웃과 대한민국을 원망하는 언어이다. 언어에는 숨은 마력이 있는데 저주와 원망 속에는 불같이 나를 태우는 짓을 서슴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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