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참사 ‘3년’ ·· 공공 민영화, 위험은 ‘최약자’에 전가된다 
구의역 참사 ‘3년’ ·· 공공 민영화, 위험은 ‘최약자’에 전가된다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5.25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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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 이윤 논리
김군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위험의 외주화
서울메트로와 은성PSD의 계약관계
산업재해 즐비해
김용균법이 통과됐음에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16년 5월28일 17시57분 서울시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20세 김군(1997년생/서울메트로 하청업체 ‘은성 PSD’ 소속)은 도어를 열고 들어간지 2분 만에 열차에 치어 사망했다. 김군은 거센 속도로 달려오는 열차를 피할 수 없었고 도어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2018년 12월11일 새벽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한국서부발전 사업장) 석탄 이송 컨베이어 벨트에서 낙탄을 줍던 23세 김용균씨(1994년생/한국발전기술 소속 계약직)는 벨트에 몸이 끼어 사망했다. 김씨는 몸이 분리되면서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는데 4시간 동안 방치돼 있었다.

고질적인 산업재해 사건은 여러 샘플(Sample)들로 발생해왔지만 위의 두 사건은 이그잼플(Example)로서 한국 사회에 커다란 경종을 울렸다. 

공기업의 이윤 논리위험의 외주화서울메트로와 은성PSD의 계약관계산업재해 즐비해김용균법이 통과됐음에도
구의역 참사 3주기 추모문화제가 구의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렸다. (사진=박효영 기자)

25일 14시 구의역 1번 출구 앞에서 <구의역 참사 3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마이크를 잡은 공공운수노동조합 몸짓패 단원은 “방금 보여드린 몸짓은 구의역 참사 이후 서울 지하철의 외주화를 막아내는 투쟁의 과정을 그렸다. 사실 구의역 참사가 일어나고 3년이 지난 지금 비록 서울 지하철의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는 직군은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아직까지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간접 고용으로 여전히 산재(산업재해)와 과로사에 죽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의역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이윤의 문제다. 공공기관 사업장이 흑자를 남기고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열악한 노동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도 만연한 공공기관의 돈벌이 행태를 멈춰야 한다”고 외쳤다. 

몸짓패들의 공연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몸짓패가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군은 서울메트로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은성PSD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등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청년이었다. 서울메트로는 안전 수리 업무를 하청에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고 도어 수리업체인 은성PSD를 자회사 형태로 인수하려고 했으나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 승계를 하지 않았다. 

도어 수리 업무는 당연히 △열차 운행 시간이 종료되는 야간에 진행돼야 하고 △긴급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인 1조로 이뤄져야 하고 △해당 역의 역무원은 수리 보고를 받고 ‘인원·구역·안전 상태’ 등을 체크해야 한다. 하지만 애당초 이런 매뉴얼이 지켜지는 것은 불가능했다. 

은성PSD와 서울메트로가 맺은 계약 내용을 보면 도어 고장이 발견된 즉시 작업자가 ‘1시간 내에 해당 장소에 도착’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 그러나 김군을 포함 노동자 6명이 커버해야 하는 역은 50개에 달했다. 주말에는 5명이 맡았다. 기관사가 고장을 신고하면 종합관제소에 통보되고 은성PSD 직원이 바로 급파되지만 정작 해당 역에는 수리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실제 김군은 구의역 사고 접수 이후 1시간 내에 겨우 도착했지만 파트너 노동자는 또 다른 고장 신고가 접수된 을지로4가역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김군은 구의역에서 동료가 오기를 기다릴 수 없었고 혼자 죽음의 현장으로 들어갔다. 

(사진=박효영 기자)
문화제에 참석한 한 시민. (사진=박효영 기자)

그 당시 박근혜 정부는 △공기업에 대한 경영 효율화를 천명했고 이에 따라 △공기업들은 대대적으로 안전 업무를 외주화하기 시작했고 △용역업체는 낙찰을 받기 위해 최저 입찰가를 제시해야만 했고 △당연히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계약직이나 비정규직 형태로 채용하고, 인건비를 낮게 책정하고, 인력을 최소한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도어에 공기를 최소 주입해서 부실하게 공사를 한 것이 잦은 고장을 일으켰고 고장이 잦으면 수리 업무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텐데 서울메트로는 그러지 않았다. 은성PSD는 충분한 낙찰가를 지급받지 못 했기 때문에 인력을 제대로 충원하지 않았다. 실제 김군의 월급은 144만원에 불과했다. 

결국 공기업의 ‘돈’ 문제였고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국가의 ‘의무 방기’가 원인이었다. 원청 기업은 비용을 아끼고 각종 보상 체계를 피하기 위해 위험한 안전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겼다. 하청업체는 원청의 계약 조건을 맞춰주기 위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김군은 평소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 하고 여러 장소로 이동했다. 그의 가방에는 컵라면과 삼각김밥이 있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가족들께 죄송하다고 고백한 신상환 지부장. (사진=박효영 기자)

신상환 지부장(공공운수노조 서울메트로 9호선 지부)은 “일단 유가족들에게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지금도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많은 분들이 생명이 담보되지 않은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신 지부장은 “(여러 산업군의 열악한 노동을 겪은 뒤) 서울메트로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이제 안전하겠구나 싶었지만 알고 봤더니 자회사라는 이름의 용역회사였다. 이름만 정규직일 뿐 2인 1조의 근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6600볼트에 감전당한 사고를 지켜봐야만 했다. 현재도 20대 초중반 청년들이 그 넓은 역사에서 혼자 위험하게 일을 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사실 2013년 성수역, 2014년 독산역, 2015년 강남역 등 매년 김군과 같은 비극이 반복돼왔다. 서울메트로의 행태는 김군 사고 이전까지 범죄적이었고 전혀 시정되지 않았다.  

유시민 이사장은 공기업의 무분별한 민영화에 대해 경고했다. (캡처사진=jtbc)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16년 6월9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김군 자신이 뭐라고 얘기를 했건 실제로 장기간에 걸쳐서 혼자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게 명백했고 자기들(서울메트로)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다 알고 있었으면서 사고가 나니까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작업 일지를 2인 1조로 한 것처럼 사후에 조작했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는 2016년까지 지하철 1~4호선(97개역)의 도어 수리를 은성PSD에 맡겼고, 서울도시철도공사는 5~8호선에 대한 도어 수리를 직접 맡았다. 전자가 후자에 비해 월등히 안전 사고가 잦았다. 물론 2017년 5월31일 이후 두 공기업은 ‘서울교통공사’로 통합 합병됐다.

다행히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김씨가 비극을 당한 이후 그의 모친 김미선씨가 백방으로 노력한 덕으로 작년 12월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노동계에서는 이것도 미흡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기존보다는 진일보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원청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일부 위험 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확대 
②화재·폭발·추락·질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해 위험 장소나 유해물질(도금·수은·납·카드뮴) 작업에 대한 사내 도급 금지 
③원청 사업주의 안전보건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규정하고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 
④동종 범죄를 5년 내 두 번 이상 반복하면 규정된 형량의 절반을 가중
⑤법의 보호 대상을 노동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해서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배달 종사자 등을 보호
⑥화학물질을 제조하고 수입하는 사업주는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을 의무화하고 화학물질 명칭과 함유량 등을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함
⑦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안전보건 계획을 수립해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도록 함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12월19일 열린 당정청 대책회의에서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에 눈감고 있기 때문에 안전 사고 위험이 더 커졌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라며 “안전을 비용으로 간주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미덕으로 된 지금의 하도급 구조가 사고의 원인이다. 그 책임은 적정 인력보장 요구를 묵살해온 원청사인 발전 5사에 있고 민영화의 신화에 사로잡혀 다양한 방식의 외주화 정책을 설계한 산업부에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에 대한 처벌과 책임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문화제 참가자들. (사진=박효영 기자)

더 나아가 유 이사장은 공기업의 민영화 바람에 대한 총체적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박근혜 정부의 행정자치부에서 전통적으로 해왔던 공기업과 지방 공기업의 혁신 전략을 보면 전부 민간 사업 이양이다. 공공성이 낮고 민간이 더 잘 할 수 있는 사업은 과감히 민간으로 이양한다고 열심히 자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은성PSD를 왜 만들었는가? 이게 민간 이양이다. 스크린도어 안전 관리는 공무원이 하는 것보다 민간 기업이 하는 것이 더 잘 한다고 해서 내놨는데 이게 잘 되냐는 거다. 나도 공기업이 하고 있는 일 중에 굳이 공기업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될 업무들은 민간 이양을 하거나 경쟁체제로 가는 게 더 좋다고 본다”면서도 “스크린도어 관리는 시민들의 생명과 관련된 업무다. 차량기지 안에서의 정비라는 것은 전동차의 안전 관리와 관련해서 핵심적인 사업인데 이런 것까지 다 떼서 이양하고 그래서 민간에 사업 이양을 많이 한 공기업은 경영평가에서 많은 점수를 줬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유 이사장은 “그러다보니 경쟁적으로 지방 공기업들이 중앙 정부의 방침에 맞춰서 민영화와 외주 용역을 계속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해야 될 것과 하면 안 되는 것들을 구분 안 하고 자기들이 해야할 것을 외주를 준 것”이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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