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충족으로 협상
기본소득 도입만 바라봤다
녹색당과 미래당 함께 못 해 아쉬워
기재부와 재정건전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회의원 금뱃지 언박싱 논란이 있을 만큼 기본소득당이 총선에서 확보한 1석은 무척 민감하다. 민생당도 0석이 됐을 정도인데 창당한지 석달 된 기본소득당이 원내로 진출할 길은 연합정당으로 포장된 위성정당에 참여하는 것 말고는 없었다. 비록 더불어민주당의 힘을 빌렸지만 명분과 실리 둘 다 잡았다는 것이 기본소득당의 자체 평가다.  

용혜인 전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4월28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당사에서 기자와 만나 “저희는 창당 과정에서 2만명에 이르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은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한 가지에 합의를 했다”며 “실제 중앙당으로 전화가 온다. 기본소득이 언제 도입될 수 있고 나도 받을 수 있느냐는 거다. 실제 새로운 당원들을 만나봐도 정말로 불안정하고 이 기본소득이 너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노동당 때부터) 이전에 활동했던 역사에 대해 말씀하시지만 사실 이 당을 놓고 보면 분명 기본소득이 한국 사회에 필요하다는 한 가지에 합의한 정당으로서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과 목표에 대해 좀 더 심플하게 논의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용혜인 전 대표는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용 전 대표는 지난 3월 기본소득당에서 탈당해 더불어시민당에 합류했고 비례대표 후보 5번을 배정받아 당선됐다. 2월말 하승수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정치개혁연합(정개련)을 통해 연합정당론을 띄웠을 때만 해도 기본소득당은 독자 노선으로 가닥을 잡았었다. 

그러나 이내 방향을 틀고 내부 논의를 통해 현실적으로 연합정당론에 참여하기 위한 조건들을 공식화했다. 용 전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밝혔고 그것이 곧 기본소득당의 공식 방침으로 알려졌다.

용 전 대표는 “(정개련이 부상했을 때 원래는 비판적이었던 것 같은데) 언제인지 시점이 중요할 것 같다. 왜냐면 정개련에서는 저희에게 제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비판적이었다. 근데 (시민당으로부터) 구체적으로 제안을 받고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요구조건들이 받아들여지고 논의의 흐름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선가능성, 의제, 홍보 등 3가지 조건이 동등하게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과 관련) 그것이 수용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실제 구체적인 내용들까지 협상됐다”며 “물고기를 잡으려고 뛰어들었으니 이미 흙탕물 범벅인 상태에서 물고기라도 잘 잡아야 된다”고 밝혔다.

사실 거대 양당이나 정의당만 알려졌지 일반 국민 입장에서 다른 정당들에 대한 인지도는 거의 제로다. 그러나 원외정당과 원내정당은 분명 다르다.

용 전 대표는 “사실 1석 의원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것에 동의하고 그런 비판과 우려에 대해 모르지 않고 다만 1석과 0석은 너무 다르다. 1석과 3~5석은 비슷할 수 있지만 1석과 20석(원내 교섭단체)은 또 엄청 다르다”며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가져가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원외 주요 3당으로 불리는 녹색당, 미래당, 기본소득당은 모두 연합정당 테이블에 참여했었다. 원외정당은 정당 득표율 3%(87만3841표)라는 봉쇄조항을 뛰어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기본소득당만 의석을 가져갔다. 두 당은 초반에 정개련으로 참여했다가 민주당이 정개련이 아닌 시민을위하여를 택하고 사실상 위성정당화로 굳어지자 끝내 철수했다.

용 전 대표는 “(두 당은 실리와 명분을 다 잃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기본소득당은 실리를 챙겼다고 한다) 저희는 명분도 잃지 않았다. 어떤 분은 저희한테 체면은 좀 구겼지만 실리를 챙겼다고 얘기하던데”라며 “저희는 저희의 선택에 대해 체면을 구겼다거나 부끄럽다거나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 자꾸 남들이 저희에게 체면을 구겼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실 3당은 2월 전부터 선거연합을 모색하고 있었다.

용 전 대표는 “공동대응을 하자고 제안했고 그게 실제로 협상에서 유리하다. 그냥 각개전투를 하면 녹색당 깨고, 기본소득당 깨고, 미래당 깨는 일은 너무 쉬운 일이라서 공동대응을 하자고 했는데 잘 안 됐다”면서 “(두 당과) 당연히 함께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앞으로도 최대한 같이 하고 싶다. 사실 정개련이 나오기 전에도 녹색·미래·기본소득이 기후위기와 기본소득과 세대교체 측면에서 공감가는 얘기들을 하는데 3당이 연합정당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었다. 그 논의가 잘 안 됐었고 우호적으로 대화를 나눴지만 최종적으로는 잘 안 됐다”고 풀어냈다.

이번에 경선 탈락한 유승희 의원을 비롯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민주당 내 기본소득파로 불린다. 용 전 대표는 기본소득당 이전부터 이들과 기본소득을 주제로 다양한 연대 협력을 한 적이 있다. 

용 전 대표는 “(코로나19에 따른 재난 기본소득 담론이 형성되어) 민주당 내부에서도 기본소득을 논의할 수 있다는 신호탄이 된 것은 사실”이라며 “핵심은 (민주당이) 기본소득 의제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였다. 기본소득당 차원에서 봤을 때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기본소득에 대해 얘기하고 실제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이 실시하고 있고 특히 기획재정부에 맞서 재난 기본소득 관련 100%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이미 용 전 대표는 국회의원 세비의 80%를 당비로 내겠다고 공언했다.

용 전 대표는 “1석 정당에 나오는 국고보조금은 분기별로 얼마 안 된다. 1.5명 상근 인건비 정도다. 자원 활동으로 고생하는 당직자들이 많은데 내가 혼자 어떻게 1000만원 넘게 세비를 받을 수 있겠는가. 최대한 최저임금이라도 맞춰서 유급 상근자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입당을 다시 해야 한다. (시민당에서) 제명되면 바로 재입당 할 것”이라며 “기본소득당은 곧 지도부 선출(5월 이내)을 하게 된다. 당원 총회는 8월에 한다. 새 지도부가 뽑히면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짜고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2년 남았는데 이 기간 동안 기획과 전망에 대해 준비해서 당원 총회를 치러서 승인하거나 거부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중심으로 진보적 시민사회에서는 위성정당에 대한 위헌 확인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각하됐지만 민생당이 청구한 것은 헌법재판소에서 심판 절차에 돌입했다. 기본소득당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용 전 대표는 “위성정당이란 비판의 취지와 근거와 내용들에 대해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모르겠다. 민주당 의원들도 위성정당 맞다고 한다. 그런데 미래한국당 막으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그렇게 얘기하는데 민주당에서는 위성정당일지 모르겠으나 저희 입장에서는 위성정당이 아니었다”며 “여당과 함께 하는 연합정당에 공식 공약으로 기본소득이 들어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내가 대변인을 맡아서 특히 재난 기본소득 관련해서 입장을 내기도 하고 이런 부분은 되게 의미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여당과 함께 하는 정당에 공약으로 기본소득이 들어갔고 내가 1호 법안으로 온국민 기본소득을 발의할 것이라고 직접 발표(4월12일 시민당 후보별 발의할 법안 발표)했다. 기본소득의 실현이라는 것을 놓고 봐도 의미있는 지점들”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용 전 대표는 “정말 세상에 없는 것을 성공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고 그게 나한테는 동기부여가 많이 되는 일”이라며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기본소득당을 어떻게 유니콘 기업으로 만드느냐. 실제 실리콘벨리에서 유니콘 기업이란 말을 쓴다고 한다. 그것이 기본소득당의 4년 동안의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실제 국회 안에서 기본소득 세력이 얼마나 될 것 같은지) 쉬운 문제는 아닌데 시민사회 영역의 입법 운동이 결국 10명을 못 모아서 좌절되는 경우가 많다”며 “쉽지 않은 걸 알고 있는데 당선되고 나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다. 결국 기본소득당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서 어깨가 좀 무겁다”고 말했다.

당장 용 전 대표는 “국회 안에서 공론화 작업부터 이뤄져야 한다. 나는 (기본소득당의 당론으로) 1인당 60만원 지급을 주장하지만 구체적인 논의와 공론화 과정에서 액수는 합의될 수 있다”며 “각자 기본소득 액수에 대한 근거가 있겠지만 열어놓고 논의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밖에도 용 전 대표는 “나도 국회의원이 처음이고 원내정당 자체가 처음이라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다. 의원실을 구성하고 의원실 뿐만 아니라 중앙당 구성도 다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실 상임위원회가 중요하다. 상임위 상관없이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지만 1차적으로는 상임위가 제일 중요해서 그 부분에 많이 묶여 있다. 그 부분이 풀려야 구체적인 기본소득 실현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 전 대표와 김준호 대변인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기본소득당과 함께 시대전환도 시민당에 참여해서 1석(조정훈 전 공동대표)을 확보했다. 다만 시대전환과 달리 기본소득당은 지역구 출마를 통해 총선에서 정당 이름을 어필할 수 있었다.신민주 서울시당 상임위원장은 페미니스트의 정체성을 내걸고 서울 은평을(2600표 1.89%)에 출마했고, 신지혜 경기도당 상임위원장은 부동산 불평등 타파를 내걸고 경기 일산 고양정(2058표 1.27%)에 출마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김준호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총선에서) 용 전 대표가 국회의원이 된 것이 가장 큰 성과지만 고양정과 은평을에 두 분이 출마해서 선거를 잘 치렀다. 창당된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빠른 시일 안에 자기 의제를 잘 알려내고 두 분 개인적으로도 정치인으로서 자리매김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최근 전국민에게 지급될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2차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 과정에서 기재부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집이 부각됐다.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의 반대보다 당정 갈등이 더 큰 이슈가 됐다.

김 대변인은 “이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경제 논리로만 얘기되어 왔던 측면이 컸다. 경제성장률 등 숫자로 드러나는 거시경제 지표의 논리로만 언급돼왔다”며 “그 숫자들 안에 있는 개개인들의 삶을 들여다봤을 때 지금 이전과는 다른 위기가 찾아왔고 전개 양상과 성격이 아예 다른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기재부가 계속 재정건전성이라는 신념으로 반대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자들의 전망과 시민들의 요구가 있었고 전혀 다른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왜 경제관료들만 경직돼 있는지 모르겠고 상상력이 너무 부족하다. 실제 취약계층에 있는 국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용 전 대표는 “오늘 아침에도 기재부 차관이 발제하는 세미나에 갔다 왔는데 재난 기본소득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경제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전향적으로 함께 코로나19 이후의 경제위기 대안을 논의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재부에서 재난지원금은 기본소득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게 맞는 말이다. 특히 가구 단위로 지급되고 있다. 기본소득에 대한 개념을 갖고 논의를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고무적”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재부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 한다는 비판에 대해) 기재부의 관료 카르텔이 그렇게 간단치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관료들이 권한을 모두 쥐고 있으니 더 그렇다. 이번 경제위기는 이전의 것과 양상이 굉장히 다르다. 재정건전성 이야기가 계속 나오겠지만 어쩔 수 없이 직적 지원을 쓸 수밖에 없는 조건들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재난지원금이라는 것을 최대 몇 번까지 할 수 있을지, 금액을 얼마나 할지, 지금 수준에 적정한지 추가적인 논의가 긴급하게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2년 남은 지방선거에서 기본소득당은 △광역 정당 투표에서 최소 0.5% 이상 득표 △17개 광역의회 비례 의원 1명 이상 당선 △광역단체당 후보 2명 이상 출마 등 3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용 전 대표는 “아직 구체적인 목표까지는 합의된 바 없다”면서도 “간단한 구상은 광역 정당 투표에서 최소 0.5% 이상 득표율을 내보는 것이지만 17개 광역의회에 비례로 진입시키려면 전국적으로 5% 이상의 득표율을 올려야 한다. 그게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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