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원회 7월말까지 혁신안 마련
정치인 장혜영 누구인가?
조국 사태 때 정의당 비판
정의당 당권으로부터 독립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은 내상을 크게 입히고 데스노트의 칼날을 무디게 했던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 당시의 정의당 행보에 대해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더 치열하게 싸웠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 여러분께서 정의당을 믿고 지지해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 그간 우리가 비판해온 거대 양당의 모습을 닮아간 것을 반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장혜영 당선인이 정의당의 혁신위원장을 맡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당은 24일 오전 국회에서 13인의 혁신위원회 발족식을 열었고 오후에 비공개로 1차 혁신위 회의를 개최했다. 

13인은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 △권수정 서울시의원 △김설 정의당 대의원 △김창인 전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남가현 정의당 대전시당 정책실장 △성현 전 전국청소년정치외교연합 전국회장 △엄정애 경산시의원 △이소헌 정의당 부평구지역위원장 △이혁재 정의당 세종시당위원장 △장태수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조성실 전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 △장혜영 21대 총선 당선인 △김준우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등이다. 

향후 2인을 추가 선임해 15인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당초 예고와 달리 외부인은 김 변호사 혼자만 포함됐는데 혁신위의 대변인을 겸하기로 한 강 대변인은 당 마크맨방(당 출입기자 단체카톡방)을 통해 “원래의 혁신위원 명단에 포함되었던 서복경(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책임연구원), 한석호(민주노총 전 사회연대위원장) 혁신위원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사임했다”고 밝혔다. 

한석호 전 위원장의 경우 조국 사태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친문 세력(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를 적극적으로 피력한 바 있다. 특히 지난 3월 연합정당 또는 위성정당 정국에서 정의당이 참여 압박을 강하게 받을 때 끝까지 불참해야 한다면서 응원의 목소리를 냈었다.

장 위원장은 12인 혁신위원들의 만장일치로 호선됐다. 그는 초선 당선인으로 이번 총선에서 비례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류호정 당선인과 함께 당의 새로운 얼굴로 평가받고 있다. 작년 10월 심상정 대표의 전화를 직접 받은 영입 인사이기도 하다. 장 위원장은 총선 전까지 당 미래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도 있다.

장 위원장의 정치적 아이덴티티는 장애인 인권, 문화예술, 학벌사회 비판, 페미니스트 등 다양하다. 

구체적으로 장 위원장의 삶을 들여다보면 △발달장애인 동생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온 장애인 인권운동가 △관련 영화 ‘어른이 되면’을 연출한 영화감독 △2011년 학벌 간판의 허구성을 비판하며 연세대 자퇴 선언 △2016년부터 유튜브 채널 ‘생각 많은 둘째언니’를 운영하는 유튜버 △2018년 직접 앨범을 발매한 싱어송라이터 등이 눈에 띈다.

장 위원장이 정치인으로서 처음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3월25일 청년정의(정의당 청년선거대책본부) 출범식 기자간담회에서였다. 

장 위원장은 청년선대본부장 자격으로 “정의당은 조국 전 장관의 임명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히지 못 했다”며 “선거제도 개혁을 관철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더 치열하게 싸웠어야 했다.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작년 9월7일 고심 끝에 조 전 장관을 데스노트에 안 올리기로 결정하고 “사법 개혁의 대의 차원에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 직후 오랜 정의당 당원으로 2017년 대선에서 심 대표의 선거운동을 도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탈당했다. 진 전 교수는 심 대표도 반조국 쪽으로 입장을 잡았지만 당원 전체 여론이 임명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그렇다면 자신이 당을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혁신위 발족식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주(17일) 열린 당 전국위원회에서는 심 대표 체제가 8월까지만 유지되기로 결정됐다. 혁신위는 그 이전 7월말에 열릴 대의원대회를 통해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8월에는 새로운 당권 선거가 치러진다. 

심 대표 스스로 임기 1년 단축을 결단했고 박원석 전 정책위의장 등 주요 임명직도 동시에 사퇴 의사를 밝힌 만큼 이번에 출범한 혁신위는 거의 비대위급(비상대책위원회)의 위상과 권한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혁신위는 △독립적인 집행권을 보장받아 △혁신 과제와 미래 비전을 마련하는 데에 주력한다. 

이날 발족식에서 심 대표는 “우리가 실패로 평가했지만 선거제도 개혁에 올인했던 것은 이번 총선 전략만이 아니고 생존과 도약을 위한 정치적 선택이었다”며 “그런 점에서 정의당의 전망과 비전, 노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장 위원장은 분명 선거법을 위해 조국 정국 당시 민주당과 타협한 것을 비판했다.

특히 장 위원장은 3월25일 기자간담회에서 “저희가 양당의 모습을 닮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정의당이 가장 정의당다운 부분은 모든 사안에 대하여 판단하고 발언함에 있어서 그 안에서 가장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관점으로 발언하고 평가하는 것”이라며 “조 전 장관에 대해 정의당이 보여준 모습은 과연 정의당이 지금까지 가져왔던 원칙에 있어서 흔들렸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심 대표와 윤소하 전 원내대표 체제의 당 의사결정 구조를 비판한 것인데 장 위원장은 “(거대 양당의 정치적 한계점은)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당리당략으로 모든 민생과 주요한 불평등 사안을 그 안으로 흡수해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고 정의당도 조국 사태와 선거법 이슈를 그렇게 소비했던 것은 아닌지 비판적으로 환기했다.

기자간담회에서 강 대변인은 “청년선대본은 독자적으로 결정권을 갖고 사업과 내용과 기조를 결정할 수 있게 그렇게 돼 있다. 오늘 기자간담회를 하는 저희 발언 내용이나 이 사업 내용도 당의 어떤 허가를 받거나 계획 안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며 “저희가 오늘 하는 이야기도 아마 심 대표와 윤 원내대표는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저희 보도자료를 통해 접하게 될 것 같다”고 발언했다. 

장 위원장도 “사실 심 대표와 윤 원내대표의 많은 발언을 저희가 그렇게 (사전에 알지 못 하고) 접하듯이 그렇게 똑같은 방식으로 저희들의 발언을 접하게 될 것”이라고 호응했는데 총선 이후 정의당의 체질 개선을 위해 독자적으로 심 대표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강력한 쇄신 모델을 성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장 위원장이 ‘민주당 2중대’라는 꼬리표가 붙지 않도록 당의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어떤 내용으로 발표하게 될지 주목된다.

발족식에서 장 위원장은 “사실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시간, 마주해보지 않은 시간을 만나는 것은 비단 정의당만은 아니”라며 “다른 정당도 마찬가지고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당의 혁신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정의당만의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정의롭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다시 규정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것은 코로나19 시대에 진보정당이 가져야 하는 모습은 무엇인가라고 하는 새로운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마도 그 어떤 혁신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들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건 바로 가치의 영역이다. 그러나 그 가치를 이뤄나가는 방법에 있어서는 모든 걸 혁신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故 노회찬 의원이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해야 한다면서 천명했던 ‘6411번 정신’이 정의당이 가야 할 변할 수 없는 가치라면, 그 가치를 추구하는 방법론은 새로워져야 한다는 게 장 위원장의 철학이다.

이날 오후 혁신위원장으로 확정된 이후 장 위원장은 “청년이자 여성이면서 혁신을 열망하는 모두를 대변할 수 있는 가교로서 역할을 하겠다. 해결을 위한 더 많은 대화를 촉발하는 것이 위원장으로서의 목표”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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