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분위기를 바꿔야
적극적으로 언론에 목소리를 내야
당 의사결정 구조
지도부 체제
혁신위 멤버들
리더십 키워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녹색당은 지역의 풀뿌리 조직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평당원들의 정치 활동이 활발했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있다.

서형원 녹색당 혁신위원은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중앙당사에서 기자와 만나 “솔직히 말하자면 녹색당은 당원들의 정치 활동을 장려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오늘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내가 이걸 허락을 맡지 않고 해도 되나? 이런 분위기다. 너무 이상하다. 사실 모든 당직자와 당원이 자기 스스로 미디어와 적극적으로 만나고 녹색당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혁신위원들에게도 대외적인 활동을 매우 적극적으로 하고 눈치보지 말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이슈가 있을 때마다) 입장을 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현재 혁신위원회 체제다. 총선 직후 일부 당원들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심정으로 당의 재건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당원 발의를 추진했고 이것이 혁신위로 수렴되어 현실화됐다.

서형원 혁신위원은 녹색당이 전반적으로 당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서 위원은 “처음에는 우리 당에 나서는 사람이 없고 마지못해 거절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떻게 혁신이 되겠는가 싶었다”며 “원래 (혁신위를) 12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는데 16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을 보면 결국 누가 촉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당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제(5일) 첫 번째 혁신위 회의를 열었다. 최영선 당원(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이 호선으로 혁신위원장을 맡게 됐고 김혜미 당원(청년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간사를 맡게 됐다”며 “총선 전에 원내 진입을 둘러싼 우왕좌왕이 많았는데 전당원들이 효능감을 가질 수 있도록 원내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9월말까지 3개월간 활동하게 되고 최대 두 달까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 △당 조직 개편안 △당헌당규 개정안 △정치 전략 △당기구 역량 강화 계획 △지역당 강화 계획 등을 수립해서 제출할 계획이다.

서 위원은 “3개월간 작성한다. 단일안이 아닐 수 있는데 작성해서 일부는 당원 투표에 부치고 또 일부는 차기 지도부에 넘기게 돼 있다. 정치 전략 같은 경우는 투표 대상은 아니”라며 “녹색당은 선거가 임박해 있다. 경기와 서울은 선거에 돌입했고 차기 중앙당 공동운영위원장 선거도 예정돼 있는데 혁신안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해서 녹색당 전국운영위원회(전운위)는 22일 홈페이지에 안내문을 공지하고 “전운위와 혁신위는 (중략) 혁신 이전의 당헌당규 및 당조직 체계에 입각하여 전국공동운영위원장 선출을 진행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공통된 판단을 내렸다”며 “전운위는 당조직 개편 및 당 법규 개정에 대한 혁신안 도출과 그에 대한 당원총투표가 완료된 후 새로운 체제에 맞춰 차기 녹색당의 대표자 선출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혁신위가 고민해야 할 주요 과제는 당 의사결정 구조와 지도부 체제다.

서 위원은 “가칭 당무위원회인데 최고위원회 같은 곳이다. 당무위가 일상적으로 당을 이끌고 의사결정을 집행하는 기구의 역할을 한다. 녹색당처럼 당원들의 지향이 다양한 경우가 없기 때문에 그런 당원들을 10여명 이상의 당무위원이 대의할 수 있는 그런 구조를 택하자고 제안했다”며 “전운위는 전당원들을 대의하는 정치 공간으로 100여명 이상의 대의 기구로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녹색당의 공동운영위원장 체제는) 당원들의 뜻을 대표해서 정치 활동을 하는 대표가 없이 당을 운영하는 내향적인 조직 구조였고 이상한 겸손함이었다”며 “당원들의 권한을 부여받았으면 매우 적극적으로 대외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공동운영위원장 2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의사결정 기구가 없는 것도 이상했다. 지역당 대표들이 참여하는 수십 명 단위의 전운위 말고는 아무 것도 없어서 사실 어떤 경우에는 권한이 있는 사람들의 독점을 견제할 수 없는 구조이기도 했다”고 환기했다.

총선 직후 많은 당들이 지도부 체제를 쇄신하면서 단일 대표 체제를 고민하고 있다. 

서 위원은 “(이야기가 나오긴 나왔는데) 그건 좀 어렵다고 본다. 녹색당에서 여남, 남녀 공동대표 체제를 채택하는 것은 일시적이거나 특수한 게 아니고 글로벌 녹색당에서 채택하고 있는 일반 원리이고 그 취지가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없이 단일 대표로 가기는 어렵다”며 “다만 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는 역할과 당을 운영하는 역할을 임기가 2년이면 1년씩 번갈아 맡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1차 워크숍을 열고 당 혁신 작업에 돌입했다. (사진=김혜미 간사 페이스북)

혁신위 멤버들은 어떻게 구성됐을까.
 
서 위원은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혁신위에 지원했는데 당원 발의에 참여했던 분들은 소수다. 아마 5~6명 정도만 당원 발의자이고 나머지는 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분들”이라며 “리더십의 혁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분도 있고, 취약한 당의 재정을 쇄신하기 위해 참여한 분들도 있고, 또 지역당의 역량 강화에 관심있는 분들, 의제로서 농업과 농민 문제에 관심있는 분들도 있다. 나처럼 당이 내부지향적인 모습을 탈피해서 미디어 전략을 좀 적극적으로 하고 연합정치도 적극적으로 추진해봤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리더십 재건이 중요하다.

서 위원은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당의 좋은 리더들을 길러내는 일이다. 혁신위를 통해서든 차기 선거를 통해서든 당원들이 당의 당직자로 참여해서 신망을 받는 정치인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며 “혁신위에 참여하는 것도 그의 일환이었으면 좋겠다. 당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들을 성장시키는 것이 녹색당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피력했다.

이어 “사람을 키운다는 것도 실무 경험을 쌓아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 정치 활동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녹색당 당원들은 당직자들도 그렇고 위축돼 있다. 당 논평도 대변인 개인 명의가 당의 이름으로 나간다”며 “무슨 1970년대 좌파 조직도 아니고 개인들의 목소리가 전혀 없다. 진짜 이상하다. 그런 분위기가 왜 만들어졌는지 궁금한데 혁신위부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회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서 위원은 “내가 생업이 있는 사람임에도 몇 년간의 공백을 깨고 혁신위원으로 활동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녹색당의 잠재성을 믿기 때문”이라며 “좋은 리더십을 만들고 적극적인 활동 기반만 만들면 당이 꽃을 피울 것이다. 당원들 스스로 즐겁게 정치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만들고 2024년 총선에서 원내 진출을 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녹색당이 대내외적으로 명성이 있는데 우리가 잘못해서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해 부끄럽고 죄송스럽다. 지금 이런 당원 역량과 인물들로 또 원내 진출에 실패하면 중앙당을 해산하고 훌륭한 리더십으로 재창당을 하는 게 낫고 그런 각오로 해야 한다. 매우 강조하고 싶은 말씀은 부끄럽다는 점”이라고 설파했다.

당의 역량이 있음에도 리더십이 붕괴됐고 총선에서 참담한 성적표(5만8948표 0.21%)를 받은 뒤 탈당 러시가 있었다.

서 위원은 “당이 다시 강해지면 탈당자들에 비해 입당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보고 탈당자들도 다시 입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미 후회하고 계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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