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명확한 반대 “변형된 의원내각제”
정부여당의 명확한 반대 “변형된 의원내각제”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3.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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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권한 분산에 대해 안을 제시했지만 국회의 총리 추천 및 선출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 분명히 밝혀, 총리 추천제에 대해서 야당도 쉽게 포기 안 할 기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개헌의 척도라고 불리는 ‘정부형태’에 대해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 발표됐다. 예상한대로 국무총리를 국회가 ‘추천·선출’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국회에게 국무총리 선출권 또는 추천권을 준다는 것은 분권이라는 이름 하에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 수석은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정부 개헌안 3차 발표(정부형태와 헌법기관)를 진행했다. 이날 발표된 것은 △선거제도 △대통령의 권한 분산 △정부형태 △사법제도 △헌법재판제도 등 5가지다. 

조 수석이 마지막 정부 개헌안 발표를 하고 있다. (캡처사진=KBS)
조 수석이 마지막 정부 개헌안 발표를 하고 있다. (캡처사진=KBS)

선거제도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던 선거권 연령 18세 하향을 개헌안에 수록하겠다는 것이 제일 먼저 언급됐다. 

조 수석은 “국회에 다수 법안이 발의되어 있고 2017년 1월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하고도 결국 무산된 바 있다”며 “청소년이 삶과 직결된 교육·노동 등의 영역에서 의사를 공적으로 표현하고 반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선거제도의 비례성은 사실 소수정당들에서 지속적으로 요구되어온 문제다. 조 수석은 정당 득표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얻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더 적은 의석을 얻는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사례를 언급하며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해 배분돼야 한다는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헌법에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이제 헌법적 가치로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지양하기로 했으니, 국회에서 단순다수대표제의 폐해를 개선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등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3일 간 이어진 정부 개헌안 발표 자리에는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김형연 법무비서관이 대동했다. (캡처사진=YTN)

조 수석은 일차적으로 “대통령의 권한 분산과 국회의 권한 강화”라는 방향에 따라 구체적인 제도 변화를 설명하면서도 정부형태에 대해 야당에서 제기하는 총리 추천 및 선출제는 적합하지 않다고 반대했다. 

명칭과 관련 대통령에 대해 “국가원수”라고 지칭하는 표현을 삭제하고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표현도 삭제했다.

핵심 내용은 △특별사면도 사면위원회 심사 의무화 △헌법재판관 중 헌재소장을 자체 선출 △국무총리가 책임지고 행정 각부를 통할 △대통령 소속의 감사원을 독립기관화하고 감사위원 중 3명을 국회에서 선출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에 따른 정부 법률 발의권 △국회의 예산심의권 강화를 위한 예산법률주의 도입 및 정부의 예산안 국회 제출 시기 30일 앞으로 △국회 비준 대상의 조약 범위 확대 등이다.

조 수석은 ‘국민 개헌’을 거듭 강조하면서 개헌 정국에서 어떤 정부형태를 선택해야 하는지와 관련 두 가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연 국민이 변형된 의원내각제와 대통령 권한의 국회 이양에 대해 동의해줄지 여부와 관련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조 수석은 “국민이 원하는 것은 4년 연임 또는 중임 대통령제”라며 “(국민이) 국무총리의 국회 선출을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야당의 주장대로 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하거나 선출했을 때의 상황을 가정하고 부작용을 설명했다. 조 수석은 “대통령제 하에서는 (대통령과 총리의) 관계 정립을 제대로 해야 한다”며 “(대통령과 총리 간의) 항상적 긴장 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들어 회의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예컨대 여소야대라면 대통령의 소속 정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달라지게 돼 “이중권력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영화 ‘강철비’에서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자 간의 북한 선제 타격에 대해 이견이 노출돼 시급한 결정을 바로 못 내리는 것처럼,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조 수석의 설명이다.

또한 대통령이 국회 추천을 거부하면 정국이 혼란에 빠지고 “한국 정치 문화에서 대통령과 국회에서 선출 또는 추천된 총리는 갈등하고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 수석은 정부와 국회의 협치 차원이라고 하지만 현재도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임명이 가능하고 그런만큼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안대희 변호사·문창극 서울대 초빙교수가 총리 후보였다가 연달아 낙마했었는데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강한 반대가 작용했었다.

임기에 대해서는 “대통령 4년 1차 연임제를 채택할 때가 됐다”며 “4년 1차 연임제로 개헌을 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고도 단호하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2017년 9월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양승태 대법원장이 2017년 9월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듯이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분산하고 절차적 통제를 강화하는 게 사법제도 개선의 요지다. 조 수석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전횡 사례로 운을 떼며 구체적인 사법제도 변화를 설명했다. 

먼저 대법관은 대법관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치도록 했고 일반 법관은 법관인사위원회의 제청과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거쳐 임명되도록 했다. 대법원장의 헌재 재판관 3인·중앙선거관리위원 3인 선출권도 대법관회의로 이관했다. 비정규직과 같이 작용해 법관의 신분을 불안정하게 하고 윗사람의 눈치를 보게 만들던 법관 임기제를 폐지해 신분을 보장했다. 대신 문제있는 법관이 있다면 해임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의 배심원제, 우리의 국민참여재판제도와 같이 재판에 일반 국민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 역시 개헌안에 들어가 제도적으로 보장된다. 

헌법재판소와 관련해서는 재판관 구성을 다양화하는 방안으로 법관 자격이 아니라도 재판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3차 정부 개헌안 발표에 대해 야당의 반응은 민주평화당을 제외하고는, 주로 내용보다는 정부 개헌안 발의를 위한 시리즈 발표 자체에 대해 비판적인 모양새다. 대통령이 개헌 발의로 야당을 압박하는 것을 견제하는 취지다.

천정배 의원이 23일 오전 광주시의회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제20차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천정배 의원이 23일 오전 광주시의회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제20차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민주평화당의 헌법개정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천정배 의원은 22일 논평을 통해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할 121석 짜리 개헌안일 뿐”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실제 개헌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맹공을 폈다.

천 의원은 “국회의 총리 추천도 받지 않으면서 무슨 (대통령의) 권한을 조정하고 어떻게 개헌을 하겠다는 말인가”라며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대통령이 자기 입맛대로 총리를 고를 수 있도록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것인가.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에서 임명 동의하는 것을 순서만 바꿔서 현행 헌법에서도 요청하고 있는 책임총리제를 실질화하자는 것인데 그조차도 양보 못 한다는 것인가”라고 조 수석의 논리에 반론했다.

천 의원은 총리추천제는 분권형 개헌의 기본이고 이를 받아야 자유한국당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차원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상당수를 찬성으로 이끌지 않으면 대통령 발의를 백번 해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와 한 수석이 만났지만 개헌에 대한 의견 차이로 분위기는 싸늘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 대표와 한 수석이 만났지만 개헌에 대한 의견 차이로 분위기는 싸늘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이날 한병도 정무수석과 만난 자리에서 “사전에 국회나 정당의 협조를 구하지 않고 개정안을 만들어서 <우리는 만들었다> <국회에서 알아서 해라> 이렇게 되는 것은 국력의 낭비고 국가의 큰 분열을 초래하는 일”이라며 “(대통령 발의 개헌안은) 국회에서 자구 하나도 수정할 수가 없다. 찬반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밝혀 대통령 발의에 대해 비판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한 수석을 만나 비슷한 취지로 “좋은 개헌이 자칫 잘못하면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는 위기에 처해있다”며 “훌륭한 개헌을 위해 훌륭한 타협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개헌 정국 주도권에 대해서 의지를 다졌다. (사진=자유한국당)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개헌 정국 주도권에 대해서 의지를 다졌다. (사진=자유한국당)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권이 이토록 개헌 이슈에 집착하는 이유가 야당을 반 개헌세력이자 반 개혁세력 반 분권세력으로 몰아 선거에서 이익을 보려는 정략“이라고 주장해 청와대 주도의 개헌 정국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어찌됐든 개헌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한국당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개헌의총에서 “책임총리로서 국민에 대해 국정을 책임있게 운영해 갈 수 있도록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헌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를 이번 국민 개헌안에 명확히 담아내겠다”며 총리 추천 또는 선출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야4당이 개헌안을 완성하고 반드시 5월 중에는 발의할 수 있는 힘을 모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10월 투표, 6월 발의에서 5월 발의로까지 조금씩 뒤로 물러서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정부여당 주도의 개헌 정국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원내대는 “현재 가동되고 있는 국회 헌정특위가 주 1회 논의에서 다음주부터는 주 2회 논의로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저희 자유한국당 개헌안은 이미 다 만들어졌다”고도 밝혔다.

한편, 조 수석은 이날 발표 말미에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제 국회의 시간이다.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따라 국회의 권한에 따라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을 충분히 토론하고 검토해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필요하면 국회가 개헌안을 발의하고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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