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닻올린 세 번의 행사
황, 친박 미움 안 사고 보수 대통합
오, 총선 승리와 중도 확장력
김, 한국당 지킨 친박이자 초강경 투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홍준표 전 대표가 퇴장하면서 자유한국당의 당권 구도가 3파전이 됐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태생적으로 친박이지만 배박 논란이 일자 달래기를 하면서 보수 대통합을 외치고 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총선 수도권 승리를 위한 중도 확장력을 어필하고 있고, 김진태 의원은 뭉쳐있는 극우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모두가 각각 해볼만하다는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14일 오후(대전 한밭 체육관 충청호남권 합동 연설회), 15일 오후(OBS TV 토론회), 17일 오전(유튜브 인터넷 토론회) 세 번의 전당대회 일정이 진행됐다. 

17일 진행된 인터넷 토론회에서 세 후보가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사진=자유한국당 제공)

황 전 총리는 연설회에서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가 바로 통합이다. 우리 당부터 하나 돼야 한다. 자유 우파 진영 모두가 한국당의 빅텐트 안에 똘똘 뭉쳐야 한다. 더 나아가 문재인 정권에 실망하고 있는 청년과 중도층도 크게 품어내야 한다. 나는 당의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황 전 총리의 통합론은 총선 승리와 정권 탈환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상호 손가락질 중단 △당직 인선에 대한 탕평과 공정의 원칙 △대통합 정책 협의체 구성 등을 내세웠고 “외연 확대도 당의 통합에서 출발한다”며 당내 질서를 잡은 뒤 외연 확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통합을 이룬 뒤에는 “헌법 가치를 확고히 하고 서로 다른 의견들이 공존하는 새 정치 환경을 만들 것이다. 모두가 함께 뛰는 넓고 자유로운 빅텐트를 만들겠다. 자유 우파 시민사회는 물론 노동, 환경, 청년, 여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건강한 시민단체와 정책 네트워크도 구축하겠다”면서 얼마든지 외연 확장이 가능하다고 공언했다.

OBS 토론회에서 오 전 시장은 빅텐트의 방법론에 대해 질문했고 황 전 총리는 “빅텐트를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당이 중심이 돼서 빅텐트를 치자고 분명히 말했다. 당 안에 많은 자원이 있으니까 오 전 시장도 빅텐트의 한 축을 담당해주리라 생각한다. 그것을 위해서 먼저 우리가 바닥을 단단히 디뎌야 주변을 끌어당길 수 있다. 한국당 내에서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당대회를 통해 뿌리가 든든해지면 다 어울릴 수 있는 이런 길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너무 패배주의에 빠져서 전에 안 됐으니까 지금도 안 되겠다. 전에 안 됐던 것을 되게 하는 희망찬 꿈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답했다.

(사진=자유한국당 제공)
매번 애매모호한 화법을 구사하는 황 전 총리. (사진=자유한국당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접견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는 7일 방송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서 “자기를 법무부장관에 발탁하고 국무총리로 발탁한 분이다. 그분이 어떤 이유든 간에 수감 생활을 하고 계신다. 근데 그 수인번호가 인터넷에 다 떠 있는데 (황 전 총리가) 그걸 몰랐다? 모른다? 나는 거기에 모든 게 함축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렇게 친박 표심을 쥐고 있는 황 전 총리에 대해 배박 논란이 일자 황 전 총리는 9일 경북 구미 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서 “(박 전) 대통령께서 그 어려움을 당하는 것을 보고 최대한 잘 도와드리자고 했다. 실제로 (박영수) 특검이 수사 진행 중일 때 1차 수사를 마치고 더 조사하겠다고 수사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그때 내가 볼 때는 수사가 다 끝났다. 이 정도에서 끝내자라고 해서 수사기한 연장을 불허했다. 그것도 했는데 지금 얘기하는 그런 문제(대통령 권한대행일 때 구치소 내 책상 의자 반입 불허 및 수인번호 모름)보다 훨씬 큰 일을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어찌보면 황 전 총리가 대권 주자 지지율 1위로서 ‘나는 친박이 아니다’고 선언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친박 표심을 달래는 스탠스를 취했다. 황 전 총리가 기자들에게 이 정도 수위의 메시지를 내놨다는 것이 주목할만하다. 황 전 총리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답변을 ‘기승전 안타깝다’로 일관하면서 애매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거나 사안별 자기 주관이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예컨대 황 전 총리는 1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5.18 망언 사태에 대해 “여러번 조사가 있었던 거 같고 지금은 하이튼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 (북한 개입설에 대해) 이미 결정돼 있던 부분이 있었고 그걸 자꾸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망언 당사자 3인 김순례·김진태·이종명에 대한 징계 요구에 대해) 그것도 윤리위원회에서 여러 의견들을 수렴해서 잘 처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갈등들이 조속히 잘 정리가 되고 또 우리가 미래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아가게 되길 바란다.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고 어쨌거나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듣고 있던 모 기자는 답답했던지 “이제 앞으로 당대표가 될 건데 좀 더 확실하고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것은 아닌지”라고 뼈있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두 가지 이미지를 다 잡으려고 하다가 모호한 화법을 구사하게 됐다고 분석한 진중권 교수. (캡처사진=채널A)

장진영 변호사는 17일 방송된 채널A <외부자들>에서 황 전 총리의 모호한 화법에 대해 “자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지 않고 국민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거기에 맞춰서 얘기를 해야 한다. 이런 뜻이다. 그러면 자기는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국민들 마음 속에 깊이 인식이 돼 있으니까 거기에 맞춰서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뭐 이렇게 그러면 (한국당에) 잘 어울리는 후보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같이 출연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두 개를 한 꺼번에 다 가질 수는 없다. 이분은 두 개를 다 가지려고 하는 거다.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게 되면 저쪽에 과격한 사람을 쳐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하고) 저거(극우 지지)를 가지려면 또 정치적 올바름을 갖지 못 한다. 그러니까 말이 그렇게 (모호하게) 나가는 것이다. 이게 혼자서 얘기할 때는 괜찮은데 토론회에 나가면 바로 추궁당한다. 그러면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하는데 어느 쪽으로 가든 간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황 전 총리는 자기 논란이나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는 사안에 대해 매번 안타깝다는 반응으로 일관하지만 친박 또는 극우적 표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확실한 메시지를 던져왔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21일 대구 여성 정치아카데미에 참석한 자리에서 황 전 총리는 기자들에게 “통합진보당을 해산한 사람이 누구냐”면서 그것을 투쟁력의 근거로 어필했다. 2014년 말 헌법재판소는 통진당을 해산했지만 마찬가지로 2017년 3월 똑같은 구성의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궁극적으로 황 전 총리는 당내 통합을 이뤄낸 뒤 외연 확장(빅텐트)을 하기 위해 애매모호 화법을 구사하면서도 ‘극우’와 ‘친박’ 이미지를 탈피하지는 못 하고 있다.

세 후보는 각자 상이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제공)

반면 오 전 시장은 연설회에서 “이제 박 전 대통령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내년 선거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화두가 된다면 우리는 필패다. 국민 눈에는 우리의 불행했던 과거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황교안, 김진태 두 분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박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 총선 필패”라고 주장했다.

오 전 시장의 구상은 이런 거다. 

“이번 전당대회는 중요한 내년 총선을 이끌 간판이자 얼굴을 뽑는 대회다. 정당 지지율이 아직 민주당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수도권에서 이기려면 중간지대 중도층 부동층의 표심을 얻어야 한다. 황교안, 김진태 후보를 보면 무슨 생각이 나는가. (중략) 두 분 다 훌륭한 이념형 지도자다. 우리 당의 정체성에도 맞는 강성 보수임이 분명하다. (중략) 강성 보수로는 정치와 이념에 관심없는 무당층의 마음을 얻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왜 자꾸 수도권을 이야기 하는가? 바보라서가 아니다. 충청은 27석 영남은 65석인데 서울 경기 인천 수도권은 122석이나 된다. 충청과 영남의 우리 당 지지율은 이미 안심할 수 있는 수치에 근접하고 있다. 그런데 충청 영남의 대부분을 이겨도 수도권에서 패하면 총선은 참패다.”  

오 전 시장은 당내 대주주인 친박 표심에 얽매이지 않고 탈계파를 내세우고 있지만 비박계 결집 효과를 노리는 측면도 있다. 총선에서 탈박으로 승리하려면 결국 비박계를 당직에 앉히거나 공천할 수밖에 없고 그런 면에서 또 다른 계파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오 전 시장은 인터넷 토론회에서 “(계파에 의존하지 않는 측면에서) 스스로 가시밭길을 가고 있다”며 외연 확장을 위해 △블록체인(공개된 장부로 관리 주체가 매우 많은 분산형 거래 기술을 인터넷으로 구현한 것) 정당 △청년 정당 △명망가 중심 인재영입 탈피 등을 내세웠다. 

오 전 시장은 “우리 당이 쉽게 허물어져 내렸던 이유가 뿌리가 빈약했기 때문에 특정인에게 의존하는 인치 정당이었기 때문에 지난 2~3년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호주의 플럭스나 스페인의 포데모스 같은 곳은 블록체인이나 인터넷 환경을 이용해서 모든 당원들이 국회의원들 뿐만 아니라 동등한 자격으로 의견을 개진해서 당론을 결정하고 나아갈 바를 마련하게 되면 이번에 5.18 망언 사건 같은 것도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당은 명망가 중심으로 영입해 왔다. 서구의 정치 선진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략) 이름만 보고 영입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당에 들어와서 오랫동안 함께 체화된 가치를 만들어낸 그런 젊은 사람들을 과감하게 발탁하는 데 일정 기간 최소한 당을 위해서 함께 했던 그런 분들을 반드시 요직에 발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이미 당과 청년위원회에 약속했다”고 밝혔다.

(사진=자유한국당 제공)
총선 승리를 위한 외연 확장 어필에 올인하고 있는 오 전 시장. (사진=자유한국당 제공)

좀 더 구체적으로 오 전 시장은 “지난 대선(2017년 5월) 때 우리 당의 홍준표 후보가 얻었던 게 780만표인데 안철수 후보가 700만표, 유승민 후보가 220만표를 얻었다. 920만표의 성향은 그분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그분들의 뭔가 보수가 좀 경제는 잘 챙기는데 좀 따뜻한 보수로 우리 어려운 사람들을 챙겨달라. 경제를 살려달라는 취지의 표”라며 “그런 분들의 마음을 얻어오기 위해서 내가 장점이 있다”고 피력했다.

김 의원이 이념 정체성의 선명함 차원에서 부족하다고 몰아붙이자 오 전 시장은 “우리 보수당도 강성 보수와 개혁 보수가 함께 균형을 이뤄서 개혁 보수가 진보의 아젠다 중에 서민을 끌어안을 수 있는 그런 정신과 정책들을 수용할 때에 비로소 그 유연성을 가지고 보수 정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며 “나는 따뜻한 보수이자 개혁 보수 그리고 민생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민생 보수”라고 규정했다.

다만 오 전 시장 스스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때문에 그랬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듯이 거대 양당 시스템에서 개혁 보수를 표방한 바른정당으로 갔다가 현실적인 이유로 다시 돌아왔다. 개혁 보수라는 그 가치보다는 정치적 어려움을 회피하기 위해 다시 큰 정당에 돌아온 것이다. 

김 의원은 오 전 시장에 대해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인한 시장직 사퇴와 박원순 서울시장 3선의 원흉 △탈당 이력 등을 집중 공세했다.

김 의원은 오 전 시장과는 정반대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데 연설회에서 “행동하는 우파 보수의 아이콘”이라며 “내가 싸울 상대는 여기 있는 당대표 후보들이 아니고 문재인 정권이다. 여러분 촛불에 놀라 다 도망갈 때 당을 지킨 사람 누구인가! 여러분 손을 잡고 끝까지 싸운 사람 누구인가! 누구나 다 싸웠다고 하지만 나는 어제까지 장외 투쟁 총 50번을 이미 다 한 사람”이라고 주창했다.

문재인 정부를 좌파 정권으로 규정하고 강경 투쟁 노선을 내세운 것이다.

김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그 수많은 악법을 막은 사람 누구인가! 문재인 정부의 100대 촛불입법이 있는데 내가 거의 다 막았다. 그 수많은 선심성 퍼주기도 그간 다 합치면 수 백조원은 될 것인데 그것도 거의 다 막아냈다. 그런데도 내가 지금 법사위인가. 아니다. 당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는 커녕 법사위로부터 쫓겨났다”며 “내가 당대표가 되면 애국 세력과 우리 당이 힘을 모아 어깨동무를 하고 그때부터 싸워나가는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보수 우파의 통합”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김 의원은 사실상 외연 확대에 대해 딱히 뾰족한 수가 없이 그저 강성 보수의 선명함만 반복하고 있다. 

김 의원은 오직 보수 강성론만 반복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제공)
김 의원은 오직 보수 강성론만 반복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제공)

김 의원은 인터넷 토론회에서 “중도확장 중도확장 이렇게 얘기하는데 이분들 사실 따지고 보면 무당파 무응답층이다. 여론조사에서 제대로 답변하지 않는 또 어느 당에도 의견을 밝히기 싫어하는 이런 분들”이라며 “이런 분들한테 다가가기 위해서는 확실한 의견을 가지고 싸워나가야 된다. 오히려 이렇게 뜨뜻미지근하게 했을 때는 이분들한테 그렇게 부각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우리 당이 제대로 된 우파의 가치를 지키지도 못 하면서 자꾸 좌편향되는 이런 입장을 취하면 무당파 무응답층이 바른미래당도 있고 더불어민주당도 있는데 굳이 한국당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뜨거워 본 뒤에 다른 것을 생각해야지 뜨거워보지도 않고 미지근한 것만 찾아서는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2년 전 탄핵을 당하고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 5%를 받고도 현재 제1야당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70여년간 정권을 잡아왔다. 박 전 대통령은 집권을 위해 2012년 대선에서 진보 이슈인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걸기도 했는데 그걸 지켰는지와 상관없이 그런 확장성이 강점이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사실상 대한애국당과 같은 극우 보수의 정체성만 내세우고 있어서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한편, 앞으로 △18일 대구경북권 합동 연설회(대구 엑스코) △19일 토론회(TV조선) △20일 토론회(채널A) △21일 부산울산경남 합동 연설회(부산 벡스코) △21일 토론회(KBS) △22일 수도권강원 합동 연설회(성남 실내체육관) △23일 토론회(MBN) 등 연설회 3회와 토론회 4회가 진행되고 27일 전당대회(일산 킨텍스)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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