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5선 출신의 판사 출신
검찰과의 신경전 염두
자평하는 6가지 강점
김진표 총리 고민 끝에 원포인트 내정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진 사퇴로 공석이었던 자리가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채워지게 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추미애 전 대표가 차기 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5일 11시 비어있는 법무부 장관 자리에 판사 출신 5선의 추 전 대표를 내정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검찰 개혁이 국가적 화두로 떠올랐고 검찰과 청와대는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강금실 카드가 선택됐듯이 개혁의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추 전 대표를 낙점했다.

조 전 장관이 지난 8월 내정됐을 때부터 10월14일 사퇴할 때까지 4개월 넘게 법무부는 사실상 비상 사태였다. 추 전 대표가 법관 출신이자 현역 의원이기 때문에 무난히 인사 청문회를 통과한다고 가정했을 때 법무부가 정상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우선 원포인트로 추 전 대표만 내정했지만 당초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교육부장관, 외교부장관, 국방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등도 교체가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폭 개각의 핵심인 총리 내정에 차질이 빚어져 원포인트만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총리 후보자로 알려진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경제 관료 출신으로 매우 보수적인 경제관과 각종 논란거리들로 인해 진보적 시민사회에서 강하게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 이후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원상 복구됐지만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것만은 사실이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의 검찰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김기현 전 울산시장 낙선 공작 등 조 전 장관 관련 수사를 넘어 청와대를 정조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 법무부장관과 검찰 개혁 완수의 문제는 집권 후반기 국정 동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여성 리더로서의 능력이 검증된 추 전 대표를 선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추 전 대표가 임명되면 조 전 장관이 드라이브를 걸었던 법무부 차원의 검찰 개혁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검찰 조직 개편을 통한 직접 수사 총량 축소, 검찰에 대한 감찰권과 인사권 등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행사하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사진=박효영 기자)
추 전 대표는 판사 출신에 5선 의원으로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 차기 법무부장관으로 무난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효영 기자)

추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패배했던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국민통합위원장을 지냈고,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민주당 대표로서 당 중앙선대위 상임공동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문 대통령과의 인연도 깊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지내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거치고 당명이 개정된 뒤 당대표직을 이어받은 점도 눈에 띈다. 

추 전 대표는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3년간 판사로 재직했다가 故 김대중 대통령의 스카웃 제안을 받고 1995년 정치권에 데뷔했다. 이후 1996년 15대부터 20대까지 17대 딱 한 번을 제외하고 지역구에서 내리 5선을 이뤄냈고 2016년 여름 민주당의 수장이 됐다. 

추 전 대표 측은 내정 소식이 알려진 직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스스로의 강점에 대해 △세 번의 민주 정부 수립에 동참 △2018년 지방선거 압승 △최초로 2년 임기 채운 당대표직 수행 △헌정 사상 최초 지역구(서울 광진구) 5선 여성 국회의원 △여성 인권 보호와 여성의 사회적 진출 확대에 노력 △제주 4.3 특별법과 비정규직 보호법 등 역사적 구조적 개혁 과제 달성 등 6가지를 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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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전 대표가 검찰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안타깝게도 구관이 전부 명관은 아니”라며 “민주당 당대표 시절 최악의 들러리 당대표라는 오명을 받고 당 전체를 청와대 2중대로 전락시켰던 추미애 후보자”라고 혹평했다.

이어 “낯 뜨거운 청와대 옹호론만 펼치던 사람이 공명정대하게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할 법무부장관에 적합할지 의문”이라며 “거친 화법과 돌출적 행동으로 틈만 나면 협치를 걷어찬 전력의 소유자 추미애. 어떻게 국민의 뜻을 모으고 야당을 설득해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이뤄낼지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반면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율사 출신으로 국회의원과 당대표를 두루 거친 경륜을 가진 후보라는 점에서 법무부장관 역할을 잘 수행하리라 예상된다”며 “현재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과 검경수사권조정법 등 검찰 개혁 법안을 앞에 두고 검찰은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향후 정의당은 추미애 후보의 개혁성을 철저히 검증해 검찰 개혁의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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