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즉생 그린딜①] 산업전환 위해 ‘노동조합의 역할’ 왜 중요한가 
[사즉생 그린딜①] 산업전환 위해 ‘노동조합의 역할’ 왜 중요한가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4.19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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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따른 산업전환
노조가 기업에 요구
루카스 플랜
발전노조의 화력발전소 폐쇄 환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한국인에게 단순히 환경보호와 아나바다 운동으로 기억되던 이슈가 어느새 지구온난화로 바뀌었고 어느덧 기후위기와 인류 생존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현대 인류는 매우 편리한 최첨단 재화들을 많이 만들고 많이 사용한다. 그러기 위해 지구의 자원을 지나치게 파내고 탄소를 과잉 배출한다.

이제 이런 산업구조와 탄소 과잉배출에 의존하는 생활패턴을 전환하지 않으면 인류의 삶 자체가 위협받는다. 무엇보다 기성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중앙뉴스는 4월10일 오전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기후위기 대응 관련 대담을 열었다. 향후 기획 시리즈를 통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이번 대담에는 이현정 정의당 기후위기미세먼지특별위원장, 고은영 제주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손상우 미래당 부산시당 대표 등 3명이 참석했다. 

기후위기 대응 관련 대담에 참석한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현정 위원장, 고은영 위원장, 손상우 대표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고 위원장은 “노동조합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 노동자들이 사측과 협상하고 기업을 운영하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 그린 아젠다를 올려야 할 수밖에 없는 때가 왔다”며 “노동자들이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탠다드가 지금 코로나19 직전에도 그랬고 항공사를 국유화하는 움직임이 몇몇 나라에서 보여지고 있다. 르노자동차도 프랑스에서 국유화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동과 관광이 규제되는 것인데 전세계가 이런 유례없는 불황에 빠지는 것이 너무 예측가능해서 산업 발전을 조정하고 노동자의 구조조정도 공정하게 하기 위해 국가가 개입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국가이자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다. 5대 핵심 산업(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석유화학)도 기후위기의 주범 분야로 거대한 제조업 그 자체다. 세계적으로 산업전환이 급속히 일어나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고 위원장은 “그런 타국의 규제가 실질화되면 한국의 굴뚝산업 전체가 조선소와 공항 노동자들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 제주도에는 카지노와 면세점이 있고 많은 직원들이 모두 내 또래 청년들인데 이미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이제부터 10년간 어마어마하게 맞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노조는 어떤 싸움을 해야 하는가. 빨리 전환해야 하고 우리 그쪽에 투자하지 말고 다른 쪽으로 투자를 해서 다른 포트폴리오와 다른 신사업을 하자는 고민을 내놔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미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웨덴 패션 기업 H&M이 있다.

고 위원장은 “H&M이라고 하는 글로벌 스파 브랜드다. 스파 브랜드(패션 제품의 기획·생산·유통의 모든 과정을 직접 맡아 관리)는 의식주 중에 옷을 굉장히 빨리 쓰고 버리는 형태이고 자라, H&M, 유니클로 등이 있다. H&M은 이번 년도 SS 시즌에 드레스 컬렉션의 50% 이상이 지속가능한 소재로 만들어지고 재활용과 유기농 이런 걸로 하기로 했다”며 “2030년에는 지금 57%인데 컬렉션의 100%를 그렇게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유럽 중심의 기업들도 이렇게 바뀌고 있고 여기서 움직이는 돈이 엄청 큰데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환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고 위원장은 H&M 사례 등을 제시하면서 정의로운 전환을 노동자가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각 분야별 기업의 노조들이 H&M과 같은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고 위원장은 “그렇게 함께 살아야 된다는 것을 노동자들이 요구해야 된다”며 “아마존 같은 경우 이미 1~2년 전부터 공장이나 창고 노동자들이 굉장히 열악하게 일하고 있는데 아마존은 전세계에 온갖 포장지를 나르고 있기 때문에 빨리 썩거나 덜 사용하는 방향으로 하는 요구가 들어가 있다. 올해도 그 요구가 노사 협상 테이블에 들어가 있다. 기후위기가 심해지고 이런 썩지 않은 쓰레기가 전지구적으로 문제되고 있다는 것을 노동자들이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지역 노동자들에게 그런 얘기를 한다. 빨리 전환할수록 좋다. 글로벌 스탠다드가 바뀌고 있다”며 “옷 생산 뿐만이 아니라 에너지와 관련해서도 탄소 배출을 많이 하면 패널티를 받게 될 것이고 그게 이제 너무 많으면 무역이 금지되는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어 “근데 지금 당장 몇 년 좀 (기존 산업구조를) 연장하자고 한다면 기술력에서도 뒤쳐질 수 있다. 두산중공업도 원전 해체 사업을 육성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걸 안 한 이유가 정부가 탈핵을 할 의지가 그 당시에 안 보였다. 그래서 안 한 것”이라며 “그 결과 우리나라는 단독으로 원전 해체 기술이 없어서 못 한다”고 밝혔다. 

기후위기에 따른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것이 시장적으로도 효율적이다.

이 위원장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먼저 예측하고 이렇게 대응하는 것도 산업적으로도 시장적으로도 더 바람직한 방향인데 그걸 우리나라는 못 하고 늘 뒤쫓아가고 있다.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손 대표도 “나는 롯데를 별로 좋아하는 기업이 아닌데 최근에 좀 뭔가 바뀌었다. 롯데리아는 비건 버거인 미라클 버거를 출시했다. 페트병도 노라벨 페트병이 나왔다”며 “롯데가 전반적으로 그런 쪽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홈페이지도 봤는데 롯데는 그런 감이 좀 있는 것 같다”고 호응했다. 

한국발전산업노조는 2017년 5월16일 성명서를 하나 냈다.

발전노조는 “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 대책 실행을 환영한다”며 “이전 정권이 여론 무마용으로 미래 계획만을 대책이랍시고 발표하고서도 매번 실행을 지연시켜 변죽만을 울린 데 반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이행했다는 것에서 우리는 새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진정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당선 직후 발표한 미세먼지 대책은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2017년 6월 한 달간 일시 가동중단 △2018년부터 3월~6월 4개월간 노후 석탄 가동중단 △임기 내 노후 화력 10기 조기 폐쇄 등으로 발전소 노동자들 입장에서 자기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는 것이라 환영 논평을 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운용 중인 노후 화력발전소 10기에는 2000여명 가량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위원장은 발전노조의 화력발전소 폐쇄에 대한 환영 논평에 대해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위원장은 “화력발전소노동자들이 포함된 발전노조에서 작년 기후위기 비상행동에도 참여하고 문재인 정부가 노후한 화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했을 때 환영 논평을 낸 적이 있다”며 “그게 되게 중요하다. 미래세대에 어떤 사회를 물려줘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애틋한 마음으로 그런 논평을 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평생 일해온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며 “나는 그린뉴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주장했다.

노조가 경영인들과 교섭할 때 단순히 근로조건 향상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해당 기업의 주력 산업 분야가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지는 않는지 그런 부분까지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공존을 위해서다. 루카스 플랜이 대표적이다. 

1960년대 후반 창립된 루카스 항공은 주로 전투기를 제조해왔고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군사력 증강에 의존해왔다. 루카스 항공의 컴퓨터 엔지니어였던 마이크 쿨리는 자기 노동으로 만들어진 재화가 지구적 평화를 해치는 데 사용된다는 것에 문제제기를 한 사회주의자였다. 쿨리가 정립한 루카스 플랜은 한 마디로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루카스 플랜에서 정의로운 전환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루카스 플랜에 따르면 무기 생산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유용한 노동을 이야기했다”며 “산업 발전이 바뀌고 다들 대량 해고를 당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우리는 무기만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 관심없고 기계적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 꿈꾸고 결정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정의로운 전환의 이야기가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입장에서 노동자들과 환경 문제가 자꾸 적대시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사측과 노동자를 자꾸 분리하곤 하는데 오히려 어떻게 보면 우리(기후위기에 관심이 깊은 진보진영)가 갈라치기를 더 해야 할 수도(기업에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하기 위해) 있다. 그래서 노조가 중요하다. 개인화되어 있는 노동자들이 아니라 노조가 방향성을 잡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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