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000억원의 피해액
폭탄 돌리기 라임
청와대 인사 개입
반조국 인사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경제민주주의21 대표를 맡고 있는 김경율 회계사는 토론회 전에 유튜브로 생중계가 될테니 험한 말을 하고 싶어도 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김 회계사는 라임 사태(라임자산운용) 주범들의 실명을 발제문 원본에 적시했지만 토론회 주최측의 필터링을 거쳐 익명으로 바뀌었다. 

김 회계사는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라임 사태의 전개와 정책 과제>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했다. 

김 회계사는 “라임 사태처럼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으면 금융감독 당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사전 규제를 강화하고 사모펀드 시장이 성숙해지면 조금씩 규제를 푸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경율 회계사는 라임 사태를 지켜보면서 험한 말을 하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세 번째 발제를 맡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도 “라임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모펀드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진입장벽이 과하게 완화된 것이 문제다. 사모펀드 진입장벽을 상당히 높여야 한다. 규제가 완화되면서 타짜들이 있던 판에 일반 투자자들까지 무방비로 섞이는 도박판이 형성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모펀드를 공모펀드처럼 규제를 강화하고 금융당국이 감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진입장벽을 높여 전문 투자자나 기관들만 가능하도록 하고 감독당국은 사모 쪽이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협할 때만 개입하는 방향이 맞다”며 “일단 시장 능력이 성숙해지고 범죄 수익에 대한 환수제도가 공고해질 때까지는 진입로를 좁히는 게 맞다. 예금이나 보험과 관련된 기관들은 가교 기관이 있어서 문제가 생기면 관리를 하지만 사모펀드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년에 라임은 1조6000억원대의 메자닌 펀드(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섞어놓은 상품)를 팔아놓고도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 했다(환매 중단). 자산운용사인 라임만이 아니다. 제1금융권인 은행들(우리·신한·하나·기업·부산·경남·농협)도 라임이 설계한 펀드를 받아 미친 듯이 팔아치웠다. 금융감독원을 통해 접수된 분쟁조정 피해 액수만 326건 869억원에 달한다.

(사진=박효영 기자)
권경애 변호사는 라임이 투자한 곳의 불투명성을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라임이 투자한 곳들은 부실 그 자체였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권경애 변호사(법무법인 해미르)는 “(라임의 투자는) 처음부터 계약이 불투명하고 (투자를 받은 기업의 경우) 실제로 개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모르는 굉장히 불투명한 곳이다. 거의 회수가 불가능한 자산들로만 채워졌다”고 설명했다.

김 회계사도 “라임이 여러 회사들(에스모·디에이테크놀로지·위즈돔·오아시스홀딩스 등)에 투자했지만 매출이 제로인 곳이 많았다”며 “위즈돔은 플랫폼 회사라 버스가 없는데 직접 운행으로 매출이 수 천억원 나왔다고 공시했다”고 지적했다.

김 회계사는 라임의 투자금이 궁극적으로 위즈돔의 대표이사 한모씨에게 흘러갔다고 환기했다. 동시에 한씨가 작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의 핀란드 방문에 동행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런 부실 기업들에게 투자해서 만든 펀드는 일종의 폭탄 돌리기였다. 라임은 4개의 모펀드(母) 아래 173개의 자펀드(子)를 만들어서 리스크를 이전하고 또 이전했다. 주로 △CB(전환사채)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한 부실 펀드 △해외 무역 자산에 투자한 고위험 펀드 등이었다.

개인 비리도 빠질 수 없다. 

라임의 돈줄로 알려진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나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등은 투자받은 기업들의 종자돈을 횡령하기도 했다. 망해가는 회사의 주식은 유착된 회계 전문가들에 의해 고평가 세탁되어 재판매됐다. 현재 김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은 구속됐다.

김 회계사는 “기업 사냥도 문제다. 김봉현 회장 등은 코스닥 상장사를 현금 인출기처럼 쓰면서 회사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구속, 횡령, 배임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라임의 투자를 받은 14개 회사들(폴루스바이오판·파티게임즈·리드·하이소닉·한류타임즈·티탑스·슈펙스비앤피·디에이테크놀로지·에스모머티리얼즈·젬백스지오·블러썸엠앤씨·SG·팍스넷·에스모)의 주가가 모두 무너졌고 평균 하락률이 70% 가량이라고 설명했다.

전성인 교수는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제도적으로 뭘 보완해야 할까. 

전 교수는 “금융투자협회 산하에 가교 자산운용사를 만들어 사고가 난 펀드를 관리하게 하고 사고 펀드를 정리해 그 순자산을 기존 투자자에게 배분도록 해야 한다”며 “가교 운용사의 임직원은 사고 펀드를 판매한 주요 판매사의 임직원으로부터 충원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회계사는 “사모펀드 운용사로 등록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자본 요건을 현행 10억원에서 종전의 20억원으로 되돌려야 한다”며 “개인이 1억원만 있으면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최소 투자 금액 역시 과거 5억원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 투자자에게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일이 지속되면 언젠가는 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는 큰 문제가 없었고 헤지펀드 쪽에서는 문제가 터지고 있는데 오히려 규제 당국은 PEF에 대해 개인투자자를 금지하는 모순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헤지펀드에 대해서는 개인투자자 진입을 금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채이배 의원은 이번 토론회를 주최했다. 채 의원은 이날 20대 국회 임기를 일주일 남겨둔 상황에서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하루종일 참석하면서도 토론회 중간에 방문해서 라임 사태에 대한 시사점을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렇게까지 세상 무서운줄 모르고 날뛰었던 것이 가능했던 배경은 뭘까. 

전직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이었던 장모씨는 부실한 라임 펀드를 엄청 팔아치웠다. 그런 장씨는 작년 12월 한 투자자를 만나 김정훈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이 라임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이뤄지지 못 하도록 뒷배를 봐주고 있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녹취록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라임 사태가 DLF(파생결합펀드)처럼 단순 금융 사기와는 달리 권력형 게이트로 의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는 장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2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다. 혐의는 2480억원의 부실 펀드를 판매하면서 수익률, 손실가능성 등 주요 정보를 거짓으로 속여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라임 사태는 김 회계사 입장에서 험한 말을 안 할 수가 없는 중대한 권력형 금융 게이트다. 경우에 따라서는 문재인 정부의 치부와 연결될 수도 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문재인 정부의 위선적인 부분에 비판의 목소리를 강하게 냈던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토론회를 준비한 김찬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참관하기 위해 방문한 김수민 시사평론가, 전 교수, 김 회계사, 권 변호사 등 모두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부터 최근 ‘정의기억연대 사태’까지 현 여권이 불편해하는 이슈가 터질 때마다 날선 비판을 가했던 인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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