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 “사형제 한다고 범죄 안 없어져”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형제 한다고 범죄 안 없어져”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2.19 1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소비자 보호 의지 약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필수적
DLF와 라임 사태
손태승과 함영주
여러 서민 금융 지원책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최근 막대한 금융상품 피해로 인한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 실효성이 없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미국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기업들의 저승사자로 불리고 있는데 은 위원장은 그게 시행된다고 해서 기업들의 일탈 행위가 줄지 않을 수도 있다는 듯이 표현했다. 

은 위원장은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상세 업무계획>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은 위원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좀 더 강한 처벌로 (금융사들의 소비자 기만 등 일탈행위를) 예방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 위원장은 “예컨대 사형제 존폐 논란이 있고 이를 집행한다고 해서 범죄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냐는 논쟁이 있듯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규제를) 늘리는 것만으로 예방이 가능하냐는 논쟁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고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은 개개인의 일탈인데, 처벌을 강화하고, 당국이 감독을 더 촘촘히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사실상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도입 여부의 적절성에 대한 판단을 해줘야 하는데 은 위원장의 의중에는 사실상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 필요성이 없거나 매우 약한 것으로 읽혀진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필수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도 하기 전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추진 의사가 별로 없다는 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 시민사회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도 △입증책임전환 등을 반드시 도입돼야 할 ‘소비자 권익 3법’이라고 규정했다.

작년 11월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8년만에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됐지만 3법의 내용이 다 빠져 있다. 

조연행 금소연 회장은 기자와 만나 “김진태 의원(구 자유한국당 현 미래통합당)이 강력하게 반대해서 금소법에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빠졌다”고 밝혔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도 기자에게 “금소법이 제대로 통과됐어야 한다. 우리가 주구장창 얘기하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이걸 빼버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게 무조건 잘못됐다는 김진태 의원의 말에 동의 못 하는 게 그들이 그렇게 신봉하고 성조기까지 들고 하는데 미국은 시행하고 있다”며 “금소법의 차와 포를 다 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가 차포”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조 회장은 “(금융상품 분쟁 조정을) 인허가권자가 해야 하는데 안 하니까 소비자와 공급자 간의 싸움이 되어 버린다. 인허가권자가 책임을 회피하니까 소비자가 권리를 찾으려면 공급자에게 직접 민사소송을 걸어야 한다”며 “공급자는 소비자를 데리고 논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없고 입증도 소비자가 해야 하기 때문에 절대 못 이긴다. 당국이 도둑놈들이다. 뒷짐지고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만일 해서 (소송에서) 지면 자기들이 책임져야 하니까”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2019년 내내 ‘DLF 사태’와 ‘라임 사태’ 등 금융계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은 위원장은 아직까지 먼산만 보고 있는 눈치다. DLF 사태는 독일 등 주요국 국채 금리와 연계한 파생결합펀드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대량 판매해서 엄청난 고객 피해를 야기한 것을 말하고, 라임 사태는 주식과 채권을 결합해 놓은 상품 등을 라임자산운용 등이 대거 팔아서 투자액을 돌려주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을 뜻한다.

그런데 이날 은 위원장은 업무 계획을 소개하면서 금소법이 곧 통과될 것이라는 점을 환기했다. 이를테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금소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금융사가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를 자행했다가 적발되면 액수 제한없이 판매 수입의 절반에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효과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징벌적 과징금이 도입되어 금융소비자 보호의 성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는 모습은 모순적이다. 또한 은행들이 비이자수익 수수료 장사를 하고 벌어들인 수입의 절반 정도는 별로 데미지가 없고 매출의 절반을 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 회장은 “무슨 수입의 수수료 몇 푼 얼마 되지도 않은 것을 갖고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계약자들의 피해는 전체 납입금의 절반이 없어졌느니 30%가 없어졌느니 그러는데 공급자들의 징벌 과징금은 예컨대 100원을 내게 되면 수수료가 1%나 0.5%가 될텐데 그것의 절반 물어봤자 표시도 안 난다”고 지적했다.

조연행 회장과 김득의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조연행 회장과 김득의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은 위원장은 금융위의 주요 사업으로 밀고 있는 현 상태의 금소법을 계속 부각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2월 국회에서 인터넷은행 개정법(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특혜 부여)과 금소법,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모두 통과시키고 싶다. 국회의원들을 열심히 설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금소법에 대해 반쪽짜리라는 문제제기가 많다. 법사위에 계류 중인 금소법에는 아래와 같은 6대 원칙이 도입되긴 했다.

①적합성:상품 판매시 소비자의 재산 상황 및 투자 경험 등을 고려
②적정성:소비자가 구매하려는 상품이 소비자의 재산 상황 등에 비춰봤을 때 부적절하면 그 사실을 소비자에게 고지
③설명의무:상품의 중요사항 설명
④불공정행위 금지: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소비자 권익 침해 금지
⑤부당권유 금지:소비자가 상품에 대해 오인할 수 있는 행위 금지
⑥허위과장 광고 금지:광고에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하는 사항을 포함시키고 허위과장된 내용 금지
 
그래서 ③④⑤⑥을 위반할 경우(불완전판매 자행) 상품 수입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고 ①② 위반은 최대 3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매길 수 있다. ③ 위반으로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면 금융사가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증 책임을 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금소법을 통한 과징금 부과와 입증책임전환에서) 적합성의 원칙(①)은 빠졌다. 적합성 원칙을 내가 입증해야 한다. 그러면 지금 DLF 때 피해자들이 내가 녹취한 것도 없고 은행이 속이면 입증이 되겠느냐. 하나은행 자료를 보면 증거가 없으면 전부 부인하는데 입증 책임을 누가 하느냐. 은행이 하는 게 맞다. 근데 여전히 반쪽짜리”라고 밝혔다.

이어 “진짜 누더기 법안을 만든 것에 대해 개탄스러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이 법이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며 “우리가 무슨 올림픽 나가는 것도 아니고 참가에 의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법만 만들면 된다는 것에 동의하지 못 한다. 최소한 적합성의 원칙은 넣었어야 했다. 이번에 (DLF도) 다 적합성의 원칙이 문제됐다. 투자자 성향 조작하고 5등급이 1등급이 되고 하루에 3번씩 전산 조작했다. 소잃고 외양간도 제대로 못 고친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DLF 사태의 책임이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해 엄중 ‘문책 경고’를 내렸고 이것이 확정되려면 금융위가 최종 의결을 해야 한다. 문책 경고는 임원 연임 및 3년간 금융권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강력한 징계다. 최고 임원 개인에 대한 중징계 결정과 함께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6개월 업무 일부 정지 △과태료 부과(각각 230억원과 260억원) 등의 처분을 내렸다. 

은 위원장은 최종 의결 시점에 대해 “3월4일에 한다고 예상하고 있다”며 “손태승 회장이 법정 대응을 하겠다는 것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손 회장 연임과 관련된 사항은 이사회가 여러 가지를 보고 판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성과지상주의를 내세워 DLF 사태와 고객 비밀번호 임의 조작 등의 물의를 일으켜서 우리은행의 브랜드 가치를 하락시켰다. 손 회장은 첫 번째 임기 이후 이미 연임됐고 3월말 예정된 그룹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금융위가 주총 전에 의결을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현재는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윤석헌 금감원장이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의 징계 수위를 전결로 결정해놓고 그걸 금융위가 추인하는 구조인데 금융권에서는 당연히 금감원이 그런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만약 윤 원장이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면 그런 불만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은 위원장은 이런 징계 구조에 대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한 번 생각해보겠다”며 “과거부터 이어져 온 역사적인 문제인데 자주 발생했다면 이미 공론화됐을 것이다. 한 두 달 안에 또 발생할 문제는 아니니 보겠다. 어떤 방향성이 내포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은 위원장은 금융위의 주요 과제들로 아래와 같은 것들을 언급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심의위원 선정 방식 개선(전문 분야 경력 요건 상세히 규정/사건 담당 위원 무작위로 선정/분조위에 반드시 회부해야 하는 안건 늘리기/조정 당사자의 회의 출석 및 항변권을 보장)
Ⓑ채권금융기관의 채무자 지원을 위한 소비자신용법 제정(빚독촉 연락 횟수 제한/직장 방문이나 특정 시간대 연락을 금지하는 연락제한요청권 도입/불법 과잉 추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연체자의 채무조정교섭권 보장/채무 상환조건과 계획을 변경해 재기를 지원하는 채무조정요청권 도입/채무자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채무조정교섭업 도입/대출 상환 요구 이후 채무 부담이 계속 커지는 현 연체 이자 부과 방식 개선/채권 소멸시효 연장도 예외적 상황에서만 가능/중증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의 채무를 최대 95%까지 탕감해주는 특별감면제도 도입/채무조정 중도 탈락자를 위한 무료 상담 등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개선/대부업 등에서 채권자가 채무조정안에 동의하지 않는 사례를 분석해 조정 동의율 높이는 방안 마련)
Ⓒ정책 서민금융 체계 강화(금융사가 상품을 설계하면 서민금융진흥원과 협의해서 신상품 출시/농지나 토지 규모 및 평균 생산량 등을 기준으로 상환 능력 평가하는 농림어업인 전용 생계자금 상품/서민금융진흥원이 보증 제공하는 저신용자 전용 소액신용카드 상품)
Ⓓ어카운트인포(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모든 휴면 금융 자산을 한 꺼번에 조회할 수 있도록 개선)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