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렵
[중앙뉴스=이재인]예당저수지가 축조되기 전에 홍성 옥계 조양천과 청양 비봉천이 합류되어 광시 대층을 거쳐 응봉 오가천으로 흐르는 물길을 우리는 무한천(無限川)이라 불렀다.
이 무한천에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맑고 깨끗한 물이 흘렀다. 그래서 이름도 그윽한 ‘옥로(玉露)’라 이름 했다. 옥로가 흐르는 냇물에 뭐니뭐니 해도 여름철 진풍경은 바로 천렵이다.
원래 천렵이라는 말은 여름철 성인 남자들의 피서법으로 냇물이나 강가에 나아가 물고기를 잡으면서 즐기는 일종의 놀이였다. 산수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사람들은 탁족을 즐기거나 낚시를 해서 매운탕을 끓여 먹기도 했다.
이 피서는 다만 서민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태종실록 7년(1407년) 기록에 의하면 완산부윤(完山府尹)이 전지를 내려 그물을 치고 고기를 잡는 천렵을 하는 기록이 있다. 또한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 「4월령」에도 천렵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앞 내에 물이 주니
천렵을 하여보세 해 길고 잔풍하니
오늘 놀이 잘되겠다
벽계수 백사장을 굽이굽이 찾아가니
수단화(水團花) 붉은 꽃은
봄빛이 남았구나
촉고를 둘러치고
은린옥척(銀鱗玉尺) 후려내어
반석에 노구 걸고 솟구쳐 끓여내니
오후청을 이 맛과 바꿀소냐
―정학유, 「4월령」 부분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류인가, 아직도 눈에 선한 그 시절의 풍경을 이제는 시가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니. ‘천렵’. 이는 어디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 쏘가리, 가물치 자연산 메기가 떠 놀던 냇가에 그물 던지던 옛모습이 아련하구나.
천렵, 그 시절 더운 여름 냇가에 나아가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더위를 삭히던 풍경. 어디 그뿐인가. 시를 읊거나 농악을 울리는 모습이 옛 기록에 생생히 남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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