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

[중앙뉴스= 이재인]세계적인 문호 한국의 대표작가, 이태준의 단편 동화 비슷한 소설이 있다. 제목이 '돌다리'이다. 장마가 휩쓸고 간 냇가에 돌다리가 밀려났다. 흩어진 돌다리를 건너다가 자칫 머리통이 깨질 수도 있었다.

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소설가
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소설가

가지런한 이빨처럼 놓였던 돌다리가 다리 비뚤어진 의붓어머니 심사이니, 이를 고치는 마을 사람들의 역사(役事)가 진행되는 풍경이 서사적으로 묘사된다. 이 다리는 멀고 먼 고조, 아니 증조 더 이전의 할아버지와 그 이전 이곳에 정착한 할아버지들이 밟고 건너간 다리였다.

소설 속에서 지난 해 홍수에 그만 여기저기 흩어진 돌을 움직이는 모습이 이채롭다. 마을 공동체의 협력의 모델이다. 이 소설의 주제는 내 것의 수호, 우리 것의 수호이다.

아름다운 동화처럼 읽혀지면서도 깨끗하게 세탁하여 말린 옥양목 빛깔의 이야기가 시선을 사로잡고, 마음을 잔잔하게 한다.이런 다리 밑에는 뱀장어가 숨어 산다. 세태에 물든 마음을 씻기 위함일까, 뱀장어들은 거친 물살에 몸을 내맡긴다.

따사로운 햇빛을 연원하다 불려나온 시냇물, 돌돌거리는 소리에 모래무지, 참붕어, 피라미, 중치란 놈들도 때론 피란 오던 장소, 물 위로는 우뚝 솟았던 돌다리가 사라졌다. 버드나무 울울한 시냇물 위에 무겁고도 고단한 고가 육교가 생겼다. 함께 살던 피난민들도 평화를 찾아 떠났는지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돌다리, 이제는 그 울울 아라사 버들이 쌍둥 허리가 잘린 망아지 이름 개천이 되었다. 개천과 함께 삼복 날, 황구와 검둥이를 황천에 보내던 민속도 하늘의 별이 되고 들꽃이 되어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아니, 모습만 감춘 채, 우리 곁에서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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