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수의 이야기

대한민국 마도로스 1세대인 신영수의 ‘마도로스의 삶과 人生’을 통해 바다를 유영하는 마도로스의 세상을 품은 진실한 삶과 인생을 연재를 통해 엿본다. 신영수는 부산 출생으로 5대양을 다니며 세월이란 그것을 보내는 장소에 따라 전혀 그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괴로움과 슬픔도, 그리움과 미움도, 노도가 포효하는 바다도, 시간이 흘러가면 거울 같은 해변으로 변하는 것 같이, 시간이란 명약으로 치유시키는 사나이들, 그 이름 마도로스! 작가 신영수의 지나온 삶을 통해 대한민국 마도로스 1세대의 역동적인 모습을 엿본다. [편집자주] 

(출처=ko.wikipedia.org)
(출처=ko.wikipedia.org)

 

망각의 사나이들 그 이름 마도로스

세월이란 그것을 보내는 장소에 따라 전혀 그 속도가 다르다
육지에서 차분하게 한가지의 생업에만 종사하며
비록 체바퀴를 닮은 생활일지라도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오는 생환들을 ‘정착민’이라 부른다면
이 배 저 배 끊임없이 옮겨다니는 선원들을 ‘유목민’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유목민들이 가장 경멸하는 인종은 정착민이다.
그들은 말한다.
깨어난 장소에서 다시 잠들지 않기를 바라노라
그러나 그들은 끊임없이 걱정해야 한다.
끝없는 유토피아를 찾으려고 하는 욕망과
어찌할 수 없는 이동 때문에 그들은 걱정해야 한다.

정착민들은 유목민들을 보고 측은히 여긴다.
"저래 가지고 어떻게 사노?"

197x 년 어느 날
일본 요꼬하마 함을 출항하여 현해탄을 건네
그리웠던 한국으로 입항 하게 되는 날이었다.
재미있었던 일본에서의 추억담
한국에 입항하여 그 곳에서 이루어질지도 모를 달콤한 로맨스의 이야기 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웅성대던 선내 분위기가
겨울 아침 먼동이 틀 때가 되어
만선한 본선은 15년의 늙은 몸을 꿈틀거리며
부산항을 향하여 코스 020도로 스태디하여
대마도 북단 삼도를 좌현에 보고 통과한 후
1시간 정도 항해하고 있을 때
기관장이 헐레벌떡 숨을 몰아쉬면서 브릿지에 올라오면서
마침 아침 맑은 바다 공기를 심호흡하고 있는 나에게 와서
"선장님 큰일 났습니다 "하는 말이
"나는 뭐!" ----
"지금 기관실에 내려가 보니 주기가 이상이 있는 것 같은데 기관을 좀 정지해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수리를 해서 가야지"
"Stop Engine"
"기관장 수리소요 시간은 얼마가 걸리겠소?"
"확실한 고장개소와 원인을 파악해서 보고 하겠습니다 "
"그렇게 하시오

(제공=픽사베이)
(제공=픽사베이)

선령 15년의 본선이 항차마다 연중행사처럼 일어나는 기관고장이라
별 대수롭지 않은 생각에 기관을 정지시킨 후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표류 상태로 기다리기로 하고
기관실에서 보고가 올 때까지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무거운 표정으로 브릿지에 다시 올라온 기관장은
"선장님!"
"지금 주기관 시린더 내면에서 해수가 누수되고 있기 때문에
교환을 해야 하겠는데 본선에 예비품 라이너가 하나도 없어서
자체 수리 불가능 하니 부산사무소에 타전하여 예선 요청하고 연락이 올 때까지
본선에서 라이너를 발주하여 검사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아마 내 생각으로는 라이너가 찢어졌을 것 같은데 그렇게 되었다면
그 찢어진 부분을 드릴로서 구멍을 내서 동관을 때려 넣어 구라인더로 내면을 깨끗이
스카림핑하여 조립한 후 작동시키면
정상 운행은 못되더라도 반속 엔진으로 부산까지는 갈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만
기관장의 상세한 설명을 묵묵히 듣고 있던 나는
"그럼 예인 요청은 필요 없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확실한 것을 알 수 없으니 우선 Tug Boat 요청은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회사에 전보치고 또 기관장 -그럼 수리 만료 시간은 ?"
"내 생각으로는 16 ~ 18 시간 정도 ----
항해사 지금 본선 위치는 ?"
"네 지금 본선의 위치는 삼도에서 302도 9마일 입니다"
"뭐 9마일!"
"그럼 조류와 풍향,풍속은?"
"조류 21노트 ES 풍향, WN, 풍속 5~6 노트 정도 입니다
"그럼 큰일 났는데 삼도근해 암초군이 위험하지 않겠나"
"기관장 어떻게 좀 더 가서 수리하면 안 되겠소?"
"지금 기관을 작동 시킬 수가 없는데요"
"항해사 전보 보냈나?"
"1보냈습니다."
"큰일 났는데 항해사 여기 수심은 ?"
수심이 120M ~150mm 제일 낮은 곳이 80M인데요 ?"
"큰일 났는데 어이 저 선수에 보고 투 앵카 모두 4삭클 씩 내줘 보라고 해 "
"무슨 심해 투묘법이라도 써 보아야지"
선장이 불안해 하니 온 선내가 불안에 찬 공기가 가득한 같다.

(제공=픽사베이)
(제공=픽사베이)

조금 전까지 오고 가던 농담은 자취를 감추고
무정한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가는 데
회사에서는 정확한 현황 보고를 요청하는 전보 뿐
자력의 기능을 상실한 늙은 본선은 힘에 겨운 만선의 상태에서 속절없이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표류하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암조군은 점점 가까워지고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나는 침실에서 기관실로 기관실에서 브릿지로 오르내리며 조바심만 났다.
불안과 초조감에 가슴 조이는 8시간이 흘러가고 나니
마귀의 이빨 같은 삼도의 암초군에 부딪쳐 부서지는 파도소리는
피에 굶주린 마귀의 흐느낌 같이 들려오고
쳐다보고 있는 항해사를 보고
"너 하나님 믿는다면서 ?"
"이 배가 무사하도록 우리 기도나 하자 '
" 네가 봐도 이 배 사람들은 모두가 착하고 순하고 어질지 않더냐 , 그렇지 ---- "
"예 선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어진 20명의 나의 동료들!!
이들이 승조하고 있는 이 배가 불행을 당할 수 없다고 믿어 왔으며
불행을 당하지 않도록 아침과 저녁 시간 마다 얼마나 간구 했던가!
마귀할멈 이빨 같은 암조군은 이제 5~60m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수심 100m가 넘는 해상에서 심해투묘법으로 표류하는 본선의 마지막 운명은
시시각각으로 가까워 오는 숨 가쁜 찰나에 위치를 내어보내
조류와 풍향이 비편 영향으로 암초군과의 거리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하면서
부근해상에서는 유일한 85m 지점으로 밀려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력 조선으로 정밀 투묘법을 이용해서 이지점에 투묘를 한다해도
서투른 조선술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지점에 도착하자 나는 지시를 했다.

"LET'S GO ANCHOR"
선수에서 닻이 잘 박혔다는 보고를 받고는
"모두들 수고했다 .기관 수리 될 때까지 좀 쉬도록
항해사 우리 배는 악한 놈이 없으니 神이 도와준다. 그렇지
먼동이 들때 일어난 기관 고장이 어두움이 해면을 엄습할 때까지 이어졌다.

"캡틴 ! 이제 스을슬 가 보입시더!
기관장 수리 끝났소?"
"네 이제 된 것 같습니다만
"오늘 기관부 모두 수고 했습니다 "
"무슨 말씀을 응급조치 밖에 못했으니 부산 가서 고장수리 하기로 합시다 "
"그렇게 하기로 합시다"
항해사 ALL Standby
마귀들의 이빨에 삼킴 당할 뻔했다가 자력으로 운행되어 투묘지를 빠져나가는 동작이
흡사 피곤한 육체에 힘겨운 짐을 지고 가파른 고갯길을 오르는 늙은이 모습같은 본선이
부산항을 향하여 020도 M/Co스태디하여 반시간 정도 항해하니
선내 여기저기에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더냐는 듯이 웃고 떠들면서
심신이 지친 자신들을 자위하고 있는 흐뭇한 분위기가
사색이 짙게 깔려 질식 될 것 같았던 선내 분위기를
생기를 되찾게 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지난 일을 가장 빨리 망각할 수 있도록
훈련된 인간이 있다면 그는 아마 선원들일 것이다.
무서운 노도와 싸워야 하는 험한 항로 길에 쓰디쓴 위액을 토해내고
마지막에는 피까지 토해 내어야 하는 그때 그 순간은 이번 항해가 끝나면
죽어도 다시는 배를 타지 않을 것이라고 열 천 번 다짐하고 또 다짐하드라도
항구에 닿을 놓고 흙냄새 맡는 순간
언제 내가 그런 고생을 했고 맹세를 했더냐는 듯이 웃고 떠들고
또 다시 배에 오르는 망각의 사나이들!
괴로움과 슬픔도
그리움과 미움도
분과 한으로 뭉쳐진 원한도
노도가 포효하는 바다도
시간이 흘러가면 거울 같은 해변으로 변하는 것 같이
시간이란 명약으로 치유시키는 망각의 사나이들!!!
그 이름 마도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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