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수의 이야기

대한민국 마도로스 1세대인 신영수의 ‘마도로스의 삶과 人生’을 통해 바다를 유영하는 마도로스의 세상을 품은 진실한 삶과 인생을 엿본다. 신영수는 부산 출생으로 5대양을 다니며 세월이란 그것을 보내는 장소에 따라 전혀 그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괴로움과 슬픔도, 그리움과 미움도, 노도가 포효하는 바다도, 시간이 흘러가면 거울 같은 해변으로 변하는 것 같이, 시간이란 명약으로 치유시키는 사나이들, 그 이름 마도로스! 작가 신영수의 지나온 삶을 통해 대한민국 마도로스 1세대의 바다에서의 역동적인 모습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제공=픽사베이)
(제공=픽사베이)

 

마도로스, 알바트로스의 행운을 잡다

사람이 살다 보면 예고 없는 경사
뜻밖의 행운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행운도 행운 나름이다.
규칙이나 이론상으로만 있을 수 있는 일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알바트로스!
우리 말로 "신천웅" 이라 불리는
가장 높이 멀리 나는 실제 사는 바닷새의 이름이다
그러나 이 말은 "버디" "이글" 과 같이 주로 그린에서 회자되며 골퍼들이 동경하는
꿈같은 스코어를 말하는 골프용어
500 DY 의 긴 홀을 장타 2타로 홀에 골인시키는 기적과도 같은 Playe 이다
골프에서 가히 있을 법한 기록에 불과한 albatros
과 5홀에서 2타 만에 공을 홀컵에 집어넣는 것이다.
나오기란 상식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지극히 드문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다.
골퍼들 사이에서 간혹 축하를 주고받거나
스포츠 지상에 화려하게 장식하는 홀인원 ( hole in one )의 회귀성을 뛰어넘는
스코어이기 때문이다.
굳이 확률로 계측한다면 홀인원이 2만분의 1 이라면
알바트로스는 200만 분의 1 이다
홀인원하면 3년 운이 따르고
이글하면 5년을 축복 받는다고 하는데
2년 전에 상영되었던
실제로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소재로 한 미국영화
"perfect Storm" 이란 영화를 보신 분들은
그 영화의 북태평양 상에서 조우한 거대한 태풍과 혈투를 벌이며
태풍 속을 뚫고 나가던
숨 막히는 장면들을 연상하면 되리라 생각된다.

(제공=픽사베이)
(제공=픽사베이)

결국 그 영화 속의 중형급 어선은 전복되어
선장을 포함한 선원 모두가
선박과 운명을 같이 하였지만
지구의 곳곳에서 연일 보도되며
많은 사상자와 피해를 입고 있는 보도를 보고 나는 태풍, 해일 홍수 등의 위험함을
바다를 통해 알려보고자
또 이런 경험을 옮겨 본다.
파도에는 파정과 파저가 있다.
파도의 가장 높은 부분을 과정이라 하고
가장 낮은 부분을 파저라 한다.
본선이 파정에 올랐을 때 Bridge에서 내려다보면 가마득한 아래쪽에 바다가 보인다.
사인 곡선을 그리며 선체가 앞뒤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현상을 피칭이라 하는데,
본선이 파도를 타고 올라갈 땐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하늘뿐이다.
선수가 위로 들려 하늘을 향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행여나 본선이 뒤로 자빠져 바다 속으로 빠져 들어가지나 않을까 하는
극도의 불안감과 초조감을 느끼게 되고
반대로 파도의 꼭짓점을 지나 선수가 내려올 때는
온통 소용돌이치는 무시무시한 바닷물밖엔 보이질 않는다.
이때는 행여나 본선이 바다 속으로 다이빙 하여
바다 속 깊숙이 가라 앉아 버리는 것은 아닐까 ?
하는 엄청난 공포감에 휩싸이게 된다.
태풍의 중심에서 태풍의 진행방향으로 선을 그었을 때
이선을 축선이라고 하며 북반구에서는 이축선의 오른쪽 반원이 위험반원이고
왼쪽 반원을 가항반원이라고 하며
남반구에서는 북반구의 정반대가 된다.
이때 본선은 위험반원의 전면부에 위치해 있었다.
인도양과 대서양의 조류가 교차하고 아프리카 대륙의 남쪽 끝자락 언저리 인지라
거대한 삼각파도 이따금씩 몰려 왔다
본선의 선수는 선수대로 Twist를 하고 선미는 선미대로 Twist를 함과 동시에
본선은 위험각도까지 Rolling를 했었는데
이 때 선실에서 각자의 사물들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휴게실에 있던 음악테이프들이 떨어져 깨어있는 소리
식당에서 그릇이 떨어져 와장창 부서지는 소리
떨어진 물건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둔탁한 소리
등등이 복합적으로 혼합되어 들렸으며
특히나 금속성의 찌그덕 거리는 선체의 뒤틀림소리는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하였고,
이처럼 둔탁한 광음들로 인하여 잠시나마 세찬 바람소리와 파도소리를 망각 할 수 있었다.

(제공=픽사베이)
(제공=픽사베이)

그리고 피칭을 할 때엔 본선의 선수가 바닷물 속에 3분의1 가량이 잠겼다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본선의 선수가 바닷물 속에 잠겼다가 부력과 너울을 타며 바다위로 솟구쳐 올라올 때는
엄청난 량의 바닷물을 토해 내었다.
나는 이때 처음으로 구명의( Life Jacket )를 입었었고
그 후로 선상훈련 시 입을 경우를 제외하곤 승선 중에 구명의 입은 적은 없었다.
만에 하나 본선이 잘못되는 날에는 대양의 거치른 바다위에서
한낱 구명의가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만은
참으로 아찔했던 순간들을 버티어 나온 나는 분명
알바트로스를 잡은 것이다.
그렇게 생사의 기로에서 숨 막히는 시간들 속에
A급 태풍과의 혈전은 되풀이 되며 계속 되었고
약 하루정도의 시간동안 극도의 긴장과 불안 초조감속에서
태풍과 사투를 벌인 후 태풍의 눈을 관통하여
가항반원으로 넘어갔고
시간이 흐를수록 태풍의 중심에서 점차 멀어져 태풍의 영향권을 벗어나 회망봉을 돌아
정상적인 항해를 하였던 것이다.
사랑은 아름다워라
그대 눈빛 보고 있으면
촛불이 다 타는 것도 잊고
떨리는 그림자를 숨기며
그냥 그대 앞에만 있고 싶어라
나는 지금 마도로스의 직업을 뒤로 하고
주님을 향한 믿음의 사랑으로 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배를 떠나는 마지막 날
안개가 자욱한 바다를 항해하고 있었다.
당직 근무를 마치고 항해사와 교대 후 침실에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죽음조차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전설을 꿈꾸며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아도 변하지 않는 나의 침실 정경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또 조금 후 나를 깨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지만 이번에도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발견 할 수가 없었다.
"이상한 일이다" 하며 혼자서 그 소리를 찾는 일을 포기 하고 있었다.
본선은 기관의 잔잔한 진동소리만 들리며 항해를 계속 하고 있었나
한참이나 지난 후였을 것 같다.
네 번째의 소리를 들었다.
나를 감동시키라 하는 하나님의 목소리였다.
깜짝 놀라 일어나는 순간
본선은 국적을 알 수 없는 선박과 충돌을 하였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바닷물 속으로 탈려 들어갔다.
지금 나는 그 날을 떠올리며,
마지막 하나님의 호출을 받고 알바트로스의 행운을 잡은 후 구사일생으로 구조되어
지금 흔들리지 않는 사랑으로 주님을 찬송하고 있다.
만약 내가 주님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고 잠을 청했었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주님의 사랑은 오래된 진정한 전설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사랑의 아픔과 소중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끝 보이지 않는
오랜 기다림으로 주님을 감동시킬 수 있는
그런 날들이기를 소원하며
알바트로스의 행운은 바로 당신 곁에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