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수의 이야기

대한민국 마도로스 1세대인 신영수의 ‘마도로스의 삶과 人生’을 통해 바다를 유영하는 마도로스의 세상을 품은 진실한 삶과 인생을 엿본다. 신영수는 부산 출생으로 5대양을 다니며 세월이란 그것을 보내는 장소에 따라 전혀 그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괴로움과 슬픔도, 그리움과 미움도, 노도가 포효하는 바다도, 시간이 흘러가면 거울 같은 해변으로 변하는 것 같이, 시간이란 명약으로 치유시키는 사나이들, 그 이름 마도로스! 작가 신영수의 지나온 삶을 통해 대한민국 마도로스 1세대의 바다에서의 역동적인 모습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바닷가 어릴 적 그때 그 시절

(제공=픽사베이)
(제공=픽사베이)

바다는 그리움이다.
내 기억이 미치는 그 어린 시절
내가 처음으로 바다에게서 배우고 느낀 그 것
적어도 나에게 있어 바다는 그리움이다.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 밑을 내려다보니
마침 썰물 때입니다.
아이들도 하나 둘씩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입니다.
우리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항(港)으로 내려갑니다.
이미 많은 배들이 바다로 나간 뒤고
어디서 부서졌는지 이젠 쓸모없게 되어버린 작은 나무배만이 바다를 지키고 있습니다.

헌배에서 뱃놀이가 지자 됩니다.
누구는 선장이고 누구는 그냥 선원입니다.
누구나 선장을 하고 싶어 하지만
친구들 중에서 가장 힘세고 키가 큰 친구가 선장을 합니다.
또래들보다 키가 작은 저는 한 번도 선장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고래도 잡았다가 새우도 잡았다 합니다. 오늘도 만선(滿船)이네요.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우리들만의 아지트가 있습니다.
그곳은 우리들이 헤엄치기에 적당 한곳입니다.
물도 않고 바닥도 모래라 무섭지 않습니다.
푸른바다는 흰 모래와 섞여 에머럴드 빛을 내고 있습니다.


바닷물이 빠지고 해도 중전입니다.
물은 적당히 빠져 제 허리춤까지 옵니다.
모두들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놓습니다.
다이빙을 하는 친구도 있고
꼴에 준비 운동을 하는 친구도 보입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수영복을 입은 친구는 없습니다.
"풍덩. 풍덩. 풍덩.
연이어 터지는 다이빙 소리에 마음까지 시원해집니다.
헤엄은 가지각색입니다.

(제공=픽사베이)
(제공=픽사베이)

형이나 언니한테 배운 자유형 , 배영을 실컷 뽐내는 친구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그냥 게 헤엄입니다.
팔다리가 따로 노는 모양이 제가 봐도 우습습니다.
하지만 바다를 무서워하거나 헤엄을 못 치는 친구는 없습니다.
실컷 물속에서 더위를 시킨 후에 뗏목을 만듭니다.
어린아이들이 무슨 뗏목이냐고 말씀하시겠지만
우리가 만드는 목은 모두가 힘을 합쳐야만 만들 수 있는 파래 뗏목입니다.
모두들 바다 속에 등등 떠다니는 초록빛의 파래를 바위에 산더미처럼 모습니다
모아놓은 파래를 다시 바다위에 차곡차곡 쌓아서 목처럼 만듭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든 뗏목이라지만 모두가 "와 ~" 하고 우르르 타면 곧 흩어집니다.

(제공=픽사베이)
(제공=픽사베이)

그래도 우리는 매일 그 일을 합니다.
물은 더욱 빠져 게 종아리 정도 입니다.
물이 얕아지면 일단 모래 안으로 손을 깊숙이 집어넣습니다.
뭔가 딱딱한 것이 만져지면 영락없이 그건 조개입니다.
간혹 검은 진흙만을 먹은 속 빈 조개가 잡히기도 하지만 경쟁이라도 하듯 열심히 캔 조개는 두 손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집니다.
조개잡이 수확이 줄어들면 우리들은 바위에 붙어 있는 굴도 맙니다.
굴은 딱딱해서 여간해서 덜어지지 않습니다.
주먹만한 돌을 구해서 바위에서 굴을 떼어 내야만 합니다.
너무 힘껏 쳤는지 굴이 산산조각 났네요.
하지만 굴 알맹이는 바닷물에 씻겨져 제 입으로 쏘옥 들어갑니다.

바다 내음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바닷물이 조금씩 들기 시작할 무렵 지칠대로 지진 우리들은
투박하고 검은 돌들이 만들어 낸 웅덩이에서 온천욕을 즐깁니다.
한나절 동안 햇빛을 받은 웅덩이에 몸을 담가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기분을 알기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 물은 우리의 추위와 피로를 풀기에 충분합니다.
검은 피부는 뜨거운 햇살에 더욱 검붉게 타들어 갑니다.
찬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하면 누군가가 피워놓은 불 앞으로 삼삼오오 모여듭니다.

심술궂은 바람을 피하기 위해서는 불 옆으로 돌을 쌓아야 합니다.
누군가는 어디선가 나무며 잘 타는 지푸라기 등을 구해 옵니다.
아까 캔 조개들을 모아서 깡통에 넣어 삶습니다.
이면 아이는 작은 고동도 잡아 왔습니다.
이걸 나중에 어떻게 먹을지 고민 하면서 깡통에다 넣습니다.
우리는 때늦은 점심을 이곳에서 이렇게 함께 먹습니다.
저 멀리서 검은 옷을 입은 해녀들이 보입니다.
모두들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 곳으로 달려갑니다.
작은 마을이라 그 곳으로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울퉁불퉁한 돌 위를 맨발로도 잘도 뛰어갑니다.
펄쩍 펄쩍 뛸 때마다 바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갯강구들이 우르르 하고 흩어집니다.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벌써 들립니다.
"휴우, 휴우우 유우 ---"
바다에는 숨비소리가 가득합니다.
우리 마을은 전통적으로 반농반어의 해녀마을 입니다.
물때에 맞춰 내려가면 마치 물새소리 같은
또는 휘파람소리 같은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멀리서 쪼그리고 앉아 혼자 "휴, 휴 "하고 내내보지만 바람이 자구 새어 나가 쉽지 않습니다.

조금은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느 샌가 망사기에 전복이나 멍게 성게 고동 등을 가득 넣고 해녀들이 돌아옵니다.
저 멀리 할머니도 계십니다.
할머니는 물대가 되면 바다 밭으로 나가 물질을 하고
물질에서 돌아오면 밭에 나가 집을 매는 두 못 잡이 일을 운명처럼 여기며 살고 계시는데 제가 세상에서 본 가장 강한 여성입니다.
오늘도 하루해가 저물어 갑니다.
저 멀리 수평선이 아득해지며 등대도 밤손님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잔잔했던 파도도 어둠이 좋은지 덩실덩실 어깨춤을 춥니다.
아이들이 하나 둘 엄마 할머니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집마다 밥 짓는 냄새가 구수하네요.
어른이 된 지금 저는 어릴 적 매일매일 꿈꿔왔던 도시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보다 행복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 밤 꿈속에서 예전 그 바다에 가보고 싶네요.
파도 ~~~~~
태고 적부터
무연하지 않은 저 소리 드높은 울렁임
언젠가 인고의 세월 돌이키지 않은 채
황량한 바람 불어 에였던
이제는 가만히 출렁이는 소리
속절없는 한을 무심히 토해 내는 걸까
적요한 너울 위 갈매기 폐 외로운
그 달램은
바로 파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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