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수의 이야기

대한민국 마도로스 1세대인 신영수의 ‘마도로스의 삶과 人生’을 통해 바다를 유영하는 마도로스의 세상을 품은 진실한 삶과 인생을 엿본다. 신영수는 부산 출생으로 5대양을 다니며 세월이란 그것을 보내는 장소에 따라 전혀 그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괴로움과 슬픔도, 그리움과 미움도, 노도가 포효하는 바다도, 시간이 흘러가면 거울 같은 해변으로 변하는 것 같이, 시간이란 명약으로 치유시키는 사나이들, 그 이름 마도로스! 작가 신영수의 지나온 삶을 통해 대한민국 마도로스 1세대의 역동적인 모습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바다낚시의 멋과 맛을 아시나요?

싱가폴을 지나고 말라카 해협을 돌아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관광섬 피지를 그냥 지나치고
라우토카항으로 갔다.
화물을 하역하고 다시 솔로몬 구도의 적하 작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솔로몬 노로항에서 카오나수구항까지는 반나절의 항정이다.
해안으로 펼쳐진 야자수 특유의 숲은 이국의 정취를 흠씬 느끼게 하였다.
좁은 수로를 동하여 접근하는 수로 바로 옆으로는
푸른 산호초가 에메랄드빛으로 번쩍이며 스쳐 지나간다.

(출처=유튜브 캡처)
(출처=유튜브 캡처)

나는 깊은 잠속에 빠져 있었다.
잠결에 기관의 운전음이 갑자기 멎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선상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자기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긴장감을
신경 어느 부위 속에 감추고 있는 것인지
아무리 깊은 잠에 골아 떨어져도
내 몸의 상태가 정상인 경우에는 거의 항해중 기관의 운전음이 정지하는 경우
그것을 알아차리게 되는 법이다.
내가 그때 침대에서 튕겨 일어난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즉시 기관실로 전화를 거니 1등 기관사의 긴장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뛰다시피 조타실로 올라가 선내 비상을 알리고
갑판장에게 투묘를 지시했다.
선박은 언제라도 이런 기관고장을 대비해 언제라도 앵커를 투묘하도록 준비되어 있다.
기관실에서 엔진을 수리하는 동안
Pitching 과 Rolling 을 반목하면서 해풍과 해류의 흐름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약간의 너울도 있었다.

(제공=픽사베이)
(제공=픽사베이)

어느 듯 대양에 어둠이 내리고 온 사방을 둘러보아도
수평선 밖에 보이지 않는 칠흑같이 어두운 대양의 밤바다위에
본선은 갑판위의 수은등을 포함한 모든 등에 불을 밝혀 놓은 채로
마치 한조각 일엽편주 마냥 넘실대는 파도에 떠 있을 뿐이다
엔진수리에 전념하고 있는 기관선원들을 격려하고 나오니
타부서의 비당직자들은 갑판위에 나와 오징어 낚시를 하고 있다
나는 선교에서 내려와 갑판위로 나가 구경을 하게 되었다.
여러 명의 선원들이 본선 좌현 우현에서 오징어를 잡느라 열중하고 있었다.
벌써 여러 마리가 잡혀져 있었다.
지금도 서툴지만 이 때만해도 나는 낚시에 문외한 이었다.
낚시 경험 이라고는 없었으니
하지만 그 땐 왠지 호기심이 생겨 오징어 낚시가 하고 싶었다.
오징어는 밝은 불빛아래 불을 보고 모여든다는 사실을 이때 비로소 알게 되었으며,
오징어 잡는 낚시 바늘은 수류탄 축소형 모양의 타원형 주에 쪽하고
아주 날카로운 바늘이 많이 꽂혀있는 특이한 것임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또한 오징어는 낚시 바늘에 미끼가 없어도 낚시 바늘을 문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럴 즈음
내가 드리운 낚싯줄에 어떤 물체가 낚시싯줄을 건드리는 듯한 느낌이
줄을 잡고 있는 손목에 전해져 왔다.
옆에서 낚싯줄을 드리우고 서 있는 타수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오징어가 낚시 바늘을 탁탁하고 건드릴 때 낚싯줄을 한번 채어 보라고 한다.
가르쳐 준대로 느낌이 전해져 올 때 낚싯줄을 순간적으로 재어 보았다
그랬더니 무언가 묵직한 것이 바늘에 걸렸구나 하는 확실한 감각이 손목으로 전해져 왔다.
동물적인 본능으로 줄을 잡아 당겼다.
양손으로 줄을 잡아 당겼는데
처음에는 Smooth 하게 잘 올라왔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낚싯줄에 Tension 이 느껴지며 낚싯줄이 멈추어 버렸다
아무리 세게 당겨도 꼼짝하질 않았다.
다시 옆자리의 낚시 고수에게 물었다.
고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럴 때는 잠시 줄을 늦추었다가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어느 순간 갑자기 세게 당겨보십시오" 라고 한다.
고수가 가르쳐 준대로 낚싯줄을 늦추었다가 약간의 시간이 경과한 후에
일순간 낚싯줄을 세게 당겼다.
그랬더니 낚시 바늘에 걸려있던 어떤 물체가 어딘가 붙어있다가 한쪽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또다시 낚싯줄을 세게 잡아 당겼다.
그랬더니 다른 한쪽도 붙어 있던 곳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옴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물체는 오징어였고
어딘가 찰싹 달라붙은 곳은 본선의 해면 아래에 있는 선제였었다.
오징어의 여러 발에 보면 동그란 것들이 많이 달려 있는데
양쪽의 긴 발로 선체에 찰싹 달라붙어 있으면
빨판의 흡인력에 의해 그 힘이 대단하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한동안 잘 올라오던 물체가 해면과 약 5 m 정도의 거리를 두고
또다시 아까처럼 본선 선체에 찰싹 달라 불었다.
요령은 전과 동일하게 하여 끌어 올렸다.
해면위에 올라오는 물체를 본 순간 아주 커다란 오징어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랬더니 말로만 들어봤던 시커먼 먹물을 확 쏟아 내곤 펄떡거렸다.
그 후에 또 한 마리를 잡아 난 그 날 두 마리의 오징어를 잡았다.
크기가 우리나라의 큰 오징어의 배가 되어 보였다.
그리곤 약 30분 후 조리사가 삶아온
내가 처음 잡았던 오징어를 Bridge 에서 항해사들과 함께 맛있는 초장에 찍어 먹었는데,
고기가 야들야들 하고 쫀득쫀득한 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아직도 그때의 오징어 보다 더 맛있는 오징어를 먹어 보질 못했다.
약 반나절의 수리 끝에 정상 운항이 가능하다 하여
또 다시 긴 항해에 나섰다.
잠간동안의 낚시 시간 꿈같은 추억이었다.
그리고 외롭고 고독한 항해에
나의 마음을 달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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