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드루킹과 대질 심문 결과는 회의적, 구속영장 청구를 안 할 수 없는 상황, 발부 가능성에 촉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허익범 특검(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댓글 조작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이 15일 밤 김경수 경남지사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이 김 지사에 대해 댓글조작(업무방해)의 공범 혐의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특검의 수장인 허익범 변호사는 1차 수사기간이 얼마 안 남은 가운데 구속영장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본적으로 특검은 김 지사가 김씨의 댓글조작 작업에 묵시적 승인을 한 공범이라는 것과 일본 외무공무원직을 제안하고 자신의 지방선거를 도와달라는 청탁을 했다(공직선거법 231조 위반)고 가정하고 있다. 

구속영장에는 전자만 적시됐다.

김 지사는 오는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25일 특검의 1차 수사기간이 마무리되는데 일단 특검은 특검 출범의 목적 자체가 댓글조작에 김 지사를 비롯 권력층이 연루됐는지 의혹을 밝히는 것이라 구속영장 청구는 예견됐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혐의 입증을 위한 기간 연장 신청을 할 명분이 생긴다. 

지난 9일 특검은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드루킹 김동원씨와 김 지사를 상대로 대질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밤 22시반부터 익일 새벽 1시반까지 진행된 대질 심문에서 김씨는 자신의 주장을 번복하거나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9일 특검 사무실에서 마주한 김 지사와 김씨.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6년 11월9일 김씨의 파주 느룹나무 출판사(속칭 산채)에서 진행된 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 시연회를 김 지사가 봤는지가 관건인데 특검은 현장 CCTV 화면이나 결정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대질 심문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김 지사는 심문에서 “그날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빔 프로젝터로 경인선에 대한 소개를 본 적은 있지만 킹크랩 같은 것을 내게 브리핑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고 경인선 소개를 들을 때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킹크랩 부분은 나머지 회원들을 내보내고 김 지사에게 독대 브리핑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5월 조선일보를 통해 공개한 옥중편지 속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 김씨는 옥중편지에서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를 봤고 이를 함께 지켜본 사람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킹크랩 시연회를 마친 뒤 김 지사로부터 회식비 10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심문에서 답변을 거부해 사실상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김 지사가 100만원을 건넨 것이 댓글조작의 공범 관계를 확증하는 것으로 봤는데 이게 흔들리게 됐다.

김 지사와 더불어민주당의 방어 논리는 김씨 일당이 선거운동을 해준 것을 대가로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을 무리하게 요구했고 (추천된 도모 변호사가 부적합해)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검은 사실관계를 뒤집어 김 지사가 역으로 지방선거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청와대 행정관과 일본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먼저 제안했다고 가정했다. 이런 프레임으로 한 번 기각됐던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기도 했다.

그러나 심문에서 김씨는 “김 지사가 우리가 원하는 인물을 오사카 총영사에 추천했어도 지방선거를 도와주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댓글 작업은 인사 청탁과 무관하게 한 행위라는 점을 부각했다. 특검은 공직선거법 혐의를 피해가기 위한 진술로 해석하고 있다. 어쨌든 이런 진술 불일치가 반영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았다. 

김씨가 이끌었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핵심 회원 서유기 박씨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특검은 옥중편지와 측근(서유기 박씨·둘리 우씨·트렐로 강씨·초뽀 김씨 등)의 진술을 바탕으로 김 지사의 혐의 정황을 종합했다. 

특히 특검은 김 지사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11일 서유기 박씨를 불러 추가 조사했는데 박씨는 김 지사가 보는 와중에 킹크랩을 시연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특검은 이 점에 천착했다. 소위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은 없지만 여러 관계자들의 진술이 구체적이다. 반면 김 지사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니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게 영장 청구의 명분이다.

특검은 12일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15일 백원우 민정비서관을 불러 조사를 마친 상태다. 두 사람 모두 김씨가 추천한 도 변호사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소송법 70조에 따르면 통상 유력 정치인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요건은 혐의에 대한 상당한 입증과 증거인멸 우려 두 가지다. 후자는 인정될 수 있지만 전자는 아직 진술과 정황만 있는 상황이라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16일 아침 김 지사가 경남도청으로 출근했고 취재진 물음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김 지사는 15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대단히 유감스럽다. 나는 이 사건이 불거졌을 때부터 가장 먼저 특검을 요청했다. 특검이 원하는 모든 방법대로 수사에 협조했다. 특검이 사건의 실체와 진실을 밝혀주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한 기대조차 특검에게는 무리였나 보다. 특검의 무리한 판단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앞으로 법적 절차에 충실히 따를 것이다. 법원이 현명한 판단으로 진실을 밝혀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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